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종합버스터미널 신문가판대 한 신문 1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과 계엄관련 기사가 실려 있다. /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종합버스터미널 신문가판대 한 신문 1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과 계엄관련 기사가 실려 있다. /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지금, 우리는 다시금 민주주의의 본질을 되짚게 된다. 정치는 갈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그 갈등을 제도 속에 수용하고, 법의 이름으로 조정하며, 국민의 이름으로 결론을 내리는 체계다. 그리고 그 결론 앞에서 '승복'하는 태도는 시민이든, 지도자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란 수괴 피고인 대통령 윤석열은 침묵하고 있다. 계엄령을 일방적으로 선포했고, 반대했던 국무위원들을 무시했으며, 군과 경찰 병력을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에 투입했다.

국회의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군인의 기록, 정치인 체포 명단은 모두 실제로 존재했다. 취재를 시도했던 기자를 계엄군이 포박하려했고 폭력을 가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계엄군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국회의원을 강제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는가"라는 질문이 12차례나 반복되었고, 이에 대한 명확한 부인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여당인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오히려 야당 대표인 이재명에게 '승복하라'고 외친다. 도대체 무엇을 승복하란 말인가. 그는 심판을 받는 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며 청구인이다.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할 쪽은 이재명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유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이다.

가해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피해자에게 승복을 요구하는 모순된 정치 프레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정당한 탄핵 절차를 앞두고, 왜 윤석열에게는 '승복'하라고 말하지 않는가? 왜 헌재 선고에 따라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가? 지금 윤 대통령은 침묵으로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며, 파면 이후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전하려는 행보가 읽힌다. 그러나 대통령의 책임은 자기 정치의 계산 이전에 공동체의 안정을 먼저 생각하는 데 있다. 패배를 승복하지 않는 정치는 갈등을 평화가 아닌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그 끝에 있는 것은 국민의 분열이고, 체제의 균열이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하야설'까지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로 보고 선고 전 하야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무시하는 위험한 계산이다.

대통령이 선고를 앞두고 하야하면, 탄핵심판은 종료되고 본질은 흐려진다. 책임을 회피하고 정치적 유산만 챙기려는 퇴로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헌재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고, 책임 있게 '승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 혼란은 윤 대통령 개인만의 책임은 아니다. 최상목 기재부 장관은 국회의 동의 없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가로막았고, 이에 대해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상정했다. 이는 충성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국정 농단 행위다. 한덕수 총리 역시 마은혁 임명 거부와 계엄령 검토 문건 개입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일 헌법재판소는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그리고 윤석열은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그 판결 앞에 침묵이 아니라, 책임 있는 '승복'으로 답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공화국 대통령의 마지막 품격이자 유일한 선택이다. 정치권 역시 이 사태의 진짜 책임자들을 헌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제도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 제도를 작동시키는 것은 권력자의 태도다. 윤석열이 한때나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면 지금은 침묵이 아닌 통합의 언어로 말해야 할 시간이다. 법의 결정을 앞에 두고 고개를 숙이는 것—그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끝이다.

지금 필요한 건, 책임 있는 승복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말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선고될 그 결과 앞에, 당신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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