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8주년을 맞아 시민사회단체들이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명을 다한 원전을 멈추는 것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시작"이라며,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했다.
6월 18일, 시민사회 연대체인 ‘탈핵시민행동’과 ‘종교환경회의’는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은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된 지 8년이 되는 날로, 시민사회는 이 상징적인 날을 기점으로 탈핵의 여론을 다시금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최경숙 탈핵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고리2호기는 이미 폐쇄된 1호기와 주요 설비를 공유하고 있어 방사성 물질 누출 등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안위는 책임 있는 설명이나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안전한 원전’이라는 허상에 기대지 않고, 태양과 바람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태량 종교환경회의 활동가 역시 발언에 나서 "문재인 정부 당시 선언한 청정에너지 전환의 기조는 윤석열 정부 들어 정반대로 후퇴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핵확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민주적 에너지 전환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당 발언도 이어졌다.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는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뚜렷한 해법 없이 무기한 저장을 시도하며 지역 주민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주원 진보당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장은 "국민 안전을 명분 삼아 출범했던 정부가 주민 동의조차 없이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 책임 회피이자 반민주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나도 탈핵시민입니다' 온라인 서명 캠페인의 시작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 캠페인은 시민들이 직접 서명에 참여함으로써 2026년 지방선거를 비롯한 향후 정치 일정에 탈핵 의제를 적극 반영하기 위한 활동이다. 캠페인을 주도한 유에스더 집행위원은 "잃어버린 3년의 에너지 정책을 되찾기 위한 회복의 시작은 시민의 목소리에서 비롯된다"며, "끝까지 탈핵을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3·4호기 등 총 10기의 노후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을 추진 중이며, 이 중 7기는 이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중대사고 대응 방안이 빠진 안전성 평가와 주민 의견 수렴 부족 등은 절차적·실질적 정당성을 모두 결여한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탈핵시민행동과 종교환경회의는 "노후 원전 수명연장은 단순한 운영 연장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미래를 저버리는 결정"이라며,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금이라도 정의로운 전환의 길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원전의 시대를 넘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시민사회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