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비서실장, 윤석열. 2024.09.24./자료사진=뉴시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비서실장, 윤석열. 2024.09.24./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4월 8일, 대통령 지명 몫의 헌법재판관 2인을 전격 지명했다.

그중 한 명은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이완규 법제처장이다.

국정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내려진 이 결정은 과연 헌정질서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윤석열 체제의 '연장전'을 위한 전략인가. 지금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품고 있는 물음이다.

문제는 이 지명 인사 가운데 이완규, 그 이름이 던지는 무게다. 그는 윤석열의 최측근으로, 내란 혐의를 둘러싼 주요 인물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사법의 보루에 정치의 손길이 뻗쳤을 때

윤석열의 '사법 설계자'로 알려진 인물인 이완규 지명자의 이름을 듣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지난 겨울 삼청동 안가를 떠올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계엄령 해제 직후 삼청동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비밀 회동을 가진 인물 중 하나다.

박 장관은 이미 탄핵소추안을 받아 헌재 심판을 받고 있으며, 그 핵심 증인이자 공모자로 지목되는 이완규가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누구보다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체제의 상징적 인물, 계엄령 기획의 '그림자'가 그 자리에 앉는다면, 헌재 결정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는 헌재에 "내란 동조자"가 입성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은, 바로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총리다. 과연 그는 지금 누구의 뜻을 따르고 있는가?

이상민(왼쪽)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완규 법제처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3.02.07/뉴시스
이상민(왼쪽)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완규 법제처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3.02.07/뉴시스

내란에 연루된 자를 헌법의 수호자로?...국정 안정이라는 이름의 조작된 명분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임명도 석연치 않다. 국회의 지명을 받고도 임명을 미뤄왔던 그를, 한덕수 권한대행은 갑자기 임명해버렸다.

윤석열의 파면 선고를 염원하던 국민의 애간장을 태우며 헌재까지 흔들었던 '임명 지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결단"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녕 그동안의 침묵은 국정 안정 때문이었는가, 아니면 정치적 타이밍을 노린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 대통령의 불법과 폭주를 제어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 할 마지막 벽이다. 그런데 그 벽에 '윤석열 체제'를 설계하고 동조한 인물이 박힌다면, 국민은 과연 그 판결을 신뢰할 수 있을까?

4월 10일, 헌재는 박성재 장관의 탄핵심판 선고를 내린다. 같은 날,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권한쟁의 사건 결정도 발표된다. 모든 것이 겹친 이 날에, 국민은 명백히 묻고 있다.

이 나라는 정말로 윤석열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는가?

한 권한대행은 담화를 통해 "국정의 안정적 운영과 헌재 결원 방지"를 강조했지만, 그간 국회의 헌재 재판관 지명을 묵살하고 임명을 미뤄온 당사자가 할 말은 아니다.

이날 지명된 다른 인사 함상훈 부장판사는 재야 법조계의 평가가 갈리는 인물로, 이완규라는 '폭탄'을 완충하기 위한 '균형 카드'로 쓰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결과적으로는 윤석열의 정치적 후속 정비라는 인상을 떨쳐내기 어렵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진정 헌정질서를 수호하려 했다면, 지금의 인사가 그렇게 전광석화처럼 이뤄졌을 리 없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험한 선례이며, 명백한 정치 개입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역사는 더더욱 그렇다.

내란 기획자들과 함께 안가에 모였던 인물에게 헌법 해석권을 맡긴 이 결정, 그것이 과연 '헌정 질서 수호'인가, 아니면 내란의 정치적 마무리 수순인가.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말은 너무 늦게, 너무 정치적으로 들린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법과 정의의 복원이지, 기만의 미화가 아니다.

헌법재판관 한 명의 이름은 역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오늘 그 이름은, 이완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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