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RF는 비판적 연구와 창의적 제안으로 아시아 도시 곳곳에서 새로운 차원의 사회 변화를 만드는 청년의 문제 해결형 커뮤니티를 만들려 한다.

액티비스트리서처(Activist Researcher).

활동과 연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시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활동가와 연구자를 합친 표현이다. 6일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 청년허브 다목적홀에는 한국, 홍콩,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7개국에서 뽑힌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들이 모여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청년 20명은 1월 5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머물며 ‘청년들의 미래 권리를 위한 전환적 구상’이라는 주제로 환경·기술·목소리를 탐구한다. 열흘간 워크샵·강연·실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날 서울시 청년허브가 서울연구원, 청년재단과 함께 개최한 ‘제1회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 펠로우십(Asia Young Activist Researcher Fellowship, AYARF) - 급진적 콘퍼런스’에서는 3명의 외국인 연사가 바다 건너에서 화상 연설을 진행했다. 말로만 변화를 주창한 게 아닌, 실제로 정부 혁신, 기후문제 해결 분야에서 변화를 이룬 액티비스트리서처들이었다.

디지털 시민성, 연결과 협력을 통한 급진적 미래 상상하기

오드리 탕 장관은 정보 공개로 시민과 정부의 신뢰 생태계를 구축한 해커다.

이날 1부에서는 대만 디지털특임장관 오드리 탕(Audrey Tang)이 정부와 민간, 시민을 디지털 커뮤니티로 연결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15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실리콘밸리의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대만국가개발위원회 등 공공부문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2014년 대만에서 벌어진 ‘해바라기 운동’ 이후 ‘행동하는 시빅해커’로 불리는 오드리 탕. 그는 당시 오픈소스 온라인 플랫폼 ‘거브 제로(g0v)’를 통해 대만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참여 운동을 벌인 바 있다. 플랫폼을 이용해 시위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데이터로 수집해 바로바로 공유한 것. 이를 시작으로 현재는 이해하기 힘든 정부 자료를 시각화한 자료, 의회에서 벌어지는 일 등이 올라와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 탕 장관은 그 공을 인정받아 2016년 대만 정부에 의해 장관으로 임명됐다.

거브 제로 운동으로 대만은 정부와 시민이 더 가까워졌다. 그는 이를 정부 차원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관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기관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보수적인 정부가 어떻게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유하게 했냐”는 참가자의 질문에 탕 장관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설득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정부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시간 비용을 줄이고, 시민들이 정부를 더 믿게 만든다고 설명하며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액티비스트리서처, 환경 문제 풀다

잭커리 라고는 산호초가 모든 생태계의 근본적인 힘이라고 보고 연구하며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낸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환경 문제를 풀기 위해 앞장선 사람들의 사례도 공유됐다. 다이버이자 산호초 연구자 잭커리 라고(Zackery Rago)는 산호초를 생태계 문제의 지표로 정하고 활동한 경험을 나눴다. 그는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일어나는 산호초 백화 현상을 탐구하고 그 경과를 영상에 담았다. 영상은 ‘산호초를 따라서’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에 올라갔고, 에미상 최우수 자연 다큐멘터리상과 피버디상까지 받았다.

라고는 생태계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멀고 어렵게 느끼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생태계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딱딱한 이미지로 비춰지는데, 사실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꼭 과학자가 돼야 하는 건 아니며, 예술가나 정치인으로서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고는 현재 ‘The Ocean Blueprint’라는 NPO를 운영하며 대중과 과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26살 뉴질랜드 국회의원 클로이 스와브릭(Chlöe Swarbrick)은 최근 뉴질랜드 의회에서 통과시킨 ‘탄소 제로 법안’을 이끌었다. 탄소 제로 법안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없애자는 내용으 담고 있다. 하나의 정당이 아니라 스와브릭 의원이 속한 녹색당을 포함해 뉴질랜드 제1당, 노동당 등에 소속된 청년활동가들이 함께 입안한 법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클로이 스와브릭 의원은 지난해 11월 4일 열린 뉴질랜드 의회에서 기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며 기성세대의 야유를 받자 “OK, Boomer(오케이 부머)”라 응수했다. /사진=가디언지 유튜브 영상 캡처

특히 스와브릭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 법안에 대해 의회에서 발언하다가 기성세대의 야유를 받자 “OK, Boomer(오케이 부머)”라고 맞받아쳐 화제가 됐다. ‘오케이 부머’는 베이비 부머 세대와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던지는 표현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중이다. 스와브릭 의원은 “40-50대 의원들은 평생 똑같은 일만 하며 같은 입장만을 고수하는 경향이 크다”며 “젊은 세대는 이보다 더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로 임할 수 있으므로 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며, 특히 정치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1부 연사 중 유일한 한국인인 녹색전환연구소의 이유진 연구원은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과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총괄간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녹색 정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는 과거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 성대골에서 활동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에너지전환 운동을 시작한 성대골은 2012년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된 이후 2014년까지 3년간 에너지 절약문화 확산을 위한 절전소 운동, 에너지진단, 착한가게 캠페인, 에너지학교 등을 추진했다. 이 연구원은 “시민들이 자기의 에너지소비량을 하나하나 벽에 기록하며 많은 걸 배우고 리빙랩, 마을 연구원 등의 활동을 이끌었다”며 마을 중심의 에너지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연구원은 아직도 값싼 연료라는 이유로 핵발전과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건 결국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돌아가므로 사회 경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지금 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사람, 아이디어, 의지를 모아야 한다. 그는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이 ‘기후 문제에서 자본주의가 문제다’라고 말한 데 동의한다”며 “우리에게 임금을 주는 일자리는 아직도 석탄을 연소하고, 이는 사회·경제 시스템 속에서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이 왜곡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왔다”고 말했다.

사진. 서울시 청년허브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