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김 후보 중심 단일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김 후보 중심 단일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2025년 5월 10일 새벽, 대한민국 정치사는 또 한 번의 치욕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새벽 2시에 공지를 띄우고, 단 1시간 동안만 대통령 후보 등록을 받는다는 '기습 공고'를 냈다.

그 등록시간은 3시에서 4시까지. 그리고 3시 20분, 한덕수 전 총리가 입당했고, 단독으로 후보로 등록되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민주주의 선거 절차를 조롱한 정치 쿠데타이자, 그야말로 '계엄해제'가 아니라 '후보해제'라는 비아냥을 자초한 사건이었다.

김문수 후보는 비록 한계를 가진 인물이지만, 국민의힘 경선을 통해 선출된 '정당한 후보'였다. 그를 끌어내리기 위한 당 지도부의 행태는 공당이 민주주의와 정면으로 충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밤중에 공지하고, 서류 32개를 준비하게 하며, 단 한 명만 등록하게 만든 이 정치극은 철저히 각본이 짜인 '정치 사기극'임이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한덕수 후보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하루 만에 입당해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은 정당정치의 자살행위며, 선거를 '윤석열 체제'의 연장선으로 만드는 구태 중의 구태였다.

정당의 자율성을 앞세워 법원이 개입을 자제하자, 국민의힘은 그 공백을 권위주의적 행태로 메웠다. 이해할 수 없는 등록 시간, 불투명한 공지, 오프라인 접수만 허용된 후보 등록 방식 등은 모든 절차를 비틀고 '윤심'에 줄 서는 사람만을 위한 제도 설계였다.

이는 단지 한 후보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권을 선택할 기회를 조직적으로 훼손한 것이다.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한덕수를 끌어올리는 이 비상식적 단일화는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윤심 단일화'였다.

국민의힘 공고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국민의힘 공고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김문수 후보를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절차다. 정당의 후보 교체가 이렇게까지 무도할 수 있단 말인가. 새벽에 몰래 공고를 내고, 형식적으로 절차를 밟았다고 우기는 이 방식은 오히려 '쿠데타'에 가깝다. 선거를 가장한 내란, 비상계엄의 정치적 반복이다.

국민의힘은 '내란의 후예'라는 오명을 다시 한 번 스스로 뒤집어썼다. 윤석열이 촉발한 12.3 계엄령 위협과 5.1 사법 쿠데타에 이어, 이제 정당은 기습 후보 교체라는 형식으로 선거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이쯤 되면 '민주주의'란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사치다.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순간, 우리는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정당인가, 아니면 '윤심'을 위해 존재하는 사조직인가?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고, 국민이 아닌 권력의 눈치만 보는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민에게 후보를 낼 자격도 없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후보를 교체할 게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를 해체할 때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계에서 퇴장하는 것, 그것만이 지금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다.

그리고 지금 목격하고 있는 이 모든 기이하고 비정상적인 흐름은 단지 정당 내 권력 다툼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물리적 제거 시도이거나,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또 다른 형태의 쿠데타적 상황의 전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율마저 일게 한다.

민주시민사회는 이제 내란 종식의 그날까지 긴장과 연대의 끈을 놓지 않기로 다짐하고 있다. 그것이 무너진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다시는 이런 정치적 폭거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다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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