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미래⑨] “서울 진출이 꿈? 김포 매력 발견하니 머물고 싶어요”
[로컬의 미래⑨] “서울 진출이 꿈? 김포 매력 발견하니 머물고 싶어요”
  • 이로운넷=양승희 기자
  • 승인 2019.10.1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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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운태 어웨이크 대표 “북변동 토박이, 자긍심·자부심 생겨”
2005년 소극장으로 시작, 2013년 주식회사 설립 후 사회적기업으로
‘100년의 거리’ ‘북다저’ ‘363 예술광장’ 지역색 담은 프로젝트 진행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개최한 ‘2030 세이가담-로컬, 가치를 담은 미래’ 컨퍼런스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가치로 '지역'을 조명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릉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콘텐츠로 활동하는 이들을 통해 지역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본지는 이번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지역에 기반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만들어가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연속으로 조명해 본다.
경기 김포시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어웨이크'를 이끄는 여운태 대표.
경기 김포시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어웨이크'를 이끄는 여운태 대표.

“촌에 사는 아이들은 커서 ‘서울’로 가는 게 꿈이에요. 저 역시 그랬고요.(웃음)”

군에서 시로 승격되기 훨씬 전, 경기 김포에서 나고 자란 여운태 씨(37)는 ‘지역 토박이’다. 김포초등학교, 김포중학교, 김포고등학교를 졸업한 그에게 ‘김포’란 삶에서 뗄 수 없는 수식어 같았다. 하지만 이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서울로 진출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성인이 돼서도 김포에 살고자 하는 청년은 거의 없었고,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보이를 꿈꾸며 춤을 추던 그는 20대 초반 뮤지컬배우가 되면서 ‘서울 진입’에 성공한다.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서면서 서울을 누비다가 오랜만에 고향인 북변동에 돌아왔는데 “어릴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는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2005년 한 동네 주민이 건물 지하실을 써보겠냐는 제안을 했고,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해 운영한 것이 ‘어웨이크’의 시작이다.

원도심 북변동 스토리 발굴…“동네만의 특별한 콘텐츠로”

어웨이크에서 진행하는 '김포동네파티' 모습. 김포에 이사온 청년들을 환영하고 교류하는 파티다.
어웨이크에서 진행하는 '김포동네파티' 모습. 김포에 이사온 청년들을 환영하고 교류하는 파티다.

작게 문을 연 극장에서 지역 뮤지션들이 공연을 열었고, 음악을 배우고 싶은 아이들이 모이면서 학원 역할도 하게 됐다. 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확장되면서 2013년에는 ‘어웨이크주식회사’를 설립해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 경기도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거쳐 2016년에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으로 정식 인증을 받아 활동 중이다.

어웨이크의 활동 무대는 김포의 원도심인 북변동이다. 과거에는 군청, 경찰서, 세무서 등이 있었지만, 주변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관공서들이 다 빠져나갔다. 김포의 도시개발 정책에 북변동이 제외되면서 시간이 멈췄지만, 덕분에 동네의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됐다. 여운태 어웨이크 대표는 “왜 낙후된 동네에서 사업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신도시보다는 구도심이 살아나야 지역에 활기가 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지역 관광지로 유명한 전북 전주로 여행을 갔다. 여 대표는 “전주 특유의 색깔보다는 유행하는 최신 것들로 채워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다시 김포에 돌아와 동네를 살펴보니, 북변동만이 가진 특별한 콘텐츠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2018년 진행한 '김포 백년의 거리' 축제 현장. 여 대표는 "김포에서는 버스터미널을 '차부'라고 부르는데, 터미널 폐쇄 후 급격히 슬럼화된 공간을 예술적으로 다시 살리자는 취지에 진행한 아트 프로젝트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 진행한 '김포 백년의 거리' 축제 현장. 여 대표는 "김포에서는 버스터미널을 '차부'라고 부르는데, 터미널 폐쇄 후 급격히 슬럼화된 공간을 예술적으로 다시 살리자는 취지에 진행한 아트 프로젝트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마을이 어떤 곳인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니, 토박이인 저도 몰랐던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됐어요. 1000년 역사의 향교, 100년 된 학교와 교회, 경기 4대장으로 꼽히는 시장부터 3대째 이어온 약국, 칼로 직접 파는 50년 된 도장집, 30~40년 영업을 해온 순댓국집, 분식집까지 다양했죠.”

어웨이크는 북변동의 숨은 스토리를 발굴해 2015년 ‘100년의 거리’라는 축제를 기획해 선보였다. 첫 행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6년 재정비했고, 이듬해부터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옛 터미널 건물에서 축제를 개최했다. 동네 주민들이 “우리가 자리를 지켜줘야 내년에도 또 열리지 않겠냐”고 격려해줬을 때, 여 대표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모아 문화·예술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2018년 ‘북변동 다른이름 저장’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예술가들과 지역을 주제로 미술·사진·음악·영상·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올해 8~9월에는 ‘북변363 예술광장’ 프로젝트를 통해 1989년 이전 후 방치돼 쓰레기더미가 된 우체국 자리에 그림 벽을 세우고 놀이터를 만들어 새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젊은 세대 ‘정주’해야 활기 되찾아, 비빌 언덕 되고파”

북변동 363번지 자리에 있던 우체국을 재탄생시킨 '2019 북변363예술광장' 프로젝트. 시민 300여 명이 참여해 그림벽을 만들고, 아이들이 타고 놀수 있는 예술놀이터를 조성했다.
북변동 363번지 자리에 있던 우체국을 재탄생시킨 '2019 북변363예술광장' 프로젝트. 시민 300여 명이 참여해 그림벽을 만들고, 아이들이 타고 놀수 있는 예술놀이터를 조성했다.

여러 활동을 통해 여 대표가 깨달은 점은 “젊은 세대가 지역에 ‘정주(定住)’하도록 이끄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김포의 젊은이들이 서울로 나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마을에 대해 자부심·자긍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 지역의 매력을 깨닫고 애정을 품으면, 머물고 싶다는 정주 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어웨이크는 청년 세대가 실제 김포에 ‘정주’할 수 있는 활동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단순히 창업·취업만 지역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먹고 자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에 힘쓴다. ‘1평에 1만원’이라는 조건으로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임대하고, 이들이 살 수 있는 주거시설까지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활기가 있는 마을을 보면 아이부터 청년, 장년, 노년까지 모든 계층이 어우러져 살더라고요. 슬럼화한 마을은 젊은 세대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아 움직임을 멈추게 되죠. 청년층과 노년층의 비율을 회복해 북변동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길 바라요. 특히 청년들이 지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어웨이크가 ‘비빌 언덕’이 되고 싶어요.” 

사진제공. 어웨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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