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전북 진안군 새참거리 인근에서 즉흥 연설을 하던 중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전북 진안군 새참거리 인근에서 즉흥 연설을 하던 중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오는 6월 18일로 연기됐다. 서울고법은 재판의 공정성과 선거운동의 형평성을 고려해 당초 5월 15일로 예정됐던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변경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7일, 공판 연기 결정과 관련해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법원은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도 받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 측 변호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6월 3일 대선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으며, 법원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앞서 5월 1일, 대법원은 이 후보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해 언급한 '골프 발언' 및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 등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대선 후보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컸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비상행동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규탄 및 재판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비상행동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규탄 및 재판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재판 일정과 대법원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조준한 총공세에 나선 바 있다. 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지난 6일 "선거운동 기간에 공판을 강행하는 것은 헌법 정신을 무시한 것"이라며 대선 이후로의 기일 연기를 요구했고, 박범계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표적 재판의 기획자이자 탄핵 사유 해당자"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및 공직선거법 개정, 대법관 증원, 4심제 허용 법안 등 관련 입법과 청문회·특검·국정조사 등 ‘사법개혁 패키지’를 검토하며 전방위 압박을 예고한 상태였다.

파기환송이 연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공정 선거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졌다"며 "이제라도 법원이 국민 주권의 원칙과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공직선거법 재판 외에도 여러 재판 기일이 남아 있다"며 "다른 사건 역시 같은 기준으로 연기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는 국민의 참정권을 제약하려 한다는 논란 위에서 하루빨리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당연하지만 잘 한 결정"이라며 "법원은 대선에서 손 떼라"고 적었다.

정성호 의원은 "사법부 수뇌부의 압력 속에서도 국민 주권과 국민의 선택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소신 있는 판단을 내린 재판부에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이번 대법원의 정치개입 사태에서 드러났듯, 국민을 위한 대법관 증원 등 사법부 개혁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은 "사법 쿠데타의 총체적 책임, 조희대는 결코 벗어날 수 없다"며 "당장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지 않는다면 그 끝은 탄핵"이라고 했다.

양문석 의원도 "고법 재판이 대선 이후 연기된 건 '당연한 것'이고, 조희대의 대법원이 자행한, 희대의 대선 개입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 것으로,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라고 강조했다.

촛불행동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촛불행동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연휴 기간에도 서울 도심을 달궜다. 5월 3일부터 시작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촉구 백만인 서명운동'은 불과 이틀 만에 서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대규모 항의 운동으로 번졌다.

서명을 주도한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오동현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재명 사건에서 6만 쪽에 달하는 기록을 불과 9일 만에 검토하고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단순한 부실심리가 아니라 사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오 변호사는 △대법관 열람 기록 전면 공개 △전합 회부·심의 과정 투명화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며 "책임 있는 조치 없을 시 대법원 앞 대규모 집회로 확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는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대법원 인근인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 7번 출구 앞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0만명(집회 신고인원 5000명)이 4개 차선 280m 정도를 채웠다.

공판 기일이 미뤄졌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깊어져 가고 있다. 대법원의 성급한 판단에 분노한 시민들의 저항은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 '사법개혁'이라는 더 큰 물결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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