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9일 국회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김문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의 충돌로 인해 사실상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의 파국을 알리는 장면이 됐다. 이날 오전만 해도 '화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가 일부 존재했지만, 결과는 정면 충돌과 공개 퇴장, 그리고 예고 없는 침묵뿐이었다.
이제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결렬'을 넘어서,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초유의 미등록 사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국회 의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도부는 환영과 예우를 갖췄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꽃다발을 들고 직접 마중에 나섰다. 김 후보는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권 원내대표는 김문수 후보의 업적과 성과를 나열하며 "청렴결백의 아이콘", "맹활약의 전설"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김 후보가 마이크를 잡자마자 무너졌다. 그는 준비된 원고를 통해 "당 지도부가 저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기호 2번으로 앉히려 한다"며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고 "온갖 불법·부당한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까지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한 것이다. 그는 "한 후보가 이재명을 이겨본 적 있나. (후보) 경쟁력 조사에서 저와 한 후보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가 승리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영세 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지도자라면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반격한 뒤 자리를 떴고 김 후보 역시 고성과 만류 속에 퇴장했다. 회동은 아무 결론 없이 사실상 산산조각났다.
이날 오후까지도 국민의힘은 예정대로 단일화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덕수 후보 측은 "결과에 승복하고, 앞설 경우 입당해 후보 등록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았고 추가 회동 역시 계획에 없다.
김 후보는 "강제 단일화는 검증받지 않은 무소속 후보에게 후보 자리를 넘기려는 기획"이라며 지도부와의 절연을 선언한 상태다. 반면 지도부는 "김 후보 본인이 단일화를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단일화 시한(5월 10~11일 후보 등록 마감일)을 앞두고도 물리적·정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 등록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덕수 후보를 향해서는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허욕에 들떠 탐욕만 부리다 퇴장하면 남는 건 추함뿐", "줄타기 관료 인생의 허망한 끝"이라고 비꼬았다. 지도부의 단일화 기획을 사실상 '부회뇌동'이라고 규정하며 "비상식이 아닌 반상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날 오후 3시 20분경 김문수 캠프의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을 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홍준표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안을 받았지만 맡지 않는다고 했다"며 일축했다.

후보 미등록 가능성까지도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지도부가 직인을 찍지 않으면 후보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고, 한덕수 후보는 입당 없이는 정당 추천을 받을 수 없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국회서 취재진과 만나 "후보를 아예 내지 않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조국·원내행정국 등 당 조직 내부에선 후보 교체 등 현실적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보수진영 내 분열은 회복 불능 수준으로 악화된 상황이다. 만일 단일화가 최종 결렬되고 두 후보 모두 등록하지 못할 경우, 국민의힘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는 정당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준석개혁신당 대선후보의 양자 구도로 치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권 교체를 위한 경쟁이 아닌, 후보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공당이 대선 레이스에서 스스로 이탈하는 상황. 이제 남은 시간은 하루뿐, 그 결과가 누구의 책임인지보다 무엇을 잃게 되는가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