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개하는 경제활동, 플랫폼경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도 플랫폼경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신년을 맞아 플랫폼경제에 대한 이슈들을 정리해보고,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사회적경제를 통한 해법은 무엇인지 <이로운넷>이 앞서 살펴봤다.

 

고용 불안정성과 독점성, 플랫폼 기업에서 자주 발생되는 문제다. 종사자는 유연한 근무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한국의 ‘타다,’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보여주듯 업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기도 쉽다.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며 양측의 정보를 독점한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가 관련 규제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플랫폼경제의 성장속도가 빠른 만큼 시기적절한 대응이 쉽지 않다.

해외에는 280여개 플랫폼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출처=PCC 홈페이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경제영역에서 등장한 게 ‘플랫폼협동조합’이다. 영국혁신재단 NESTA와 영국협동조합연합(Cooperatives UK)이 발간한 보고서 ‘플랫폼협동조합, 자본주의 난문제 풀다(Platform Co-operatives–Solving the Capital Conundrum)’는 플랫폼 협동조합을 “중간 매개자 없이 개인과 개인을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 기술이 가져다주는 기회와 협동조합운동의 원칙이 결합된 것”이라 설명한다. 기존 플랫폼 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다르다. 멀리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 당사자인 조합원들에게 기업 소유권이 있다.

플랫폼에 협동조합 운영방식 적용...세계로 퍼지는 운동

아직 눈에 띄는 규모는 아니지만, 국내외에서 플랫폼협동조합의 움직임도 있다. 트레버 숄츠 미국 뉴스쿨 교수가 ‘플랫폼 개발자, 서비스 제공자, 이용자, 노동조합, 지역사회가 주인이 되어 플랫폼 운영방향을 함께 결정하고 수익을 공정하게 공유하자’며 사회운동을 벌인 게 시초다. 플랫폼협동조합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 ‘플랫폼협동조합운동 컨소시엄(Platform Co-operativism Consortium, PCC)’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세계적으로 약 280개의 플랫폼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플랫폼협동조합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 ‘플랫폼협동조합운동 컨소시엄(Platform Co-operativism Consortium, PCC)'. /사진=PCC 홈페이지 캡처

협동조합 유형을 사업자협동조합·직원협동조합·소비자협동조합 등으로 나누듯, 플랫폼 관련 협동조합도 주체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제 1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서 △제공자들이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는 협동조합 △제공자들이 주체가 된 협동조합 △제공자-이용자-플랫폼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들이 결합한 형태로 협동조합 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형에 따라 국내외 사례를 조사해봤다.

1. 서비스 제공자들이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는 협동조합

노동자들이 직접 모여 플랫폼 기업을 운영하는 유형이다. 독립된 생산자들이 모여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공동으로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것. 영국 전국협동조합연합 코퍼라티브즈UK 사이먼 보킨은 이 형태에 대해 “생산자들은 협동조합을 소유하는 조합원으로서 조직을 함께 운영하지만 생산은 각자 별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스톡시 유나이티드는 기업 소개란에 예술가들이 소유하는 협동조합임을 밝히며 창작자들의 프로필을 공개한다. /사진=스톡시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캐나다에 기반을 둔 ‘스톡시 유나이티드(Stocksy United, 이하 스톡시)’는 스톡 사진을 판매하는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다. 스톡 사진이란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미지로, 온라인 플랫폼 ‘게티이미지뱅크,’ ‘셔터스톡’ 등이 업계에서 유명하다. 스톡시는 작가들이 공동 소유하는 플랫폼을 운영해 50%~75%의 로열티가 창작자에 바로 귀속되게 한다. 업계 최상 수준이다. 조합원은 관리자급(Class A), 스태프급(Class B), 창작자급(Class C)로 나뉘며, 각 급에서 최소한 2명이 이사회에 포함된다. 세계 약 65개국에서 980명의 창작자가 활동 중이며, 2016년 기준 1,07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스톡 사진 협동조합의 성공모델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예는 가사노동자플랫폼협동조합 ‘라이프매직케어 협동조합(이하 라이프매직케어)’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소속 협동조합들과 함께 프랜차이즈로 재작년 설립했으며, 돌봄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어플리케이션 ‘우렁각시’를 만들어 직접 운영 중이다. 일반 플랫폼보다 수수료를 적게 받고, 조합사 가맹점에서 가사 노동자 자조모임·상호부조 등을 진행하는 등 공급자 중심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2. 서비스 제공자들이 모인 협동조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은 없지만, 종사자의 소속감과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따로 설립한 경우다.

프랑스의 사례로 ‘코파남(Coopaname)’을 들 수 있다. 코파남은 2004년 설립돼 현재 750명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사업고용협동조합(Cooperative d’activites et d’emploi, CAE)이다. 여러 업무분야에서 활약하는 프리랜서들이 주 구성원이다. 컨설턴트·번역가·정원사·IT개발자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고용하며, 급여는 당사자들이 번 수입에서 지급되는 구조다.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예비사업가들은 이곳에서 무급으로 인큐베이팅 과정을 밟는데 이후 수입을 발생시키면 직원이 될 수 있다.

한국 모델로는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 있다. 기사들은 ‘로지소프트,’ ‘카카오T대리’ 등 다양한 온라인 대리운전 서비스로 그때그때 일감을 얻는다. 특정 회사에 소속된 게 아니라 목소리를 소속감을 느끼거나 목소리를 모으기 어렵다. 이상국 총괄본부장은 “일의 특성 때문에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가 없는 대리기사들끼리 뭉쳐 만든 협동조합”이라며 ”무이자 소액대출, 직업안전교육, 동호회 등을 스스로 운영해 심리적 정주공간과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3. 서비스 제공자·이용자 모두가 조합원인 플랫폼 협동조합

플랫폼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를 거래하는 사용자와 생산자 모두가 조합원이 돼 해당 플랫폼을 함께 소유하는 형태다.

‘레소네이트(Resonate)’는 블록체인 기반 스트리밍 음악 플랫폼이다. 보고서 ‘플랫폼협동조합, 자본주의 난문제 풀다’에 의하면 예술가(45%), 청취자(35%), 노동자(20%)가 민주적 운영권을 나눠 가지며, 이 모델을 통해 음악가들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보다 2.5배나 많은 수입을 얻는다.

한국의 예는 아직 없다. 최영미 라이프매직케어 대표는 "이용자까지 조합원으로 끌어들이기에는 아직 시장 구축이 덜 돼 있다"며 "굳이 예를 들자면 아이쿱생협이나 한살림 등 기존 생협이 운영하는 온라인 마켓 정도"라고 전했다.

유형별 플랫폼 관련 협동조합

장밋빛 미래? 자금 조달·제도 부재 등 과제도

플랫폼협동조합은 플랫폼노동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한가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규모화 과정이 필요하다.

노동자가 정당한 대가와 안전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모습 같지만, 플랫폼 협동조합이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트레버 숄츠 교수는 플랫폼협동조합을 “실리콘벨리 같은 곳에서 똑똑한 한 명이 만들어주는 걸 나머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걸 이용하는 모든 이가 초기부터 함께 만들어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는데, 바로 이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본조달 문제가 가장 크다. 오로지 수익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사업모델이라 거대 자본을 끌어들일 동력이 부족하다. 사이먼 보킨은 “협동조합은 벤처캐피탈 모델처럼 위험의 감수와 공유 또는 기대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새로운 자금지원 모델 발굴을 강조했다.

협동조합 운영 특성과 진입장벽으로 생기는 문제도 있다. 닉 셔니섹은 그의 저서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이 여전히 정보, 네트워크 효과, 재정 자원 규모 면에서 앞서기 때문에 플랫폼협동조합을 물리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경제학자 루퍼스 폴락은 자신에 홈페이지에 "협동조합은 느리고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아 다른 회사들과 성공적으로 경쟁하기 힘들다"고 적었다.

플랫폼경제에 관한 법·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라이프매직케어의 경우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로 사회적협동조합이 아닌 일반협동조합 형태를 선택했다. 직업소개사업은 개인 간 거래라 부과세가 면제되는데 라이프매직케어는 가맹사업이라 법인 간 거래로 처리되어 부가세를 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최 대표는 “관련 법·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참고할 선행 사례도 없어 혼선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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