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촛불행동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12.3 언론인연대가 7일 성명을 내고, 지난 5월 1일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죄 취지 판결과 12월 3일 계엄 사태에 침묵한 언론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두 사건을 각각 '사법 쿠데타'와 '계엄형 내란'으로 규정하며 이를 외면하거나 축소한 언론은 더 이상 "자유 언론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판결은 민주주의 심장에 균열 냈다"라며 5월 1일 이재명 후보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진 것은 단지 개인에 대한 법적 판단을 넘어 "피선거권과 투표권이라는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한 중대한 사법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판결이 대선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신속히 처리됐다는 점, 법리 해석이 모호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정치적 중대사안에 사법부가 깊숙이 개입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12.3 언론인연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이 판결은 사법 중립성을 훼손했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의 심장에 균열을 낸 결정이었다"며 이를 '사법 쿠데타'로 명명했다.

연대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언론의 태도를 지목했다. 

판결 이후 언론이 판결문 요약에만 집중하고 판결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철저히 침묵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론의 사명이 단지 결과를 전달하는 데 있는가?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제공하는 데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언론의 침묵은 사실상 사법 쿠데타를 방조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는 양심과 책임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며 "양심 없는 자유는 권력의 도구, 책임 없는 자유는 이익집단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연대는 언론의 침묵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3일, 법과 제도의 틀을 이용한 '계엄형 내란'이 벌어졌음에도 언론은 이를 비판하지 않았고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또다시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의 정치적 권리가 무력화되고, 체제의 공포가 사회를 덮었지만 언론은 침묵했다"며 "이날을 언론이 존재 의미를 포기한 또 하나의 역사적 실패로 기록한다"고 밝혔다.

연대는 "우리는 5월 1일의 침묵 앞에 부끄럽고, 12월 3일의 외면 앞에 참담하다" 언론 내부의 자기반성과 갱신을 선언했다. 또한 "그러나 그 실패를 기록하고 반성하며 언론의 복원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우리는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언론인이다"라며 언론의 사명 회복을 천명했다.

이하 12.3언론인 연대의 성명 전문이다.

"언론인이라면 12월 3일 계엄형 내란과 5월 1일 사법 쿠데타에 분노했어야 한다."

언론인의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2025년 5월 1일, 대한민국 대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단지 한 명의 정치인을 향한 판결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법부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권력의 이해와 맞닿은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기본권인 피선거권과 투표권을 구조적으로 침해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이 판결은 결과적으로 사법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중대사안에 깊숙이 개입한 결정이었다. 전례 없이 빠르게 처리된 판결, 모호한 법리 해석,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결정은, 민주주의 체제의 심장에 균열을 낸 것이었다. 우리는 이 날을 ‘5월 1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한다.

하지만 그날 언론은 침묵했다. 일부 방송은 '속보'라는 이름으로 판결 요약을 반복 송출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대법원의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를 구성했다. 반면 그 판결의 정치적 파장과 사법부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행위라는 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했다. 언론의 사명이 단지 결과를 전달하는 데 있는가? 아니면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에게 해석과 진실을 제공하는 데 있는가?

그리고 2025년 12월 3일, 그 침묵은 더욱 깊어졌다. 사법 쿠데타가 촉발한 민주주의 균열이 제도 전반에 걸쳐 드러나고 있었음에도 언론은 다시 침묵했다. 이 날, 우리는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계엄형 내란'을 목격했다. 국민의 정치적 권리가 무력화되고, 대법의 판단을 절대화하려는 체제의 공포가 사회 전체를 덮었지만, 언론은 중립이라는 가면 뒤에 숨었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침묵은 책임의 포기이며, 내란에 협조하는 조용한 공범이다. 언론의 역할은 언제나 ‘알리는 것’ 그 이상이어야 한다. 경계해야 할 때는 먼저 경고해야 하고, 무너지는 질서 앞에서는 먼저 외쳐야 하며, 진실이 조작되거나 묵살될 때는 가장 먼저 그 조작의 손을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그날, 언론은 또다시 외면했고, 그 외면 속에서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

언론의 자유는 결코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는 반드시 양심 위에, 진실을 향한 책임감 위에 세워져야 한다. 양심 없는 자유는 권력의 도구가 되고, 책임 없는 자유는 이익집단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무너진 자리에서 언론이 자유를 운운하는 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5월 1일의 사법 쿠데타와 12월 3일의 계엄형 내란에 침묵한 언론은, 이미 언론의 사명을 버렸다. 국민의 선택권이 유린되고 헌정질서가 붕괴되는 그 순간에, 언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 언론은 ‘자유 언론’이 아니다. 자기 존재의 기반을 부정한 자기파괴이며, 권력의 명령을 받아적는 필사 기계에 불과하다.

우리는 오늘 분명히 선언한다. 12월 3일을 기점으로, 언론은 달라져야 한다.

 침묵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닌 공범이 된다. 우리는 더 이상 판결문을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균형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진실을 희석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은 진실의 편이어야 하며, 침묵보다 질문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5월 1일의 침묵 앞에 부끄럽다. 

우리는 12월 3일의 외면 앞에 참담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실패를 기록하고, 반성하고, 다시 시작하려 한다. 언론이 언론이기를 멈춘 자리에서 우리는 언론의 복원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우리는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언론인이다.

2025년 5월 7일 12.3 언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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