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 사진=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사법부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대법원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부의 행보는 무소불위 권력의 카르텔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벌어진 대법원의 행보는 여전히 의혹으로 얼룩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5월, 대법원은 단 2일 만에 전원합의체를 소집하고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기록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내려진 판결은 '빛의 속도 판결'이라 불리며 사법적 중립성에 심각한 의문을 남겼다. 민주당이 오는 30일 긴급 현안 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선 것은 사법부가 정치적 개입을 했는지 따져 묻는 최소한의 절차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에 앞서 세종대왕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09.22./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에 앞서 세종대왕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09.22./뉴시스

세종의 이름을 빌린 궤변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세종 국제 콘퍼런스에서 "법은 왕권 강화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토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법은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토대"라며 "세종의 민본 사상과 법치 정신이 오늘날 사법이 지향해야 할 기준"이라고 했다.

그는 형사 절차의 신속·공정, 고문·가혹형 제한, 법전 편찬과 법 문언의 보급 등을 거론하며 “법치와 사법 접근성 제고”를 당대 가치로 평가했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통한 사법 접근성 확대 논의도 소개했다. 

언뜻 그럴듯한 말이지만 현실에서 사법부가 보여온 모습은 정반대다. 지귀연 판사가 이끌고 있는 내란재판에서 끝없는 재판 지연, 제 식구 감싸기, 국민적 관심사에서 반복된 불공정한 판결은 사법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민본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사법 왕국'을 구축해온 것이 아닌가. 사법 불신의 장본인이 세종을 소환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궤변에 불과하다. '개혁 요구'를 '왕권 강화'로 매도한 셈이다.

촛불행동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5.05.03./뉴시스
촛불행동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5.05.03./뉴시스

사법 카르텔, 자기 보호의 성벽

문제의 핵심은 사법부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사, 고위 법관들이 서로를 감싸며 잘못을 외부로부터 차단하는 구조는 '사법 카르텔'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국민 앞에서 투명해야 할 재판 과정은 닫힌 문 안에서 권력자의 의중에 좌우되고 법은 더 이상 약자의 방패가 아니라 기득권의 방패로 기능한다.

사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초는 흔들린다. 법은 권력자의 장식품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마지막 안전망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스스로의 행보를 성찰하지 않고 권좌에만 집착한다면 국회의 청문과 국민의 심판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인의 퇴진 여부를 넘어 사법부 전체를 바꾸는 구조적 개혁이다.

과연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나 법과 양심에 떳떳하다면 회피할 이유가 없다. 반드시 국민이 선출한 입법부 앞에 서서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 그것이 국민 앞에 사법부의 신뢰를 되찾는 최소한의 출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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