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 사진=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여권과 민주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사법부 독립을 내세우며 내란 재판 지연과 책임 회피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힘을 얻고 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 대법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부 독립'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검찰 독재 시절에는 침묵하다가 가장 민주적인 정권 아래에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는 건 염치 없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추 위원장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 관련 재판을 사례로 들며, "윤 전 대통령 장모의 요양병원 보조금 횡령 사건에서 1심 유죄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내란 세력에게 번번이 면죄부를 주고 법을 죄 세탁에 이용한 '사법 세탁소' 역할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 독립을 위해서라도 조 대법원장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 (왼쪽부터) 윤석열, 조희대, 한덕수./자료사진=뉴시스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 (왼쪽부터) 윤석열, 조희대, 한덕수./자료사진=뉴시스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논란과 충돌

비판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여권은 내란 사건의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 내에 전담재판부를 두자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게 왜 위헌이냐.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마음대로 하자는 뜻이 아니다"라며 힘을 실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지식재산 전담재판부처럼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위헌이 될 수 없다"며,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를 통해 판사를 임명하는 구조라 사법부 독립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내 여권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조 대법원장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사법부 독립'을 앞세워 내란 재판의 속도를 늦추는 구실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키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현 체제와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상징적 인물이 되고 있으며 사퇴 요구가 가시화될 경우 국회와 법조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촛불행동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촛불행동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5월 1일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최종심에서 파기환송을 통해 대선판에 난입했다는 오명도 안고 있다. 국민의 참정권을 법복 입은 귀족들이 무너뜨리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법 쿠데타'라는 국민적 공분도 불러온 장본인이다. 

이제 와서 그가 사법부 독립의 최후 보루를 자임하지만 정작 그 명분이 내란 세력 보호로 비칠 때 사법부 신뢰는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눈높이는 '형식적 독립'이 아니라 '실질적 정의 실현'에 있다.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의 신뢰 위에만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조 대법원장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사법부가 스스로 납득 가능한 기준을 내놓는 일이다. 최소한으로도 대법원장 주도의 전담심리 가이드라인을 즉시 공개하고, 추천–임명–배당–공보 전 과정을 투명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현 체제가 끝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사퇴 또한 독립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독립'은 자리의 보전이 아니라 국민 앞에 약속한 정의 실현 능력으로 증명된다.

사법부 독립은 방패가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 약속을 기준과 책임으로 재해석해 주도적으로 응답한다면 전담재판부를 둘러싼 공방은 제도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원칙만을 내세운 침묵이 이어진다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거세질 것이다.

사법부의 권위는 헌법이 준 직함이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신뢰에서 나온다. 지금 그 신뢰의 저울은 조 대법원장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두고 '법복 입은 군주'나 '법복 뒤에 숨은 군주'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준엄하게 새겨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