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2025년 산업재해근로자의날 및 추모주간 참배행사에서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계 참석자들이 산업재해희생자위령탑에 참배하고 있다. 2025.04.28./뉴시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2025년 산업재해근로자의날 및 추모주간 참배행사에서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계 참석자들이 산업재해희생자위령탑에 참배하고 있다. 2025.04.28./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반복된 산재 사망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한낱 수사에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의 잇단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직을 걸고 대처하라"고 했고, "면허를 취소하게 만들어야 한다",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이어 8월 6일에는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징벌적 배상까지 포함한 제도 개선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처럼 강한 메시지를 낸 적은 드물다. 그러나 이 문제를 포스코이앤씨 하나로 수렴시켜선 안 된다. 면허를 취소하든 안 하든, 그보다 먼저 건설업 전반의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죽음은 시스템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 "사망자는 늘고, 시스템은 그대로"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건설업에서만 1,521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에서는 1,458명이 사망했다. 건설업은 해마다 전체 산업 사망자 중 약 40% 안팎을 차지해왔다. 2022년 46%, 2023년 43.8%, 2024년 39.7%다. 2025년 1분기에도 건설업 사망자는 전체의 45.7%에 달한다.

이 수치는 단순히 '위험한 업종'이라서 나오는 결과가 아니다. 산업안전관리체계가 전면 개편됐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사망자는 줄지 않았다. 이는 곧 산업재해가 제도나 법 이전의 구조적 문제임을 뜻한다.

사망 유형을 보면 그것이 더욱 명확해진다. 2025년 1분기 기준 '떨어짐(추락)'이 33%로 가장 많았고, 교통사고, 끼임, 물체에 맞음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기본적인 보호구와 설비, 작업 절차만 지켜도 막을 수 있는 '후진국형 사고'들이다.

"하청은 죽고, 원청은 버틴다"

특히 대형 건설사 시공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90% 이상이 하도급 소속이라는 사실은 더 심각하다. 포스코이앤씨든, 현대건설이든, 삼성물산이든 마찬가지다. 원청은 책임과 명예를 갖지만, 실질적인 작업지휘는 하청 소장에게 있다. 책임과 권한이 분리된 구조에서, 사고의 책임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학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에서만 2,571명의 사고재해자가 발생했고, 그중 사망자는 21명에 달한다. 이는 2023년보다 무려 110% 증가한 수치다. 현대건설이 5년간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포스코이앤씨도 5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즉, 포스코이앤씨가 유별나서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다. 이 통계는 한국 건설업의 정상적 작동 결과가 바로 죽음임을 보여준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29일 오후 인천 연수구 포스코이앤씨 인천 송도사옥에서 지난 28일 경남 함양~창녕 고속도로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지난 28일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5.07.29/뉴시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29일 오후 인천 연수구 포스코이앤씨 인천 송도사옥에서 지난 28일 경남 함양~창녕 고속도로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지난 28일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5.07.29/뉴시스

구조적 원인 ① 최저가 낙찰, 공기 단축

건설사들은 대부분 최저가 입찰제도 아래에 원가를 맞춰야 한다. 공정별 안전예산은 대부분 "있는 듯 없는" 항목이다. 낙찰 후에는 공사 기간 단축 요구가 이어진다. 설계는 안전을 고려해도, 공사 현실은 예산과 속도를 좇는다. 이 과정에서 안전은 늘 뒷순위로 밀린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안전관리 혁신'을 강조해왔지만, 지난달 28일에는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사망했고, 불과 일주일 뒤인 8월 4일에도 또 다른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안전의 말과 현실 사이엔 언제나 깊은 골이 있다.

구조적 원인 ② 일용직 85%, 숙련이 누적되지 않는다

건설 노동자의 85.4%가 일용직이라는 사실은 또 하나의 위기를 드러낸다. 작업자는 매일 바뀌고, 숙련과 책임은 축적되지 않는다. 팀워크도, 현장 이해도도 불안정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용 구조가 반복되는 안전사고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특히 사망 사고가 반복된 현장을 보면, '같은 유형의 사고'가 수개월 간격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같은 작업, 같은 장비,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사람도 시스템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개막한 4.28 산업재해 노동자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 첫 해 기념 '싸우는 산재노동자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5.04.28./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개막한 4.28 산업재해 노동자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 첫 해 기념 '싸우는 산재노동자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5.04.28./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징벌적 배상제 도입"까지 언급했다. 대통령으로서 가능한 최고 수위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처벌로 멈추는 기업은 드물지만, 구조를 바꾸면 사고는 멈춘다.

실제로 국회에는 발주자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또한 정부는 <재하도급 실명제>, <공사비 내 안전예산 의무 반영>, <공기 하한제>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원청의 책임을 형식이 아닌 실질로 전환하는 일이다. 입찰 기준에 '공사비'가 아니라 '안전실적'을 넣고, 작업책임자에게 법적 권한과 예산을 함께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책임이 생긴다.

죽음은 사회의 책임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사망 사고는 분명히 기업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 사고를 가능하게 한 구조는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우리는 죽음이 "불운한 사고"로 처리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죽음은 기계가 덜컥 멈추는 순간에 생기는 게 아니라, 예산이 잘릴 때, 공정이 밀릴 때, 관리가 생략될 때 이미 예정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사람보다 돈이 귀한 사회"는, "사람이 죽는 게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말한다. 포스코이앤씨를 처벌하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누구를 벌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바꿀지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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