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서 열린 윤석열 내란 혐의 공판 2차 심리는 전직 대통령의 무게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채워졌다.
법정을 취재한 언론 보도들을 종합하면 윤석열 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졸거나 눈을 감고 있었고, 간헐적인 발언 외엔 피고인으로서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공판의 핵심은 계엄령 하달 지시에 대한 군 지휘부의 증언이었다. 군은 입을 모았다. "그 명령은 정당하지 않았다."
◆"사람이 아닌 국가와 국민에 충성한다"…군인의 양심이 증언대에 섰다
김형기 특전대대장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윤석열의 것이라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부하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3년 군 경력을 강조하며 그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군인의 임무다. 누군가는 그날 내린 명령을 항명이라 말하지만, 그건 국가를 위한 정당한 항명이었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그는 "그날 받은 임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차라리 항명죄로 처벌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증언에 나선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국회로 진입하라는 이진우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지만, 시민들과 충돌 우려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인은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무지성의 집단이 아니다. 명령은 반드시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며 한때 군 통수권자였던 윤석열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윤석열, 재판 내내 졸고 침묵…"칼은 살인도 요리도 가능" 발언에 비판 쇄도
윤석열은 이날 재판에서 발언보다 졸음과 침묵으로 일관했다. 증인 신문 도중 아예 테이블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떨어뜨리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한다.
졸다 깬 그는 "계엄령은 대통령의 법적 수단일 뿐이며, 칼처럼 쓰기에 따라 범죄도, 정당행위도 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이 ‘칼’ 비유는 현장과 국민 정서와는 완전히 괴리된 변명으로 비쳐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윤석열 씨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 내란의 수괴가 법정에서 졸기나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담당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에 대해서도 '법관징계법'에 따라 징계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교 의원은 "내란 우두머리가 불구속 상태인 것 자체가 문제"라며 "재판장이 직권으로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귀연 재판장, 편파 논란 속 '특혜성 재판 운영' 도마 위
이번 재판에서는 피고인 윤 씨의 지나치게 느슨한 재판 환경이 문제로 떠올랐다.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 측의 재판 지연 전략과 증인 압박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고, 법정 촬영을 재판 직전 허가해 '언론 공개'라는 명분만 내세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 씨는 이날도 포토라인 없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입장했으며, 신변 보호를 이유로 일반 피고인과 다른 특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법원은 "경호상 문제"를 들었지만, 정작 법원 앞 시위 인원은 20여 명에 불과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석열은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에 이어 피고인석에 앉은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와 함께한 이날의 법정은 전직 대통령다운 품위도, 책임도, 반성도 찾기 어려운 자리였다.
◆내란 재판, 피고인의 침묵과 판사의 침묵이 겹친 날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에게, 그리고 그를 엄정히 다뤄야 할 지귀연 판사에게 쏟아지는 비판은 가볍지 않다. 헌정을 파괴한 최고 권력자의 책임을 물어야 할 자리가 오히려 졸음과 특혜로 점철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정의 공정성은 심각한 의문에 직면하고 있다.
국회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는 명령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군인들이었고, 그 명령의 정당성을 추궁한 것도 군인이었다. 피고인은 눈을 감았고, 재판부는 침묵했다. 지금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그런 침묵이 아니다. 법과 정의, 그리고 책임의 목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