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지난 해 12월 3일의 내란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격랑 속에 빠져들었다. 국민은 국가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는 과연 우리 곁에 여전히 존재하는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8일, 법원이 내란 수괴 피고인 윤석열의 구속 취소를 명령하면서 이러한 물음은 더욱 날카롭게 우리 사회를 가르고 있다.
법원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영역이었다. 구속 기간 산입 방식에 대한 해석 차이,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 검찰의 기소 시점 등 여러 복잡한 쟁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하는 순간, 이 사건은 단순한 법적 논쟁이 아닌 '정치적 선택'으로 변질되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검찰이 공정성을 저버렸다"는 강한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이 윤석열을 기소하면서도 데드라인을 넘겼다는 점, 항고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지 않았다는 점은 '고의적인 실수'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심우정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한 채, 윤석열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검찰총장이기 이전에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검찰이 자신들의 전직 수장이자 정치적 스승이었던 인물에게 유독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단순한 법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체계의 근본적인 신뢰를 흔드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구속 기간 산정 방식이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날짜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해석을 새롭게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그간의 법적 관행과는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구속 피의자들은 날짜 단위로 구속 기간을 산정해왔으며, 만약 이 원칙이 바뀐다면 수많은 수감자가 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왜 하필 윤석열 사건에서 처음으로 이 원칙이 적용되었는가?" 의문 부호가 붙는 건 당연하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심각한 법적 불공정성을 시사한다. 나아가 검찰이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법원의 예외적 판단, 그리고 검찰총장의 항고 포기 결정이 맞물리면서, 이번 사건은 그 자체로 정치적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즉각 재구속'을 외치며 더욱 강경한 투쟁을 예고했고,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 탄압'에서 '정치 보복'으로 전선이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9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대표들이 심우정 검찰총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비상행동은 "시민의힘으로 내란세력을 청산하자"며 검찰도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심우정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헌재 파면 선고일까지 단식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이 석방되었다고 해서 모든 법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극우세력의 난동도 우려된다. 윤석열은 구치소에서 풀려나오면서 마치 개선장군 같은 카퍼레이드까지 펼쳤다. 이를두고 시민들은 "연쇄 살인범이 다시 나타나 전기톱을 휘두를 것만 같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이제 헌재의 탄핵 심판이 14일쯤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헌재는 법원과 검찰이 흔든 법적 공정성을 회복할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은 다섯 가지다.
△비상계엄 요건을 어겼는가. △포고령을 통해 정치·언론 자유를 제한했는가. △국회에 군을 보내 의결을 방해했는가. △선관위를 압수수색하도록 군을 동원했는가. △정치인·법조인 체포를 지시했는가.
이 중 하나만 성립해도 파면 사유가 된다. 윤석열 측은 지금까지 이를 명확하게 반박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려면 이 다섯 가지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증명해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정황과 증거로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대한민국은 또 다른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내란죄 우두머리 피의자가 군 통수권자로 복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언제든 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도 있다. 헌재가 이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것은 자명하다.

윤석열의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곳곳에서 자발적인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12월 3일 이후 이어진 '광장의 시간'이 다시금 시작되는 분위기다. 헌재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시민들은 더욱 강력한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해득실을 떠나,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금 깨닫고 있다. 윤석열의 내란 사태는 단순한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거대한 숙제다.
윤석열이 잠시 감옥에서 풀려난다 하여 그의 군사반란과 내란 우두머리의 죄가 덜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눠 권력을 사유화하고자 한 쿠데타의 주역이며 용서받지 못할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이다.
계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라는 교훈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금 연대할 것이다.
우리가 목도하는 이 혼란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 결론은 오직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결정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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