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 내 혼란이 국민의힘에서 벌어졌다. 친윤(친윤석열) 지도부가 자행한 후보교체 시도가 당원 투표로 부결되며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대선 후보 자격을 되찾았다.
이번 한밤의 당내 쿠데타 사태는 단순한 경선 혼란을 넘어, 극우 종교세력과 연계된 정치 실험의 실패이자, 당의 민주적 정당성 자체가 위협받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국민의힘은 11일 하루 사이에 전례 없는 정치적 급변을 겪었다. 새벽 0시 45분, 지도부는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전격 박탈했고, 곧바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는 수순을 밟았다.
후보 등록 공고와 단독 후보 발표가 일사천리로 이어졌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는 한덕수 후보 확정 여부를 묻는 ARS 당원투표가 진행됐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밤 11시 30분, 김문수는 공식적으로 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이번 사태는 파면된 내란 수괴 피고인 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친윤 세력의 정치 장악 시도가 당원들의 '반란'으로 좌초된 상징적 사건이다.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를 파괴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이를 '정당 쿠데타'로 규정해도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국민의힘의 구조적 극우화 흐름이다. 김문수 후보는 수년간 전광훈 목사와 함께 극우 종교·정치 활동을 펼쳐온 인물로, 이번 복귀 역시 전광훈의 공개적 압박과 지지 세력의 조직적 개입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 지도부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결정한 자격 박탈을 뒤집은 것은, 외부 종교세력이 국민의힘 경선에까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단지 일탈적 사례가 아닌, 국민의힘 내부에 뿌리 내린 극우 포퓰리즘과 정당성 훼손의 현실을 드러낸다. 한때 보수의 '빅텐트'를 주장했던 국민의힘은 이제 중도와는 거리가 먼 폐쇄적 정치집단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선 '빅텐트'는 커녕 '빈텐트'만 남았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정치적 의미도 작지 않다.
한덕수 교체안을 주도했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고, 권성동 원내대표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는 사실상 친윤 주도의 당권 연장 시도가 실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향후 대선 구도에서 김문수가 유의미한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김문수와 한덕수 간 단일화 효과가 3%포인트 안팎에 불과했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열세가 여전했다. 즉, 후보가 누구이든 보수 진영의 지지율 판세를 바꾸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문수가 '비주류 반란'의 중심이자 극적인 복귀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컨벤션 효과'는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그 효과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소진될 것인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후보 교체 실패를 넘어, 보수정당이 극우 세력과의 선 긋기에 실패할 경우 어떤 혼란과 정당성 위기가 닥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이제 전광훈과 같은 외부 세력과의 관계 설정을 명확히 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중도와의 거리만큼이나, 민주주의와의 거리도 더욱 멀어질 것이다.
국민 여론을 외면한 채 특정 이념과 세력에 편승하는 정치세력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의 결집과 소란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상식과 균형, 그리고 민주주의다.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를 단순한 당내 갈등으로 치부한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민심의 심판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국민에 대한 책임에 있으며, 이를 저버린 정치세력에게 미래란 없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 정치세력의 복원이 요원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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