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개성에 대한 욕구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의·식·주가 생활의 기본 요소라면, 현대인은 생활(Life)에 스타일(Style)을 얹고자 한다. 현대인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지를 만들어가는 사람. 그리고 이를 지역의 특성 및 자원과 연결해가는 이들 바로 ‘로컬크리에이터’다.

로컬크리에이터페스타의 첫번째 간담회 강연을 마친 연사들이 한 자리에 앉아서 경험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지난 11일(금) 성수동 S-팩토리에서 열린 로컬크리에이터페스타(이하 페스타)에서는 성공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강연이 있었다. △‘홍대 앞’이라는 서울 도심 속 로컬을 발굴해 11년째 홍대 지역 이야기를 이어오고 있는 동네잡지 스트리트h 장성환 대표를 비롯, △국내 육지인들의 안식처인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주상회 고선영 대표와 △플레이스캠프 김대우GM이 로컬크리에이터로서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와디즈 황인범 이사도 참여해 돈이라는 현실적 사안으로까지 논의를 확장할 수 있었다.

로컬 브랜딩의 시작, 로컬 매거진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매력을 담은 로컬 매거진 제작으로 사업을 시작하곤 한다. 취재를 위해 지역 곳곳을 다니고 인터뷰를 하면서 지역민들과 인연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연이 깊어지면 더 심층적인 콘텐츠로 이어지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로 연결된다. 

'스트리트H'는 홍대앞 지역밀착형 매체를 표방하는 로컬매거진이다. 장성환 대표는 홍익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10년 넘게 홍대 앞에 살았지만 본인이 그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개인 사업을 시작하니 홍대라는 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게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며 본인이 살던 지역을 새롭게 느끼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렇게 그는 ‘홍대앞’이라는 지역을 창조했다. 영어로도 ‘Hongdae-ap’이다. 스트리트H는 홍대앞 사람과 역사, 변화하는 현재를 기록한다.

장성환 대표가 만든 스트리트H는 홍대앞의 지정학적 사회문화적 역사로 남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을 염두에 둔다. /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장 대표는 부침이 심한 동네잡지 시장에서 11년째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동아일보라는 유력 매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스트리트H만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창업 당시 홍대에 여러 잡지가 있었지만 창간호와 폐간호 뿐이었다. 대부분 너무 두꺼웠기에 장 대표는 잡지를 얇게 제작했다. 인쇄 비용도 절감돼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강아지를 돌보는 방법, 맥주의 종류와 시음법 등 다양한 주제를 감각적인 디자인의 인포그래픽으로 담은 포스터도 스트리트H의 인기 콘텐츠다.

목표했던 사업 10년을 넘긴 장 대표는 이제는 홍대앞 지역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 “재미로 시작한 일들에 미션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미래에 나의 일이 어떤 가치로 남을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그의 말을 반영하듯 스트리트H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홍대앞의 지정학적 사회문화적 역사로 남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을 염두에 둔다”고 적혀 있다. 장 대표는 예비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 “재미와 열정은 사업을 시작하는 원동력이지만 시작하고 나면 책임감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선영 재주상회 대표에게 재주상회는 제주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제주를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그룹 재주상회는 매장 운영과 굿즈 제작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한다. 역시나 시작은 로컬매거진 ‘iiin’이었다. ‘살아보는 여행’을 주제로 한 제주 라이프스타일 계간지고, 지금까지 23권이 제작됐다. 여행기자였던 고선영 재주상회 대표는 취재 차 방문한 제주에 정착해 로컬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에서 콘텐츠를 찾다보니 제주의 지역민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며 잡지로 맺은 인연이 제주의 크리에이터와 상품 제작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자체 브랜드 ‘수윔제주’를 만들어 오프라인 활동에 힘쓰고 있다. 제주 로컬크리에이터와 함께 굿즈, 제주도의 생산물로 만든 1차 가공식품 등을 만들어 유통하고 있다. 올리브영과 협업해 재주상회의 매거진 이름을 딴 ‘인(iiin)스토어 탑동’과 중문점을 운영한다. 상품 판매 뿐만 아니라 공간을 기반으로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고 대표에게 재주상회는 제주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다. 그는 재주상회로 “로컬을 로컬답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로컬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나면 파생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대단하다”며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설명했다. 재주상회는 고 대표 자신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가장 나다운 일이 무엇인지 찾다가 시작한 일이 재주상회다.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더 적극적인 라이프스타일 제안

로컬 크리에이터는 매체 바깥에서 더 적극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도 한다. 플레이스캠프 제주는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다. 호텔이 아닌 캠프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용자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찾아나설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플레이스캠프라는 공간(Place)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실행(Play)할 수 있다고 해서 플레이스(Playce)다.

플레이스캠프 김대우 GM. 플레이스캠프라는 공간(Place)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실행(Play)할 수 있다고 해서 플레이스(Playce)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플레이스캠프에서의 활동은 운영진이 파악한 제주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기획된다. 플레이스캠프 제주의 기획·운영을 총괄하는 김대우 GM은 제주의 정체성을 “셀프 유배를 통한 자기탐색의 장소”라고 말한다. 따라서 플레이스캠프는 방문객에게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도전의 기회와 이벤트를 제공한다. 스쿠버다이빙, 패들보트 등이 인기 프로그램이다. 김대우 GM은 “앞으로 음악, 미술전시 등 사람들이 찾는 액티비티가 다양해질 거라 생각한다. 축제 등 새로운 활동 기회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컬 비즈니스 자금조성의 큰 손, 크라우드 펀딩

많은 로컬크리에이터가 와디즈를 통해 사업 자금을 조성한다. 와디즈 황인범 이사는 "로컬의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한 달의 절반 가량 서울 외 지역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로컬크리에이터페스타의 첫 번째 간담회에는 크리에이터 외에 와디즈 황인범 이사도 참여해 로컬에 대한 논의를 확장했다. 와디즈는 2012년 설립해 2019년에는 월 거래액 100억을 돌파한 국내 대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종합 지원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와디즈는 로컬과도 관계가 깊다. 많은 로컬크리에이터가 와디즈를 통해 사업의 마중물 자금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황 이사는 와디즈의 이름을 따 온 사막의 강 ‘와디’를 언급하며 “돈을 융통하는 일을 하는데, 와디즈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흘러들어갈 수 있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펀딩 성공을 지원하는 와디즈의 리워드PD다. 그는 “가능성있는 지역의 아이템과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한 달에 절반가량 제주 등에 상주한다”며 “한 달에 50건 정도 로컬 아이템이 와디즈에 펀딩된다”며 와디즈는 앞으로도 로컬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 될 거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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