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기각은 개인의 법률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사법·정치 시스템이 헌정질서 파괴 범죄를 다룰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법원은 박 전 장관에게 "혐의 다툼의 여지"를, 황 전 총리에게는 "구속 필요성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단순한 영장 재판이 아니라 국가 체제 자체를 뒤흔든 내란·계엄 모의의 현장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 사건을 살인·절도와 같은 일반 형사 사건의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검은 박성재의 스마트폰에서 "입법 독재를 막기 위한 계엄" 같은 정당화 메모를 확보했다며 그를 적극적 내란 가담자로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은 오히려 "계엄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진술은 극명하게 갈리지만, 법원은 다시 피의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란 모의의 증거와 반증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사법부가 사건의 성격을 인식할 의지를 갖고 있었는가라는 의문은 더욱 커진다. 결국 법원은 내란중요임무 종사자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그 결정이 두 번째라는 점이다.
최근들어 더 거칠어진 야당의 언행은 파국을 부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발언은 사건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내란 의혹을 둘러싼 공론장을 정쟁과 다툼의 장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내부 비판에도 그는 "토씨 하나까지 외운 숙고된 발언"이라며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정치가 헌정위기 대응의 책임을 방기하고 공분을 자극하는 도구로 사건을 소비하는 모습이다.
◆ 두 번의 기각이 남긴 질문, 이 나라에 '내란을 재판할 사법부'는 존재하는가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진정으로 증폭시키는 것은 다른 지점에 있다. 바로 사법부 지도부와 담당 재판부의 구조적 태도다. 지난 대선에서 전혀 정치적 입지가 없던 조희대 대법원장이 야권의 강력한 후보였던 이재명에 대한 희대의 판기환송심을 통해 '정치판의 난입자'로 등장해 국민의 참정권을 완전히 뒤틀어 놓으려했던 현상은 지금 사법체계가 어떤 정치적 균열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헌법기관의 수장과 그의 지휘를 받는 지귀연 판사의 정치적 계산이 앞선 태도로 대선판에 뛰어들면서 사법·행정 시스템이 균열되기 시작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그 균열은 지금 지귀연 판사의 내란 재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귀연 판사는 내란 사건을 다루면서 사건의 중대성을 축소하거나 희화화하는 듯한 언행으로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을 빚어왔다.
피의자의 주장에 과도하게 공감을 표하거나 사건의 헌정질서 파괴성을 가볍게 취급하는 듯한 태도는 내란 재판의 신뢰를 오히려 잠식시키고 있다. 재판부의 기본적 자세인 '사실과 법률에 따라 판단한다'는 원칙이 정치적 환경과 편향적 해석에 떠밀려 왜곡되는 순간, 내란 사건은 단순한 범죄 사건이 아니라 '풍자와 희화화의 무대'가 된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민주주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장면이다.
지귀연 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풀어줄 수 있다는 우려와 불안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 모든 문제의 본질에는 정치의 실종에도 있다. 집권 민주당은 내란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고 국가적 대응을 총괄해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명확한 입장도 전략도 없이 사건이 흘러가는 방향에 스스로를 맡기고 있다.

◆ 제도적 대응이 절박하다… 내란전담재판부 서둘러야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체제에서 정치적 리더십은 희미해지고 특검 의존만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사법부의 기계적 판단과 정치권의 무기력함이 덧씌워져 상황은 더욱 악화돼가는 모양새다. 내란·계엄 사건은 피해자가 개인이 아니라 '국가'이며, 피해 규모가 '체제 붕괴'라는 점에서 일반 범죄와 다르다.
그럼에도 현 재판 체계는 사건의 본질을 수용할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영장 시스템·증거 판단·재판부 구성 모두 일반 사건 기준에 머물러 있고 대법원·고법 체제는 이미 내부 신뢰도를 상실한 지 오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사법시스템의 재정비다. 첫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전담 재판부 없이는 특검의 수사력도, 검찰의 기소력도 모두 법원 문턱에서 무력화된다.
둘째, 대법원·사법행정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 정치적 난입과 판단의 희화화가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어떤 헌정 위기 대응도 불가능하다. 셋째, 정치권은 내란 사건을 '정쟁용 소재'로 활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국가 체제 수호라는 본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박성재와 황교안의 영장 기각은 두 사람의 개인 수행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가 헌정질서를 파괴한 중대 범죄를 제대로 판단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묻는 사건이다. 지금의 사법 구조와 정치의 태도로는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규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헌정질서를 지키는 마지막 장치가 무력화되고 있는 이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대응하지 못한다면, 다음 위기는 훨씬 더 깊고 감당하기 어려운 형태로 찾아올 것이다. 국가 체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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