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04.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04.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지난해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 영향으로 나라 살림은 87조 원 적자로 나타났다.

결산 보고서는 4월10일이 공개 시한인데 선거를 핑계로 하루 늦췄다. 나라 곳간 열쇠를 열어 들여다보니 관리 재정 수지가 87조 원이고 국가채무가 1127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중이 50.4%다. 50%를 넘은 건 처음이다. 문제는 국가 채무는 단기에 해결도 안 된다. '건전재정이 자신의 확고한 정책'이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또 올해 국가결산은 이례적으로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4월 10일'을 넘겨 발표되면서 정부가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정부는 통상 4월 첫째 주 화요일 국무회의를 열어 국가결산 안건을 의결해왔다. 10일이 휴일인 경우 그 전 국무회의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0일이 공휴일일 경우 민법을 준용하도록 한 행정기본법에 근거해 11일까지 국가결산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굳이 민법·행정기본법 조항을 꺼내 들 것까지 없이 미리 의결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으냐는 것이다.

예상보다 악화한 결산보고서가 공개되면 윤 대통령과 여당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총선 뒤로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국가결산 보고서가 법정시한인 4월 10일을 넘겨 발표된 것은 국가재정법이 제정된 2006년 이래 처음이다. 

결국은 당장 세수확보를 해야 하는데 종부세와 법인세를 올리자니 정부 여당으로선 지지층의 눈치를 안볼 수도 없고 결국 총선 지난 하루 뒤에야 공개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 의결한 보고서를 짚어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갚아야 하는 실질적인 '나랏빚'을 뜻하는 국가채무는 1126조 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9조 4000억 원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결산에서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천조 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에는 1100조 원도 뛰어넘은 것이다.

2년 연속 나라빚이 1000조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물론 사상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갚아야 할 나랏빚은 1년새 100만원 이상 증가해 2200만원에 달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4%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늘었다. 회계연도 결산에서 본예산을 기준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어선 건 1997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김명중 기획재정부 재정성과심의관은 "국가채무는 그간의 재정적자가 쌓여 생기기 때문에 매년 계속 증가하는 모습"이라면서 "지난해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재원 활용을 통해서 추가 국채발행 없이 계획된 범위 내에서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채무에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국가가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의 현재 가치(비확정부채)까지 합친 국가부채는 1년 전보다 113조 3000억 원 증가한 2439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가자산에서 국가부채를 뺀 순자산 금액은 575조 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7조 6000억 원 늘었다.

11일 정부의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가 전년대비 59조원 늘어난 1126조원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나라빚이 1000조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물론 사상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갚아야 할 나랏빚은 1년새 100만원 이상 증가해 2200만원에 달했다./그래픽=뉴시스
11일 정부의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가 전년대비 59조원 늘어난 1126조원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나라빚이 1000조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물론 사상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갚아야 할 나랏빚은 1년새 100만원 이상 증가해 2200만원에 달했다./그래픽=뉴시스

'역대 최대 세수결손'에 나라 살림 적자 87조 원

지난해 정부의 총수입은 573조 900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3조 9000억 원 감소했다.

특히 국세수입의 경우 부동산거래 위축과 기업실적 부진으로 소득세와 법인세가 감소하면서 1년 전보다 51조 9000억 원 감소했다. 2023년 예산과 비교하면 56조 4000억 원 부족했다.

총지출은 610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1조 7000억 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 8000억 원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7조 원 적자인 셈이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전망치인 58조 2000억 원 적자 보다 적자 폭이 28조 8000억 원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늘었던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서 전년 결산 때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지만 작년 예산안과 비교하면 오히려 크게 악화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문재인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건전재정 원칙을 강조하며 법제화를 추진한 재정준칙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꼴이 됐다.

그럼에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선거개입 논란까지 일으키며 20여 차례에 걸친 이른바 민생토론회에서 공약한 투자액이 무료 1000조원을 넘는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당장 시급한 내수 부진에 저출산·고령화 등 중장기 현안에 더해 산적한 민생토론회 정책들은 향후 재정을 더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다. 

수없이 쏟아낸 감세 정책도 부담이다.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감세 기조로 재정 건전성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각 지역 사전투표소에서 이재명(왼쪽 사진 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각 지역 사전투표소에서 이재명(왼쪽 사진 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총선 '민생' 대결‥국힘 "금투세 폐지" vs. 민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앞서 제22대 총선이 다가오자 거대 정당 여야는 한목소리로 민생을 강조한바 있다.

 지난달 24일 국민의힘은 물가 안정을 약속하면서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경제가 파탄 났'다며 '국민 한 명당 민생회복 지원금 25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수출 증가로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다면서도,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며 민생 경제를 챙기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주식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그중 20%를 세금으로 매기는 세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금투세 폐지에 발목을 잡고 있는 민주당을 반드시 심판하고 국민의힘이 금투세를 폐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논리는 1400만 명 규모의 이른바 개미투자자들이 혜택을 본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국을 순회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바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박근혜 정부의 전직 경제부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내세워 민생경제특위를 출범시켰다.

추경호 국민의힘 민생경제특위 공동위원장은 "거시경제 회복세가 하루빨리 민생경제로 확산 될 수 있도록 당과 정부는 혼연일체로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재명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민생 회복 지원금' 전격 제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현 정권의 무능과 국정 실패로 민생과 경제가 파탄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민생 경제 비상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을 지급하는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을 전격 제안했다.

이 대표는 "가계 소득 지원을 통해 소비를 늘리고 이것이 멈춘 경제를 다시 움직이도록 만드는 민생 경제 CPR(심폐 소생술)이 필요한 때"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지난 21대 총선 직전 민주당이 승기를 굳힌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받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긴급 재난 지원금 지급 결정을 일부 참조한 셈이다.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은 민주당이 추산하기로는 약 13조원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그간 퍼 준 부자 감세와 민생 없는 민생 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인 선심 약속들을 이행하는 데 드는 약 900조~1000조원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 손톱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은 액수 13조원으로 죽어 가는 민생 경제, 소상공인, 골목 경제, 지방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4년 전 경제회복 효과를 봤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처럼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며, 추가경정 예산 논의도 착수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동안 총선 유세 과정에서 거대 양당은 정책 보다는 상대 당의 공천 과정에 문제점만을 들어 흠집을 내었던 상황이다.  

총선 하루 지난 뒤 기재부가 열어서 보여준 나라 곳간은 비어가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자랑하듯 강조해온 건전재정으로 가는 길은 험난해 보인다.

이제 22대 국회 구성원을 뽑는 총선도 끝났다. 정부와 여당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재정 건전성 구호보다 나라 살림 정상화에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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