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이 권력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녹취록 속 'VIP'가 김건희 여사를 의미한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의혹을 근거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하며 직접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국혁신당은 당 1호 법안인 '한동훈 특검법'에 '김여사 문자' 논란도 추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종호 씨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된 녹음파일 속 'VIP'가 "김건희 여사를 뜻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김 여사의 연락처도 모른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씨는 이와 관련된 녹취록 내용이 해병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다른 멤버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읽은 것이라며 자신이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씨는 "후배들 앞에서 폼 잡는다고 허세를 부린 것인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내가 VIP한테 이야기할 테니 사표 내지 말라 했다'고 한 녹취록 발언은 두고 "VIP는 대통령이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익제보자인 A변호사는 한겨레 기자에게 "이종호가 평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를 V1과 V2로 지칭하며 친분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건희와는) 결혼한 뒤로 연락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해병대원 사건 은폐 시도에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박 직무대행은 "모든 의혹과 문제의 근원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 부부"라며 "영부인 국정농단 게이트를 둘러싼 의혹이 파도 파도 끝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로부터 15억 원을 빌렸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그는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러한 금전 거래 진술은 김 여사와의 관계를 더욱 주목하게 했다.
이씨는 "김건희 여사와 직접 연락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수사를 담당한 검찰은 이씨와 김 여사의 금전 거래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이씨의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삼부 내일 체크하고..…국방부 장관을 추천했는데 우리 것이 될 거야"

하지만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종호 씨의 발언이 속속 전해지면서 이 씨가 윤 대통령 부부나 대통령실 주변과의 관계를 추정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14일 임성근 전 사단장과 골프 약속을 이야기했던 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씨가 한 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대화 이틀 뒤인 같은 해 5월16일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틀 뒤부터 삼부토건 주가가 치솟기 시작해 윤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까지 주가가 무려 네 배 이상 치솟았다.
김종대 연세대 교수는 "이종호의 정보력이라면 굳이 과거처럼 주가 조작을 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뭘 할지 사전에 알고 주식을 사두기만 하면 차액이 저절로 수익으로 굴러 들어온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삼부 내일 체크하고"에 대해 이종호씨는 골프 라운딩의 3부라고 해명했지만 공익제보자가 공수처에 제출한 전화녹음 파일에는 '삼부토건'이라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이씨와 대통령실의 관계가 매우 가까웠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다.
삼부토건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는 특별한 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은 15년 동안 명절 선물을 보냈다.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있다.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와도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졌다.
또 다른 의혹은 국방부 장관 교체에 관한 정보다. "국방부 장관을 추천했는데 우리 것이 될 거야" 지난해 7월 녹음된 이종호 씨와 공익제보자 A변호사가 나눈 대화 녹취록에 있는 말이다. 실제로 9월 말에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경질됐다.
이 씨는 또 "이번에 아마 내년쯤에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를 만들 거거든." 실제로 다음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4성 장군을 만들기로 하고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 4성 장군이 임성근이 될 수도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군사 전문가이기도한 김종대 교수는 "군사 문제만 30년 이상 다룬 내가 볼 때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신공"이라고 지적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농단의 썩은 뿌리가 대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이러다 정말 대한민국이 어찌 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권은 유한하고 권력은 짧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12일 "오는 16일 열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특검법을 상정할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과도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올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후보의 딸 논문 대필 의혹, 지난 대선 당시 고발 사주 연루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황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쟁점이 된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관련해선 "특검법이 법사위에 상정되면 혁신당이 (문자 논란) 내용을 법안에 포함할 수도 있고, 법안소위 1소위에서 수정안이 제출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채상병 순직 사건의 의혹은 수사 외압에서 출발해 임성근 사단장 구명에 VIP가 개입했느냐로 귀결돼가는 형국이다. 나아가 VIP가 윤대통령인지 김여사인지 아니면 윤대통령 부부인지 사실여부에 따라 정국은 소용돌이를 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당 등 야당이 정조준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물론 국민들은 이번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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