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이 열린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석자들이 요구사항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2.09.14/사진=뉴시스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이 열린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석자들이 요구사항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2.09.14/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다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8일 당정 실무협의회를 열고 8월 4일 본회의 상정을 목표로 법안 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법안 처리 과정에서 노동계는 정부안이 "후퇴된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여당은 '경제 부담'을 이유로 통상마찰 우려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 "지난해 원안을 기초로"…민주당-정부, 본회의 통과 목표

이날 국회에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주영 의원이 비공개 당정 실무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을 8월 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고 작년 거부권이 행사됐던 법안을 기초로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 중"이라며 "쟁의행위 범위나 유예기간 등은 원안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정협의에는 민주당 안호영 환노위원장, 김주영 간사, 박홍배·이용우 의원 등과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 권창준 차관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이후 법안은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로 회부됐다.

안호영 위원장은 "변화하는 노동 현실에 맞게 노동 현실을 규율하는 법도 바꿔야 한다"며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 활동을 방해하거나 저해할 목적으로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있어 많은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현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관련 더불어민주당-고용노동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관련 더불어민주당-고용노동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영훈 장관은 "모든 국민은 근로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근로조건은 인간 존엄성에 기초해 노사 간 사회적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천문학적 손해배상소송과 극한투쟁을 반복해온 현실을 바꾸는 것이 개정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사람 위에 법 없듯이, 수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된 만큼 이 법은 '사람을 살리는 법'이며 정부는 법이 빠르게 안정적으로 현장에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환노위 법안소위서 여야 격돌…"합의냐 강행이냐"

김주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관련 제1차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같은 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노란봉투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여당인 민주당은 "더 논의할 여지가 없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졸속 입법은 안 된다"며 법안 논의 연기를 요구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은 이미 21대 국회에서 통과됐고 22대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거쳐 의결된 법안"이라며 "국회 내에서 수차례 청문회가 열렸고 필리버스터까지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박홍배 의원은 "그 어떤 법안보다 많은 논의를 거쳤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경영계조차 손해배상·가압류 남용 문제를 인정하며 '3조 개정은 수용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입장을 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논의를 더 이어가야 하는 이유를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노동법은 그동안 줄곧 노사 합의로 만들어졌다. 일방적 입법으로 강행 처리한 전례는 없다"며 "지금 미국과 통상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업 활동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을 국회가 밀어붙인다면 기업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특히 "노동계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경제단체인 경총에서조차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기존 입장을 일부 수정하며 전향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며 "이런 국면에서 무리하게 통과시키기보다 오히려 협상의 물꼬가 트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도 "쟁점이 뚜렷한 법안을 소위에서 졸속 심사해 통과시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야 간사가 별도로 머리를 맞대고 법안에 포함된 독소조항을 걷어낸 뒤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법사위 숙려 기간 문제로 8월 4일 상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계는 이 시점까지 '온전한 원안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민주노총·한국노총 "후퇴한 개정안, 절대 수용 못해"…3대 핵심요구 제시

대선공약으로 노란봉투법 재추진을 외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SPC삼립 산재 현장을 찾아 "목숨값이 300만 원일 수 없다"며 노동 현실을 직격하며 '노란봉투법' 재추진과 더불어 노동개혁 논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검토 중인 정부안에는 '쟁의행위 범위 축소', '부진정 연대책임 조항 유지', '법 시행 시점 1년 이상 유예'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노동계는 "개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영훈 장관은 지난 2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만나 "공식 당정협의가 시작되면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이 공동으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후퇴 없는 온전한 통과를 강하게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누구나 노동조합 할 수 있는 세상,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현장, 손배·가압류가 노동 3권을 훼손하지 않는 사회가 우리가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요구해왔던 내용"이라며 "노동 3권이 보장되는 사회, 원청과 하청이 교섭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오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그간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그런데 정부안에서는 손배소 책임 제한 조항이 대폭 축소됐고, 사용자·노동쟁의 범위 역시 의미가 퇴색했는데 이는 노동권 확대가 아닌 노동권 무력화"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법 개정안을 이재명 정부와 노정관계를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오늘 정부안이 후퇴한 채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어떤 정치적 명분도 받아들이지 안고 온전한 개정을 위해 모든 조직과 역량을 총동원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3대 핵심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째,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노동자 추정 조항' 도입 △둘째,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사내하청 원청 사용자성 명시' 조항 삽입. △셋째, 노조의 단체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조 외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조항 신설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국회는 오늘 헌법의 노동3권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보장되지 않는 부조리한 상황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하청노동자는 모든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 사용자에게 그 어떤 책임을 강제하지 못한 노조법 때문에 일터에서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고 했다.

현행 노조법상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직접 교섭은 불가능하다. 노동계가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지난 25일 한화오션과 현대제철의 부당노동행위 행정소송 1심 판결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법원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단지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상대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면 하청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는 실질적 지배·결정력을 행사하는 원청에 단체교섭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총은 고용노동부를 향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안보다 후퇴된 내용을 가지고 와서 국회의원과 양대노총에 설명을 했다"며 "고용노동부에 경고한다. 국민의힘과 같이 경총의 용역회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똑바로 인식하라"고 강조했다.

◆ "이재명 공약 실현"…노란봉투법, 노동개혁 1호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 임원들에게 사고경위와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 임원들에게 사고경위와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한 국민주권 정부의 개혁 입법 1호로 추진되고 있다. 법안의 골자는 △원청의 하도급 노동자 책임 강화 △쟁의행위 범위 확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다.

그동안 두 차례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전 정부의 거부권으로 무산됐고 이번에는 7월 임시국회에서 재추진 중이다. 핵심 쟁점은 노조법 제2조 2호·5호의 '사용자' 및 '노동쟁의' 범위를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 여부다. 노동계는 법률로 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자 노동개혁의 시금석으로 떠오른 이번 입법이 실제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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