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대통령후보실에서 캠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문수 캠프 제공)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대통령후보실에서 캠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문수 캠프 제공)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대통령 선거를 불과 24일 앞둔 5월 11일, 대한민국 제1야당 국민의힘이 후보 등록마감일을 앞두고 '정당 역사상 초유의 사태'에 빠져들었다.

세 차례 경선을 통해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김문수 후보가 당 지도부의 결정으로 강제 퇴출되고, 새벽 사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단독 등록되면서 사실상 당내 쿠데타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닌,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과 선거 절차 전반에 대한 헌정적 신뢰 붕괴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8시간 만에 벌어진 '새벽 쿠데타'

전날(9일) 오후 5시, 법원이 김문수 후보가 낸 '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직후부터 사태는 급변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일 자정 회의를 열고, 오전 0시 45분 김문수의 후보 자격 박탈을 공식 발표했다. 이어 오전 2시 30분, 단 1시간 동안 후보 등록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를 게시했다.

3시 20분, 한덕수 전 총리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직후 유일한 후보로 등록됐다. 불과 1시간 20분 사이에 입당과 후보 등록이 완료된 것이다. 오전 4시 40분, 당은 공식적으로 "한덕수가 유일한 등록 후보"라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공고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국민의힘 공고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경선→폐기→기습 등록'…선거법 위반 가능성도

문제는 절차다. 김문수 후보는 당내 세 차례 경선을 거쳐 후보로 확정됐고, 당헌에 따라 당무 전반에 대한 우선권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이 권한은 비대위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무력화됐다.

김문수 측은 법적으로 "정당한 후보 교체 절차 없이 강제 축출된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제기했다.

더불어 한덕수 전 총리의 등록 자격 논란도 불거졌다. 공직선거법 49조 6항은 후보자 등록 기간 중 당적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무소속에서 당적으로 옮긴 것은 당적 변경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김문수 측은 등록 무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국힘 내부도 반발…"북한도 이렇게는 안 해"

국민의힘 내부의 반발도 거세다. 안철수 의원은 "참담하다" "정당해제 쇼" "엽기적"이라고 했고, 배현진 의원은 "수십억 들여 치른 경선을 서커스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시장은 "자폭 정치"라며 "한국 보수는 소멸 중"이라고 직격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일갈했다.

민주당도 총공세에 나섰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보수 정당사 최대의 바보들로 기록될 것"이라며 "윤석열-김건희 커플의 주술 정치가 만든 기형적 결과"라고 비판했다.

김문수 "법정 투쟁 간다"…기호 2번 무산될 수도

김문수 후보는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고, 우리 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반발했다. 이미 후보 사무실에 출근한 그는 "법적 조치를 통해 효력 정지를 신청하고, 등록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당 대표 직인 없는 등록 서류는 접수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김문수도, 한덕수도 기호 2번 후보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가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선이 아닌 당권 장악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 친윤 지도부는 차기 지방선거(243곳 공천)를 장악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패색이 짙은 대선'에서 안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인물로 한덕수를 택했다는 것이다.

권성동, 김재원 등 당권 주자들이 각자 지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떠나는 권영세 비대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5.05.09./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떠나는 권영세 비대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5.05.09./뉴시스

기호 2번 없이 치러지는 대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11일 오후 6시 후보 등록 마감 전까지 김문수 후보의 가처분이 인용되면 급조된 한덕수 전 총리 등록이 무효화될 수 있다.

반대로 그대로 진행된다면 '강제 후보 교체'를 통한 대선 완주는 사실상 확정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미 국민의힘은 후보 교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고, 단일화 효과는커녕 지지층 분열과 민주주의 퇴행 논란만 남겼다는 사실이다.

기호 2번은 등록될 수 있을까? 정당은 후보를 가질 수 있겠지만, 신뢰를 잃은 정당이 표를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적 자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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