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바르셀로나, 몬트리올, 서울 등 3개 도시의 커먼스 전문가들이 서울 청년허브 다목적홀에 모여 ‘사회적경제 커먼스로서의 도시를 꿈꾸다’를 주제로 각 도시의 사례를 공유하고 후속 과제를 논의했다.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새로운 경제모델 ‘공유경제’가 성장 중이다. 그러나 공동체 의식 회복, 지역경제 활성화와 같은 본 목적에서 벗어나 기업의 이윤 극대화 수단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공익’을 중심으로 가치를 나누는 ‘커먼스(commons)’ 기반의 공유도시에 대한 고민과 논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도 2012년 시민을 위한 사회혁신 의제로 ‘공유도시’를 선언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P2P재단 창립자이자 국제 커먼스 운동 조직가인 미셸 바우엔스(Michel Bauwens)에 따르면, 커먼스는 매우 오래된 개념으로 인류 역사상 세계 곳곳에서 항상 존재해 왔다. 커먼스는 ‘공유자산’을 일컫는 말로, 자원을 이용하는 공동체가 규칙과 규범에 따라 운영하는 공유된 자원이다. 물과 땅 같은 자연의 산물뿐 아니라 문화적 산물이나 지식처럼 공유된 자산 혹은 창조적 작품도 커먼스에 포함된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C.I.T.I.E.S(사회연대경제의 지식전수와 혁신 확산을 위한 국제 교류센터, 이하 시티즈)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바르셀로나, 몬트리올, 서울 3개 도시가 참여하는 ‘도시 커먼스와 공유도시 학습을 위한 서울연수’를 추진했다. 바르셀로나 5명, 몬트리올 6명, 시티즈 4명 및 서울참가자로 구성된 연수단은 △각 도시별 도시커먼스와 공유경제 분야 경험 공유 포럼 △도시별 도시커먼스, 공유경제, 공유도시 현황 비교 및 기회요인 확인을 위한 심화 워크숍 △서울의 공유경제와 커먼스활용 현장방문 등을 진행했다. 마지막 날인 10월 4일, 3개 도시의 커먼스 전문가들이 서울 청년허브 다목적홀에 모여 ‘사회적경제 커먼스로서의 도시를 꿈꾸다’를 주제로 각 도시의 사례를 공유하고 후속 과제를 논의했다.

“이윤만 추구하는 공유경제에 맞서자!” 퀘벡 공유경제 워킹그룹

피에르 뷔쏭 퀘벡주 경제혁신부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 몬트리올시의 공유경제 생태계와 정부의 노력을 소개했다.

피에르 뷔쏭 퀘벡주 경제혁신부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 퀘벡주 인구의 절반이 사는 몬트리올시의 공유경제 생태계와 정부의 노력을 소개했다.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공유경제 대기업이 등장한 후, 비슷한 형태의 회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주 정부에서는 이런 플랫폼 대기업들이 퀘벡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를 분석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작년 2월 공공정책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출범시켰습니다.”

워킹그룹에는 공공정책·CSR·비즈니스 전문가 등 5명이 참여했다. 피에르는 시 소속 공무원으로 전문가들을 지원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개월. 공유경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퀘벡에서 공유경제가 진화할 방법, 공공 당국의 역할 등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다.

워킹그룹은 시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보고서를 작성했다. 피에르는 “시장 접근성에 대한 경쟁, 사용 주체들의 법적 지위 등 여러 난제를 발견했다”며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영리추구형 기업은 이용자나 사회에 주는 혜택 없이 철저히 시장 위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피에르는 워킹그룹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교훈 5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 새로운 현실을 정의(define)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 안 된다. 이해관계자들 간에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유경제에 포함된 것과 아닌 것을 따지기보다 몇 가지 요소를 간략히 설정한 후 진행해야 한다.

?② 신속하게 공유경제의 주체를 파악하고, 각 주체가 원하는 걸 파악해야 한다. 공유경제 주체 사이에 중요한 이슈, 생태계 속 주체들의 활동 현황 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③ 가이드라인을 사용해야 한다. 워킹그룹의 경우 △개방성 △공정성 △효율성 △공익 등 4가지 원칙을 세웠다.

?④ 공공당국의 주요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공유경제의 사업모델을 변화시킬 때, 모든 이해관계자가 잘 따를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다.

?⑤ 규제의 틀을 현대화해야 한다. 현시대에 맞추지 못한다면 훗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⑥ 규제에서 낙후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주체를 지원할 수 있다.

⑦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몬트리올 공공정책 워킹그룹이 발간한 보고서. 공공정책의 현대화·강화 방법과 더불어 공유경제로 인한 변화·대책 등을 다뤘다. /사진=퀘벡 주정부

‘디지털 커먼스’에 꽂힌 바르셀로나

“앞으로 많은 영역에서 플랫폼 경제가 확대될 것입니다.
커먼스 플랫폼은 사회적경제가 커질 기회를 제공합니다.”

- 마요 푸스테르 (카탈루냐 개방대학교 교수)-

마요 푸스테르 카탈루냐 개방대학교 교수는 바르셀로나의 공유경제를 사례 중심으로 소개했다.

마요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를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 교환 생산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람에게 배분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매개로 하지만, 커먼스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디지털 커먼스로 정의되기 위한 요소들로 ▲거버넌스 ▲경제적 조건 ▲디지털 조건 ▲사회적 책임&임팩트를 꼽았다. 커먼스는 이윤 추구가 주요 동력이 아니어야 하며, 도시의 공공 이익에 부합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버는 대기를 오염시키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이 4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모델은 없다. 마요 교수는 “각 커먼스마다 초점을 두는 특징이 달라 다양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요 푸스테르 교수는 디지털 커먼스를 연구하는 ‘디먼스(Dimmons)’ 연구소장직을 겸한다.

마요 교수는 바르셀로나 디지털 커먼스의 한 예로 에너지 소비협동조합 ‘솜 에너지아(Som Energia)’를 들었다. 협동조합이 플랫폼을 운영하며, 플랫폼 사용자가 조합원이 된다. 현재 조합원은 6만 명을 넘어섰다. ‘솜 모빌리타트(Som Mobilitat)’라는 교통수단(자동차·오토바이·자동차) 공유 협동조합은 카탈루냐에 32개 지점을 뒀다. 마요 교수는 “플랫폼 경제라는 생산 양식은 새로운 기술 발전과 함께 계속 성장한다”며 “디지털 플랫폼이 없었다면 이런 유형의 협동조합들은 만들기 어려웠을 터”라고 말했다.

“디지털 커먼스는 궁극적으로 시민이 직접 도로를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도로를 놓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하는거죠.”

마요 교수에 의하면 현재 바르셀로나 GDP의 7~8%를 사회적경제가 담당한다. 그는 사회적경제가 재원조달의 어려움 그리고 문화적인 갈등 등 한계에 부딪혀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르셀로나의 경우 정부가 ‘커먼스 제안형 플랫폼 경제 계획’을 수립 중이며 이 과정에서 관련 이해당사자나 연구기관, 다양한 주체들과 협업한다.

- Box Interview -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되는 건강한 공유경제 자원 ‘커먼스.’ 서울도 2012년 공유도시 선언을 했지만, 아직 시민들에게 익숙한 표현은 아니다. 바르셀로나와 몬트리올에서 커먼스는 어떤 의미일까? 세실 베르지에 몬트리올시청 사회혁신개발 담당관, 마요 푸스테르 카탈루냐 개방대학교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세실 베르지에 몬트리올시청 사회혁신개발 담당관(왼쪽)과 마요 푸스테르 카탈루냐 개방대학교 교수.

Q. ‘커먼스’라는 개념은 아직 한국에서 생소하다. 바르셀로나와 몬트리올은 어떤가.

A.
(마요) 유럽에서는 익숙한 개념이다. 파리, 밀라노 등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이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경우, 시장이 속한 당 이름이 ‘Barcelona en Comú’인데, 사람들이 이 당을 ‘커먼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고(故)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역시 커먼스에 대해 연구해온 사람이 아닌가.

(세실) 퀘벡에서도 지난 15년 동안 실무자, 연구자들 간에 커먼스라는 개념이 논의돼왔다. 특히 캐나다에는 칼폴라니정치경제연구소가 있어 관련 담론을 내놓는다. 일반인들도 점점 이 개념에 대해 익숙해지는 중이다.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는 리뉴얼 단계에 있다.

Q. 바르셀로나에는 에어비앤비에 대항하는 디지털 커먼스가 있다고 들었다.

A. (마요) ‘Fairbnb*’라는 주거공유 플랫폼 협동조합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기 위해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서 공간을 운영한다. 현재 5개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Fairbnb: 201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주거공유 플랫폼으로, 2018년 협동조합이 됐다. 이윤보다 사람을 지향한다. 아이쿱 협동조합에 의하면 Faribnb는 불법 호텔과 같은 여러 부동산을 운영하는 업체가 아닌 ‘한 등록자 한 숙소 정책’을 가지고 있어, 한 사람이 여러 부동산을 등록할 수 없다.

Q. 커먼스가 통합적인 프레임워크로 발전해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A. (마요) 지금은 커먼스가 사회적 약자까지 충분히 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커먼스에서 여성은 돌봄이나 교육 관련 분야로만 밀려났다. 마치 여성 고유의 영역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커먼스로 플랫폼 사업을 했을 때 여성의 참여가 1.8%인데, 오히려 일반 자본주의 플랫폼 사업에서는 30%라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커먼스 자체의 확대를 위해 환경이나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있다. 성장을 위해 소외계층이나 환경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 통합적인 프레임워크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커먼스의 민주주의를 확보할 수 있다.

서울-바르셀로나-몬트리올의 도시 커먼스 비전은?

토론에서는 도시 커먼스와 공유경제 관점에서 각 도시의 비전과 진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토론 세션의 좌장을 맡은 마틴 반덴보르 시티즈 상임이사는 참가 전문가들에게 도시 커먼스와 공유경제 관점에서 각 도시의 비전과 진화 과제를 물었다. 각 도시 전문가들의 답변을 모았다.

[서울]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서울시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삶’의 비전이 무엇인지 집단으로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단순히 자원을 플랫폼으로 모아 놓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좋은 삶에 부합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르셀로나] 마요 푸스테르 카탈루냐 개방대학교 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회사들이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담론들에 대해 우리가 반박을 제기하고, 대안적인 모델을 만들고 있죠. 앞으로 공유경제의 측면에서 협업네트워크를 강화해 더 많은 일을 하고 공동의 대응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몬트리올] 세실 베르지에 몬트리올시청 사회혁신개발 담당관

“몬트리올에는 여전히 사적 소유의 개념이 너무 강력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긍정적인 대안을 먼저 만들어내고 시민들에게 좋은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박재하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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