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계속 울다가 문득 선생님 생각이 났습니다. 어린 시절 함께 자랐고 지금은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가 암에 걸렸답니다. 초등학생인 아이 둘을 혼자 키우면서 열심히 사는 친구입니다. 나이가 젊고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암이라니요.

암 진단을 받았다는 친구를 안고 한참 울었습니다. 집에 와서 제 아이들을 보니 다시 눈물이 납니다. 만약에 내가 아프면 이 아이들을 어떡하나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저희 아이들도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어린 막내는 제가 아픈 줄 알고 “엄마 죽지 마”하면서 엉엉 웁니다.

제 친구는 이제 어떻게 하나요? 혹시 친구가 잘 못되면 아이들만 남을 텐데 불쌍해서 어떡하지요? 너무 놀라고 마음이 아파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궁금합니다. 저는 눈물만 계속 나고 친구에게 힘내라는 말 밖에 해줄게 없네요.  

가까운 친구가 큰 병에 걸렸다니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어요. 오랜 시간 알고 지냈고 아이들 나이까지 비슷하니 더욱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친구의 상황을 그저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이렇게 마음 아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제 친구들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몇 해 전 떠난 친구에게 나는 뭘 해줬었나 생각하니 참 부끄럽네요.

지금 친구 분에게는 "공감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아픔에 공감해주고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지해준다면 큰 힘이 되겠지요! 공감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함께 울어주는 것, 안아주는 곳, 등을 토닥여주는 것이 다 공감의 표현이지요. 공감은 상대방이 위로 받을 수 있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 불행을 재확인 시켜주거나 강조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난치병 진단을 받은 분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치료받아서 꼭 낫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데 언니가 볼 때마다 끌어안고 통곡을 하더래요. 언니를 만나면 기운이 빠지고 곧 죽을 것 같아서 결국 멀리하게 되더랍니다. 원하는 만큼, 필요한 만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공감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이거 하나만 기억하세요. “반 발자국쯤 뒤에“ 힘든 사람 곁에 있을 때는 앞도 옆도 아닌 반 발자국쯤 뒤가 좋습니다. 그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면 모두가 덜 힘듭니다.

“힘내라는 말 대신 고기를 사주라”는 말이 우스개처럼 떠돌던데 저는 이 말이 누군가를 격려하는 진정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말 보다는 태도로,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 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이제 힘내라는 말 대신 친구가 힘을 낼 수 있도록 그래서 건강하게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우세요. 

어린 딸을 사고로 잃은 분에게 친구가 해줬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그 사고 소식을 듣고도 선뜻 너를 만나러 올 수가 없었어. 네가 어떤 마음일지 어떤 기분일지 상상만 해도 너무 괴로웠어. 내가 이렇게 힘든데 당사자인 너는 어떨지 잘 모르겠더라. 만나면 네 얼굴을 어떻게 쳐다볼지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나는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이렇게 늦게 왔어. 내가 잘 몰라서 너무 미안해. 늦게 와서 미안해. 맛있는 열무김치를 좀 싸왔는데 좀 먹어 볼래?” 친구가 가져온 열무김치에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서 먹다가 둘이 끌어안고 울었답니다. 맵게 먹고 실컷 울었더니 가슴에 맺혔던 덩어리가 쑥 내려가는 것 같더래요.

이제 힘든 친구에게 필요한 일이 뭔지 생각해 보세요. 거창한 도움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병원에 갈 때 운전 해주기. 아이들 잠깐씩 보살펴 주기. 밑반찬 몇 가지 만들어 주기. 수다 떨기. 맛 집 같이 가기. 아무 이야기나 들어주기. 또 뭐가 있을까요? 어린 시절 같이 자랐고 지금도 이웃에 사니까 친구에게 뭐가 필요한지 저보다 훨씬 잘 아실 겁니다. 필요한 그 일을 해주시면 되요.

반 발자국 뒤에서 빈 곳을 메워주고 어려움을 나눠주시면 친구 분이 힘을 낼 거예요. 두 분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정을 이어나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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