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2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2차 경선에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나다순)가 진출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복도에 게시된 후보 4인 포스터 모습. 2025.04.23./뉴시스
국민의힘이 22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2차 경선에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나다순)가 진출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복도에 게시된 후보 4인 포스터 모습. 2025.04.23./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본격적인 4강 구도로 재편되며 열기를 더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이 듣고 싶은 정책과 비전은 실종된 채 정략적 셈법만 난무하고 있다.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안철수 네 후보가 2차 경선에 진출했지만, 이들의 경쟁은 미래 담론보다는 '탄핵 찬탄' 프레임과 지지율 줄다리기에 갇혀 있다.

이번 1차 컷오프에서 국민의힘은 8명의 후보 중 반탄(反탄핵) 진영의 김문수·홍준표, 찬탄(贊탄핵) 진영의 한동훈·안철수로 정확히 2:2 구도를 형성했다. 흥미로운 대결 구도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노선 대립으로만 해석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본질적으로 이번 경선은 '확장성'과 '보수의 본류' 중 어느 쪽에 국민의힘이 무게를 실을 것인지를 시험하는 장이다.

하지만 토론회와 유세장에서 오가는 말들은 어설픈 패거리 정치와 인신공격성 설전으로 가득하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만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연대론을 띄웠지만, 구체적 연대 시나리오나 정책 공조의 내용은 전무하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정책 경쟁은 실종된 채 외모 조롱과 감정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준표 후보는 한동훈 후보의 '키높이 구두'를, 한 후보 측은 홍 후보의'눈썹 문신'을 조롱하며 유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설전은 단순한 개인적 비방이 아니라, 정치가 얼마나 피상적 브랜드 경쟁으로 변질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유권자들은 정책과 비전 대신, 조롱과 말장난을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정치는 말로 싸우는 장르다. 하지만 그 말이 품격을 잃을 때, 정치도 함께 추락한다. 지금의 경선은 국민 없는 말싸움일 뿐이다. 

그나마 '중도보수' 이미지를 내세운 한동훈·안철수 후보의 존재감도 위태롭다. 안철수 후보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무르며 이렇다 할 반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한동훈 후보 역시 확장성은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색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느닷없이 등장한 한덕수 변수는 경선을 더욱 혼탁하게 만든다. 고건, 반기문처럼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다가 완주조차 하지 못한 사례들이 떠오르지만, 그와 달리 한덕수 전 총리는 시작부터 무소속, 비주류, 비주도 흐름이다. 심지어 그의 지지율은 10%도 채 되지 않으며, 출신지인 호남에서도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직도 당내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내란 수괴' 피고인으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의 단절 없이, 국민의힘은 새로운 보수로 나아갈 수 없다.

그와의 정치적 유산을 공유하거나 여전히 충성심을 드러내는 인물들이 당의 얼굴이 되는 한, 국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이 시점에서 윤석열 체제와의 분명한 선 긋기야말로 정치적 생존을 위한 최소 조건이다.

국민의힘 경선은 지금 '누가 이재명을 꺾을 수 있는가'라는 계산기 두드리기 경쟁으로 전락했다. 정책과 철학이 사라지고, 전략과 언론플레이만 남았다. 일대일 맞수토론과 4인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지만, 이 자리마저 눈치 싸움과 과거사 논쟁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가 국민의 삶과 멀어질수록, 민주주의는 피로해진다. 정권수호를 외치는 정당이 지금처럼 정책은 실종하고 셈법만 나열한다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정권이 아니라 정당성의 상실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공허한 말싸움을 멈추고, 이 나라가 직면한 진짜 문제-경제 위기, 불평등, 기후 변화, 청년 일자리- 등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들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윤석열과의 단절을 공식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보수의 쇄신이자, 유권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12.3 불법계엄과 내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외친 구호가 "윤석열 파면"과 "국민의힘 해체", "내란 종식"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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