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4월 4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내리는 날이다. 헌정 사상 세 번째로 대통령 파면 여부가 결정되는 날, 전국의 시선은 오전 11시를 기다리고 있다.
탄핵을 촉구해온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과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은 지난 3일 오후부터 안국역 6번 출구 인근에 자리잡고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며 철야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참가자들은 밤새 찾아온 추위에 은박 담요나 패딩으로 몸을 두르고 따뜻한 차나 어묵 국물 등으로 추위를 달래면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만을 기대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언론도 이날의 중대함을 외면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일간지는 4일 1면 전면을 통해 이 역사적 선고의 의미와 파장을 분석하며, '헌법', '민주주의', '승복',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역사의 날"… 언론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본령을 소환
경향신문은 1면 제목에 "오늘, 헌법이 다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운다"는 문장을 올렸다. 탄핵 심판을 헌법 질서 회복의 과정으로 보고, 헌재의 판결이 단지 정치적 사건을 넘는 민주주의의 작동이라는 인식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오늘 법치 회복의 날…'심판의 문'이 열린다"고 선언했고, 한겨레는 "윤석열 심판의 날, 헌재는 응답하라"고 촉구하는 듯한 논조를 보였다.
세계일보는 "오늘 분열의 마침표 찍자"고 제안했다. 동아일보는 "계엄 넉 달 만에, 오늘 오전 11시 윤 탄핵 선고"라고 사실관계 중심의 제목을 택했고, 서울신문은 "대한민국 운명의 날"이라는 표현으로 이날을 상징화했다.
중앙일보는 "위대한 승복"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1면 최상단에 배치하며 헌재 판결 이후의 승복과 공동체 유지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헌재의 결론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는 반드시 그 결론이 완전무결해서가 아니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합의한 약속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도 눈에 띈다.
반면 조선일보는 "헌정 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표현을 썼다. 1면 머리기사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관련 기사로 배치했으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두 번째 위치에 뒀다. 이는 다른 신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온도차가 있는 편집방향으로 읽힌다.

◆진공 상태 된 헌재 앞… 시민은 밤새 누웠고, 경찰은 도심을 봉쇄했다
헌법재판소 앞은 이미 진공 상태다. 경찰은 안국역 일대와 헌재 주변을 경찰버스 수십 대로 봉쇄하며 외부 접근을 차단했다.
안국역은 아침부터 무정차 통과에 들어갔고, 인근 11개 초중고교는 휴업에 돌입했다. 헌재 주변 기업도 재택근무를 지시하는 등 서울 도심은 '헌재 비상' 체제로 전환된 모습이다.
그 반대편에는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밤새 길거리에서 농성 중인 시민들이 있었다. 광장과 인도, 차도를 가득 메운 이들은 은박 담요를 덮고 누운 채 새벽을 견디며, 이날의 판결이 반드시 '헌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날'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가 품고 있는 긴장의 극단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리고 오늘 오전 11시, 그 긴장의 해소 또는 폭발의 순간이 마침내 도래하는 것이다.
◆헌재의 선택은 8:0? vs. 7:1? …결과는 인용이 유력
헌재는 이날 오전 9시30분 마지막 평의를 연다. 10시40분에는 결정문을 인쇄해 재판관들에게 배포하고, 11시 정각 선고가 시작된다. 탄핵 인용 시에는 요지를 설명하고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고하게 된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5:3은 위헌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하다. 남은 경우의 수는 6:2, 7:1, 8:0이다.
전문가들은 모두 인용 결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재판관 중 일부라도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내면, 향후 정치권과 여론의 갈등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석열은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질서 유지와 경호상의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정치적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석열은 헌재 선고를 앞두고 어떤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승복'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파면이 선고돼도 한남동 관저를 비우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야말로 내란수괴다운 후안무치한 행태다.
무엇보다 오늘, 훼손되고 붕괴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바로 세워질 수 있는 날인가에 대한 질문에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은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한다.
4월 4일은 단지 대통령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날이 아니다. 헌법의 권위가 어디까지 미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오늘 오전 11시,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이름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 결정 이후, 훼손된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존심을 우리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도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
헌재는 판결로 말할 것이고, 시민은 그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오늘을 기록할 것이다. 내란을 기도한 대통령 윤석열이 헌법의 심판 아래 파면되는 날, 대한민국은 다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