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게 선거운동복을 입혀주고 있다. 2025.04.28./뉴시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게 선거운동복을 입혀주고 있다. 2025.04.28./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오는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로 경선 승리를 거머쥐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구대명'(90% 득표율에 도전하는 이재명)에서 출발해 결국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를 현실화했다.

28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 이재명 후보는 89.8%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선 득표율(77.5%)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조선일보조차 1면 기사 제목으로 "87체제 이후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라고 평가할 만큼, 이재명은 기존 정치권의 흐름을 단숨에 제압했다.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은 '통합'을 14번이나 강조했다. "불신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개혁과 통합의 시대로 가자"는 메시지는, 압도적 권한을 손에 쥔 후보로서 갈등을 넘어선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4.28./뉴시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4.28./뉴시스

통합 행보…보수 상징까지 품었다

이재명은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직후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논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보수 상징 인물들에 대한 '형식적 예우'를 통해 국민 통합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역사적 평가는 역사학자와 시민사회에 맡기고, 지금은 국민을 하나로 모을 때"라는 이 후보의 발언은, 진영 논리를 넘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드러냈다.

또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며 중도·보수층 확장에 나섰다. 윤 전 장관은 과거 이회창·안철수 캠프에서 중도 보수 전략을 짰던 인물로, 민주당 안팎 모두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2023.09.2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2023.09.27.

위기를 기회로…'운구기구' 정치 감각

이재명은 과거 여러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운구기구'(운도 구하고 기도도 구한다)라 할 만한 기지와 운을 발휘하며 반전을 이끌어냈다. 2020년 대법원 파기환송, 2023년 체포동의안 통과 이후 구속영장 기각 등, 그의 정치 여정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승리로 이어졌다.

이번 경선에서도 김동연(6.9%)과 김경수(3.4%) 등 대안적 후보들의 존재감을 인정하면서도, 압도적 격차를 유지했다. 정치적 위상을 확고히 하며 '포스트 이재명' 논의마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승리를 넘어 정치적 지형 자체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의 독주를 우려하는 보수 언론의 경계심도 거세지고 있다. 중앙일보 최훈 대기자는 "윤석열의 제왕적 통치보다 더한 자유 억압 우려"를 제기했고,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입법·행정 권력이 1인에게 집중될 것"이라며 경고음을 울렸다.

이재명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이 189석에 달하는 초거대 여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통령이 행사하는 임명권(약 1만8000개 자리)까지 고려하면, 권력 집중도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4.27.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4.27.

이재명 후보는 대세론을 굳혔지만, 대선은 여전히 긴 여정이다. 본격 선거전에서는 ▲중도층 설득, ▲경제·안보 등 실질 아젠다 대응, ▲강성 지지층 관리와 국민 통합 사이 균형 잡기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내란 종식과 정치 보복은 다르다"는 발언에서 드러난 대야 관계 설정이 향후 정권 교체 이후 정치 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파면 정국에서 '사회대개혁' '내란세력 척결'을 촉구했던 광장의 민심을 받들어 진정한 시스템 개혁을 추구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현재까지 흐름만 본다면 '어대명'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경고도 무시할 수 없다. 이재명은 지금까지의 '운'과 '기도'에 더해, 앞으로는 '균형'과 '통합', 그리고 개혁도 실제로 입증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지도자가 될지, 또 통합과 함께 사회대개혁을 여는 권력자가 될지도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지켜볼만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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