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수해 복구 현장에서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이 또다시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죄로 기소되면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군 검찰이 지난 21일 박 전 단장에게 징역 3년이라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가운데,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의 필요성이 점점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해 박 전 단장은 당시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을 책임자로 지목했다. 임 사단장이 구명조끼 없이 위험한 수색 작업을 지시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사 결과는 대통령실의 지시로 경찰에 이첩되지 못하고 국방부로부터 철회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박 전 단장은 이를 "수사 외압"이라고 폭로했다.
박 전 단장은 최후 진술에서 "불법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지휘 체계는 명령 복종을 중시하지만, 그 명령이 법적·윤리적 기준을 벗어난 경우에는 거부가 정당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군 검찰은 이를 항명으로 간주하며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대통령실과 임성근 사단장 관계 의혹
사건의 핵심에는 대통령실과 임성근 전 사단장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 결과에 '격노'했다는 점과, 임 사단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배경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임 사단장과 특정 인사들 간의 관계가 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 전 단장의 구형으로 인해 채해병 특검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함과 동시에 특검을 요구하는 여론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군 검찰이 내부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군 지휘부의 영향력 아래에서 수사 독립성이 침해된 정황은 공정한 조사와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검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지 못할 경우, 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채 상병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박정훈 전 단장의 주장과 군 지휘부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채 상병 사건은 단순한 군 사고가 아닌, 수사의 독립성과 지휘 체계의 윤리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특검 도입은 단순한 진실 규명을 넘어, 군 조직의 신뢰를 회복하고 법치의 원칙을 수호하는 데 필수적이다.
내년 1월 19일 박정훈 전 단장의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특검 요구와 함께 박 전 단장의 무죄 탄원 서명도 이어지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22일 "박정훈 대령 무죄 탄원 서명 운동 참여자가 하루 만에 1만 5천 명을 넘었다"며, 이는 "군 검찰의 수사 외압과 항명죄 법정 최고형 구형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령이 재판에서 "채 상병의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힌 최후 진술은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서명 운동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무죄 탄원 서명 운동은 2024년 1월 3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모인 서명은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될 예정이다.
군인권센터는 "박 대령이 혼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운동이 군 내 권력 구조와 수사 시스템의 투명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찬대 "국힘 진상규명에 협조하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채상병 국정조사를 거부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즉시 의견서를 내고 국정조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늘 오전까지 (채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여야 양당에 공식 통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할 때부터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고 했다"며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지난 21대 국회에서 한 번, 22대 국회에서 두 번 의결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결국 폐기됐다. 그러나 우리는 진상규명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정훈 대령에 대한 결심공판에 대해 언급하며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이 조직적인 수사 축소 및 외압을 자행했다. 그 덕에 가장 책임이 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모든 혐의를 벗었다는 것이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 청년의 죽음을 ‘이런 일’로 치부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천한 인식은 섬뜩하고 치가 떨린다"며 "국가안보를 최고 가치로 삼아야 할 군 수뇌부가 제 몸 하나 살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비판했다.

◆"법을 지킨 박정훈 대령은 무죄입니다!"
한편 앞서 지난 21일 오후 박정훈 대령의 결심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은 해병대 예비역 연대와 정치권 인사 등 100여 명이 모여 박 대령을 배웅하며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군사법원 인근 천주교 군종교구청 앞에는 '채상병 수사 외압의 몸통을 밝혀내자', '박정훈 대령님 끝까지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시민들이 모였다. 일부 시민들은 "오늘이 박 대령의 생일"이라며 축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박 대령은 시민들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법원 앞까지 함께 걸어갔다.
공판에 앞서 군인권센터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직분에 충실했던 박정훈 대령이 이 자리에 서 있을 이유가 없다"며 "외압의 책임자인 국방부 장관과 차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이 자리에 서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정훈 대령은 우리가 지킨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박 대령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는 동안 윤 대통령은 채 해병 특검법을 두 차례나 거부했다"라면서 "박 대령이 정의를 지키려고 묵묵히 버티는 동안 윤 대통령은 배우자와 권력을 지키려고 했다"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제3자 특검법을 떠들어대다가 정작 제3자 특검이 본회의에 오르자 꼬리를 감췄다"라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거들먹거리는 골목대장과 그 수하와 쫄보들은 다 어디에 있느냐"라고 일갈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박 대령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진실만을 말하라고 가르쳐왔기에 오늘의 박 대령이 있는 것 같다"며 "박 대령이 긴 시간 동안 외롭지 않도록 끝까지 불의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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