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부모님이 먼저 귀촌하신 괴산에 잠시 쉬고싶어 내려왔다가 정착했습니다. 귀촌이나 전원생활에 대한 꿈은 없었지만, 막상 내려오니 원래 살았던 곳처럼 편안했어요.”
서울에서 대학졸업 후 회사생활을 하다 25세에 괴산으로 내려와 정착했다는 홍남화 문화학교숲 활동가는 올해로 괴산에 둥지를 튼지 5년째다. 다소 젊은(?) 나이에 지역에 정착했지만, 새로운 자극이 적고 조용한 지역환경이 자신과 잘 맞는다고 지역에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4명의 청년이 모여 활동하는 ‘문화학교숲’…지역사회 통합 프로그램 진행
홍남화 활동가는 괴산지역 청년들이 설립한 ‘문화학교숲’에서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문화학교숲은 아동, 청소년, 노인 등 다양한 세대를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공동체 회복에 목표를 두고 2014년 설립된 단체다.
문화학교 숲을 설립한 이애란(37세) 대표와 임완준(36세) 활동가는 20대 초반 괴산을 찾았고, 정미연(27세), 유기상(26세) 활동가는 본래 괴산 출신 청년들이다. 문화학교숲은 괴산지역 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하고, 교육 성과 등을 지역에 분배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주로 △교육 △지역활동 △인력개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육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뛰어놀며 몸과 마을을 키우는 전래놀이나, 직접 채소를 심고 수확해 요리하는 프로그램. 사진으로 생각을 표현한다. 이야기를 만들어 공연이나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아이를 비롯한 주민들이 함께 놀고 어울리는 지역통합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매주 셋째 주 토요일에는 지역 고택 홍범식 고가에서 문화예술축제 ‘홍범식 고가에서 열리는 신나는 이야기여행’을 연다.
지역의 인력을 발굴하고, 주민들의 잠재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교사양성과정: 전래놀이 워크숍 △청년 문화예술기획자 양성과정으로 교육 참여자가 주체자이자 문화기획자, 문화생산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다보니 문화학교숲에는 아이를 보내다가 활동가로 참여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여러 연령대가 마을교사로 활동 중이다.
“지역의 전 세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가족 전체 구성원과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더 끈끈한 애정과 신뢰를 갖는 것 같고요.”
“불편한 점? 청년들이 즐길만한 인프라가 부족해요”
홍남화 활동가에게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에 대해 묻자 “또래 친구들에게 너도 내려와 살아보라고 권할수 있을만큼 매력적인 공간이 부족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다양한 삶을 찾으려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괴산은 청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는 “청년들이 일정기간 지역에서 살수 있는 공간이나, 예술가들을 위한 주거·작업공간 등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있으면 청년들이 더 쉽게 다가와 재미있는 일을 벌여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문화학교숲’을 통해 괴산에 더 쉽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괴산 지역민들과도 금방 친해지고 큰 어려움없이, 오히려 많은 응원을 받으면서 지낼 수 있었고요.”
지금 괴산에 거주하는 청소년들도 지역에 남을 수 있어야 한다. 홍 활동가는 “청소년 예술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며 만난 10대 청소년들에게 괴산을 ‘떠나야 할 곳’이 아닌 ‘재미있는 일을 꿈꿀 수 있는 곳’으로 느끼게 하기 위한 고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 활동가는 내년 청소년들과 함께 독립출판, 팟캐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등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이 인쇄, 미술, 미디어 등 다양한 예술작업을 할 수 있는 ‘괴산한 작업실’도 구상 중이다.
내년엔 ‘괴산에서 사는 이야기’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일이 많아 서울에 살 때보다 더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홍남화 활동가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다른 청년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재미있게 살아야 다른 친구들도 내려와서 살아보라고 권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일이 바빠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덜 바쁘게 지내면서 괴산에서 사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3년째 미루고 있는 꿈인데, 내년에는 꼭 해보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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