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국회에서 윤석열 전 정부가 추진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의 이행을 중단하고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제안하는 긴급토론회가 지난 14일 열렸다.
이번에 열린 '새정부 에너지정책 제안 긴급토론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탈핵을 요구하는 시민사회가 윤석열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폐기와 새로운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전력 수요 예측 과대, 원전 중심 구조, SMR(소형모듈원자로) 확대 기조, 노후 원전 수명연장 정책 등에 대한 구체적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기후위기비상행동, 탈핵시민행동,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수립한 제11차 전기본의 전면 이행 중단을 요구하고, 이재명 정부의 임기 내 새로운 에너지정책 수립을 주문했다.
"과도한 수요예측과 원전 확충…전력계획부터 틀렸다"
이헌석 탈핵시민행동 자문위원은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전기본의 수요 예측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전력 예비율이 충분한 상황에서 신규 발전소 건설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밀실행정의 문제를 짚었다. "지난 20년간 전력계획 수립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SMR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 송전망 계획 부재와 비효율적 LNG 발전소 확장도 11차 계획의 구조적 한계로 제시하며, "윤석열 정부의 ‘원전 최강국’ 기조는 현실과 맞지 않으며, 전면 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원전 공존? 고립망 구조에선 불가능"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특히 한국의 '고립망 전력계통' 특성에 주목했다. 그는 "유럽처럼 국가 간 전력망 연계가 가능한 구조에서는 출력조절이 어려운 원전과 태양광이 일정 부분 병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외부와 연계된 계통이 없는 고립망 체계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원전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 위원은 "원전은 출력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며,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공급이 유동적이다. 이 둘은 기술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프랑스 사례에서도 태양광 비중이 5%에 불과함에도 전력망 혼란과 마이너스 전력가격 발생, 원전 출력 제한이 빈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윤 정부의 '원전-재생 조화'는 기술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주장이며, 에너지전환을 위해선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전력시장 개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SMR은 '페이퍼 원자로'…핵폐기물 책임 회피한 무책임한 기획"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SMR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에 대한 시민사회 우려를 집중 제기했다. 그는 "원전은 발전소가 아니라 사실상 '사용후핵연료 생산소'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 없이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SMR에 대해 "경제성도, 안전성도, 실증 데이터도 없는 상태에서 과도하게 과장된 '페이퍼 원자로'일 뿐"이라며, "국가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해 확산하기보다는 기술 검증이 완료된 이후에야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SMR을 중심으로 한 '원자력산업 발전특별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탈핵은 선언 아닌 법제화…원자력안전법 개정 시급"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탈핵사회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 과제를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 선언적 차원에 그친 데서 오는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설계수명 초과 원전의 수명연장과 신규 건설을 법으로 금지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구체적인 입법 과제로 △원전 해체 및 정의로운 전환 지원법 제정 △사용후핵연료 부담금 인상 △원전 인근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의무화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확대 등을 제안했다.
그는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핵규제위원회'로 전환해, 산업진흥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추진 중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및 신규 부지 선정 절차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여한 사회자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오늘 이 자리는 윤석열 정부의 낡은 전력계획을 청산하고, 새정부가 진정한 에너지전환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와 시민사회가 함께 입법 과제를 마련하고 실현 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히며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