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국민의힘은 저렇게 지들끼리 싸우다가 자멸하겠어."
8일 오전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간의 논쟁이 뉴스로 쏟아지는 가운데, 점심시간 식당에서 TV화면에도 두 사람의 공방이 나오자 이를 지켜보던 50대 여성들이 일제히 수군거렸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자기 사람 심기' 경쟁에만 몰두한 국민의힘의 민낯이 국민의 일상 속에 여과없이 침투한 순간이었다.
국민의힘 대선 국면이 한 편의 '자해극'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식 대선 후보인 김문수를 두고 당 지도부, 무소속 예비후보 한덕수가 '단일화'라는 미명 하에 벌이는 내분이 정점에 치닫고 있다. 국민들은 이를 두고 정당 민주주의의 부정이자 국민의 선택을 농락하는 정치적 '역모'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오전, 김문수 후보는 여의도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단일화는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기획"이라며 "당 지도부는 지금 당장 손을 떼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의힘 당헌 74조의 '당무 우선권'을 발동하며 지도부의 단일화 압박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김 후보는 일주일 간의 선거운동 후 방송토론과 여론조사를 통한 '자발적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지도부와 한덕수 측은 이를 ‘시간 끌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저는 당의 정당한 공식 후보"라며 "당 지도부가 등록조차 하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내세워 합법적 후보를 끌어내리는 것은 정당 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우기 위해 출마했지, 당 내부 권력 다툼에 희생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 지도부의 총공세…권성동 "알량한 자리 지키기 위한 쇼"

이에 대해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며 기존 계획대로 오후 6시 TV 토론과 그에 따른 여론조사(당원 50%, 국민 50%)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덕수 예비후보도 "당이 정한 일정이라면 김 후보의 불참과 상관없이 토론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후보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사실과 다른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현 한덕수 캠프 대변인은 "김 후보는 단일화를 하자는 게 아니라 피하자는 것"이라며 "86%의 당원이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거부를 '자리 지키기 쇼'라며 김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그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정당은 당원의 의사를 받들어야 한다. 당원 80%가 단일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그렇게 힘이 있으면 대선 후보에 나갔겠지, 왜 관리만 했겠나"라며 "단일화를 본인이 약속했으면 지켜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급기야 이들은 단일화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하는 모습은 당내 갈등이 이미 임계점을 넘었음을 보여준다.

◆ 민주당 "국민의힘 단일화는 역모…후보 축출은 자해극"
더불어민주당은 이 상황을 두고 "단일화의 탈을 쓴 역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은 "당원과 국민이 뽑은 대선 후보를 억지로 끌어내리는 것은 정치적 쿠데타"라며 "후보 자리를 윤석열의 대리인에게 상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단일화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덕수는 정치 잡초 같은 근성이 없어 김문수의 치열함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막장 사기극이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 못하다"며 "후보를 본인 손으로 뽑아놓고 본인 손으로 끌어내리는 정치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후보 단일화'지만, 본질은 당권 주도권을 둘러싼 내전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김문수 후보가 합법적으로 경선을 거쳐 당선된 공식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단식과 여론전을 동원해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밀어붙이는 모습은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단일화라는 명분 아래 벌어진 '김문수 축출 작전'은 정당의 공론과 당원의 의사를 대의해야 할 지도부가 오히려 정치적 폭주를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봉사가 아닌 당권을 위한 투쟁의 장으로 전락할 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자멸이다. 이 위태로운 자해극, 그 끝은 정권이 아닌 보수의 붕괴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