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상고심 신속 선고로 불거진 사법불신과 정치의 사법화 논란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끝내 아무런 입장을 내지 못했다.
6월 30일 열린 임시회의에서 무려 5개 안건이 상정됐지만 모두 부결되며, '말하는 사법부'의 기능은 사실상 멈춰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126명 중 9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속행회의를 진행했으나, 논의된 5개 안건 전부가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지난 5월 26일 임시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둘러싼 '재판 공정성 논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대선을 이유로 연기했던 바로 그 안건들이다.
회의에 앞서 수정·통합된 안건들은 ▲사법신뢰 회복을 위한 의견표명 ▲재판독립 침해에 대한 경고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 우려 ▲사법의 정치화 경계 등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어느 하나도 과반 찬성을 얻지 못했다. 심지어 "정치의 사법화가 법관 독립의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조차 표명되지 못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의견이 나뉜 법관들은 세 부류로 요약된다.
첫째, 사법신뢰가 실추된 만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는 입장. 둘째, 정치권의 탄핵·특검 추진이 재판독립 침해라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법관들이 단체로 의견을 밝히는 건 오히려 정치화된 행동이라는 자제론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어떤 의견도 힘을 얻지 못했고, 법관사회는 집단적 침묵을 선택했다.
이날 유일하게 가결된 안건은 '재판제도'와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분과위원회 구성뿐이었다. 그러나 해당 분과위 역시 실질적인 대응보다는 오는 12월 하반기 정기회의까지 '후속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만 밝히는 데 그쳤다.

◆ "정치화 우려에 침묵 택한 사법부, 책임 회피 아닌가"
사법권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이 부여한 재판권의 핵심 기둥이다. 그러나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그 어떤 원칙도 지켜내지 못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이재명 대통령 상고심 선고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뤄졌고,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도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관대표들이 입장 표명을 피한 것은 사법의 '기계적 중립'이라는 명분 아래 실질적 책임을 회피한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법 불신이 심각하다'고 자인하면서도, 그 불신의 원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결론은 스스로 역할을 포기한 것에 가깝다.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법관대표회의가 도리어 신뢰 회복의 기회를 방기한 셈이다.
정치와 사법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지금, 침묵은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 사법부가 본연의 책무인 '정의 실현'과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법관대표회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 설 수밖에 없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 회의가 아닌, 지금 당장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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