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윤병훈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극우...윤석열 투표자에 대한 착취의 결과물

광장이 윤석열을 향한 지극히 감정적인 광기로 들끓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변론이 종결된 이후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여론은 35퍼센트(한국갤럽 25.3.6일자 조사)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후보가 얻은 48.56퍼센트보다 14퍼센트 정도가 빠졌습니다만 광장에는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이재명(혹은 민주당이나 문재인)을 향한 막연한 적개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광적인 집회에는 단 하나의 감정만이 존재합니다. 이성을 앞선 이유없는 '분노'입니다. 

2022년도 윤석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대다수가 내란으로 온 나라를 혼돈의 나락으로 밀어넣은 '그'를 변함없이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해석이 필요합니다. 지난 대선의 윤석열 투표자에 관해 논의할 때 이해해야 할 사실은 그들의 압도적 다수가 이전 선거에서 이명박, 박근혜 투표자였고 그 이전에는 노태우, 전두환 투표자 였다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대다수 윤석열 투표자는 자유당(혹은 반공당, 지금은 국민의 힘)의 지지자들입니다. 

지독한 당파적 정치를 특징으로 하는 선거가 거듭되면서 당파성이 우리의 본성에까지 뿌리내리고, 우리의 집단적 합리성을 왜곡시켜왔습니다. 어디서나 의견의 차이가 너무 커지면 공격성이 촉발됩니다. 이것이 이데올로기와 연관되면 계급간 투쟁이 됩니다. 이념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서 있는 이들은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지지하는 당의 그것과 일치하는 주장만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사실을 신념에 꿰어 맞춥니다. 교활한 정치인은 본능적으로 이(대중의 당파성)를 이용합니다. 상대편을 향한 혐오의 언동을 광장에서, 공론장에서 공공연히 발화해 갈등을 증폭시킵니다. 화난 대중의 머릿 속 꼭대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들의 모든 공격성이 다른 집단을 향하도록 조절합니다. 

 '그'가 옳기를 바라는 광장의 탄핵반대 군중은 '그'가 일으킨 내란 자체를 알고 싶지 않거나 그냥 모르고 싶어 합니다. 기껏해야 나라를 바로잡으려다 오버한, 그저 가벼운 실수일 뿐이라며 관대합니다. 이 틈새를 노리고  교활한 정치꾼과 사이비 종교인, 극우 유투버들이 대중에게 음모론을 주입시킵니다. 이들의 목적은 편가르기로 분열을 조장하여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입니다. 교활한 자들이 파놓은 허위정보라는 함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착취가 광장의 무대 뒤에서 횡행하고 있습니다. 

8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사진=뉴시스)
8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사진=뉴시스)

극우의 발호

분노와 잘못된 정보, 교묘한 갈취, 괴이한 망상들로 넘쳐나는 광장의 광기는 어느정도 우리 사회에 이미 내재해 있었던 것들로, 비상계엄과 내란이 이를 증폭시킨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극우 정당은 없지만, 극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민주당을 싫어하는 이유만으로 극우을 자처하기도 합니다. 극우의 부상은 민주당(의 실패)때문이 아니라 국민의힘의 실패 탓입니다. 기존 보수 거대 정당의 존재가 흔들리는 사회를 지탱하고 극우의 발호를 막아주는 장벽이었는 데 이 장벽이 무너진 것입니다. 그리고 보수의 가치를 지녔던 정당이 그 스스로 극우화를 선택했습니다. 

'빵진숙', '갈비 특수활동비', '가족 채용',...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충실히 행사한 이런 짓들은 사실, 작거나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일상에서 소소하게 저지르고 있는 일들이 조금 커져 재수없이 드러난 행위일 뿐입니다. 이것이 좀 더 비대해지면 진영간 선악 구도 대결로 고착됩니다.  목표가 공익보다 개인의 이익이며 특권을 오래 가지려는 집단이 교묘히 조작한 '편가르기'와 '외부의 적' 프레임에 옭매어 모욕감과 절망의 감정에 사로잡힌 이들이 엉뚱한 대상을 향해 복수심과 폭력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들이 미디어의 정보왜곡과 온라인의 혐오 속에서 뛰쳐나와 광장의 극우로 나서도록 충동한 것은 기회주의 정치인, 주의를 끌어 한 몫 보려는 극우유투버,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유지하려는 사이비 종교인들입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수단화합니다. 이들이 대상화한 개인들이 군중 속으로 들어가면 자의식을 잃고 공격성을 드러내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방기합니다.

극우의 세력화에 가장 큰 책임은 윤대통령 자신과 그가 지지자를 향해 발신하는 거짓된 메시지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극우 세력화의 부정적인 효과가 대부분 그들이 아닌 남들에게 미친다는 점입니다. 그가 소환한 극우 편향의 결과로 우리 사회는 고통 받지만 그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애기입니다. 

광장의 극우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것을 왜 하는지도 압니다. 하지만 그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모르며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구속이 취소되어 한남동으로 복귀한 윤대통령이 더 강경한 선동 메시지를 내세워 내란의 정치적 형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민주적 절차에 저항하는 시도가 현실로 드러나면 내전에 준하는 재앙으로 번질 우려가 있습니다. 재앙의 상당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행동하는 바람에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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