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조성은 연구소장

매력적이고 신뢰받는 ESG 보고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 해답은 바로 '데이터'와 '스토리'의 균형 잡힌 결합에 있다. 

글로벌 시장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기업가치의 핵심 기준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ESG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양적 확대에 비해, 보고서의 질적 신뢰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왜일까? 

우선 보고서에 담긴 ‘무엇을 했는가’는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 수치로 제시되어야 한다. 검증가능한 객관적 데이터는 ESG 보고서의 기본이다.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TCFD(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등을 비롯한 ESG 국제 기준들이 점점 더 엄격한 과학 기반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모호하거나 과장된 ESG 성과를 내세우는 '그린워싱'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체계적이고 투명한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에 적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재생에너지 사용률, 근로자 안전 지표, 공급망 인권 감사 비율 등 ESG 성과들은 그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데이터이어야 한다.

그러나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그렇게 했는가'에 대한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 숫자가 어떻게, 어떤 맥락에서, 어떤 철학 아래 만들어졌는가이다. '스토리'는 딱딱한 수치 뒤에 숨겨진 기업의 철학, 노력과 고민, 그리고 그로 인해 창출된 실질적인 가치를 전달한다. 기업이 ESG를 왜 시작했는지, 어떤 갈등과 딜레마를 겪었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담는 이야기야말로 보고서의 설득력을 만들어낸다.

ESG 보고서는 '수치'로 증명하고 '스토리'로 설득하여야 한다. 객관적 데이터가 없는 스토리는 '포장'이고, 스토리 없는 데이터는 무미건조한 '통계'에 불과하다. 데이터만 있고 스토리가 없거나, 스토리만 있고 데이터가 없는 보고서는 ESG의 진심을 담아낼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 성과 데이터만 제시하기보다 그 숫자에 담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 과정의 노력과 열정 등의 스토리를 함께 엮어낸다면, 기업의 진정성이 설득력있게 전달될 것이다. 데이터는 스토리의 신뢰성을 뒷받침하고, 스토리는 데이터에 의미와 맥락을 부여하며 감동을 더한다. 

ESG 보고서는 기업의 ESG 가치와 여정을 이해관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적 도구이며, 기업의 전략과 철학을 판단하는 주요 문서가 되고 있다. 지금 기업이 써야 할 보고서는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숫자들만 가득한 장부도, 그럴듯하게 포장된 홍보물도 아니다. 그것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ESG 서사'가 되어야 한다. 기업의 ESG 여정을 책임 있게 측정하고, 진정성 있게 말하는 ESG 시대의 '기업 자서전'이어야 한다.

조성은 칼럼니스트
조성은 이로운ESG랩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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