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이야기] 4. '연구비 수혜'를 위한 과학자의 업적 평가?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이야기] 4. '연구비 수혜'를 위한 과학자의 업적 평가?
  • 호주(시드니) =김세정 물리학 박사
  • 승인 2019.10.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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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논문 수·피인용 횟수 등 수치로 평가→과학자 역량 파악에는 부족
평가방식이 연구 수행방식에 영향...발전 위해선 연구비 분배 필요

10월 8일 저녁 8시(호주 시드니 시간),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생방송을 켰다. 이곳 시드니의 동료 과학자들과 수상자를 예측하는 논의에서 필자는 안톤 차일링거(오스트리아 양자 물리학자)에 한 표를 던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이었다. 알다시피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 진화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넓힌 공로로 3명의 과학자 제임스 피블스, 미셸 마요르, 디디에 쿠엘로가 선정됐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제임스 피블스·미셸 마요르·디디에 쿠엘로

노벨 수상자 발표에 앞서서 한국연구재단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목록을 발표했다. 선정 과정에는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유명 저널에 출간한 논문의 유무와 전체 논문 피인용 지수를 반영했다. 

그렇다면 과학자의 업적은 어떻게 평가될까. 학술 저널의 인용지수, 즉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라 불리는 이 수치가 높은 저널에 많이 출간하면 노벨상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리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가나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미래에 노벨상에 언급이 될 만한 연구주제와 연구자를 미리 예측해 그 주제에 연구비를 지원할 수 있을까? 이에는 상당히 여러가지 요소들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단순한 답은 없지만, 필자는 간략히 현재 과학자의 업적이 평가되는 방식에서 자주 인용되는 수치들을 소개하고 그 문제점을 같이 공유하며, 그에 대한 해결책은 함께 논의해 나가길 바란다. 

과학자들의 업적은 후학을 양성하는 일부터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고 검증해 그것을 학계에 논문으로 보고하는 것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노벨상을 포함한 많은 과학 분야의 상은 후자인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대한 것인 경우가 많다. 만약 어떤 과학자가 어떤 논문들을 그동안 냈는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면, 가장 쉽게는 영문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 보는 것이다. 동명인들이 많다면 영어 이름 옆에 소속기관까지 입력해주면 더 쉽게 간추릴 수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페이스북 프로파일처럼 구글 스칼라에 본인의 계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 페이지를 통해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최근 논문 저술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총 인용수가 얼마인지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이 페이지만 보았을 때 누가 탁월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지 쉽게 알아보기는 힘들다. 

과학자들끼리는 다른 과학자의 업적을 쉽게 평가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 간에도 연구 분야가 약간 다르면, 서로의 논문 실적을 보고 신규성이나 독창성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것은 마치 발라드만 듣던 사람이 하드 메탈 음악을 놓고 음악성을 평가해야 하는 경우와 같다. 따라서 서로의 분야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고, 그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수치가 바로 저널의 임팩트 팩터이다. 이 임팩트 팩터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의 평균 피인용 횟수로 산출되는 값으로,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에 출간이 됐다는 것은 그 논문 또한 피인용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과학 저널 출판업계를 조금 더 살펴보면, 학술 논문들을 출간하는 출판사는 전 세계에 매우 다양하며, 각 출판사들은 분야별 주제별로 여러 논문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가장 큰 학술 저널 출판사 중 하나로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 Nature)'라는 출판사가 있다. 이 출판사는 총 148개의 저널을 갖고 있으며 임팩트 팩터가 최상위권인 다수의 저널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저널로는 네이처(임팩트 팩터 43), 네이처 자매지들, 그리고 네이처 리뷰 머티리얼(임팩트 팩터 74)등 리뷰저널이 있다. 

그리고 임팩트 팩터와 함께 많이 언급되는 값으로는 'h지수(h-index)'가 있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구글 스칼라에서도 확인 가능한 숫자이다. h지수를 높이려면 출간된 논문의 갯수와 피인용 횟수 두 가지를 증가시켜야 한다. 

문제는 객관적 기준을 위해 자주 인용이 되는 이 두 지수들이 과학자의 역량과 연구 영향력을 파악하는데 맹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h지수를 보면 h지수는 그 저자가 논문에서 일저자인지, 공동저자인지 등을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동 저자인 논문이 많으면 h지수에서 유리할 수 있다. 그런데 공동저자가 될 수 있는 여건은 상당히 애매하다. 어느 정도의 기여를 공동저자로 인정할 것인지는 연구실마다도 기준이 다르다. 최근 논문 저자에 관해서는 한창 이슈였던 만큼, 일저자나 공동저자, 교신저자에 역할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기에 자세한 설명은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극단적으로 h지수를 높이기에 유리한 연구실은 연구실 규모가 크면서, 논문마다 그룹 내 거의 모든 사람들의 기여도를 인정하여 공동저자로 넣는 경우가 되겠다. 

그렇다면 저널의 임팩트 팩터는 어떨까. 필자의 경우는 저널 임팩트 팩터 3점대인 논문에 실린 논문 중 하나가 지난 4년간 22회 인용이 되었고, 반면 임팩트 팩터 25점대인 저널에 실린 논문이 지난 3년간 7회 인용됐다. 저널 임팩트로만 보자면 후자의 논문이 더 영향력이 있는 논문이지만, 실제 영향력은 전자의 논문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전자의 논문은 관련 분야 전체를 리뷰하는 논문에서 비중 있게 필자의 논문이 언급되면서 인용됐다. 즉 위의 예처럼 저널 임팩트는 각각의 논문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단순한 기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이 외에도 출판사의 에디터가 어떤 논문을 실을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 논문을 쓰는 사람들이 어떤 논문을 레퍼런스로 인용할지를 결정하는 과정 등 모두에서 개개인의 판단이 들어간다. 2013년 노벨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은 앞으로는 최고급 저널에는 출간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한 바도 있다.

중요한 점은 과학자들의 업적이 평가되는 방식이 연구 수행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임팩트 팩터가 높은 논문을 내기 위해서 현재 인기 있는 주제와 발빠르게 접목할 수도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과 공동연구를 할 수도 있다. 작은 아이디어 몇 개를 한 개의 큰 논문으로 합쳐 임팩트 팩터가 더 높은 저널에 출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한 경쟁상태에서는 한 논문을 내기 위해 걸리는 이 전 과정의 사이클(아이디어 도출, 실험적 구현 또는 이론적 증명, 논문 작성)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순수한 호기심이 싹틀 가능성과, 예측과는 달랐던 현상을 한번 더 주의 깊게 한번 더 들여다 볼 여유가 줄어들 수 있다. 

현재의 연구 평가 방식을 대체할 간단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 하지만 현재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동의하면, 앞으로는 해결책에 대한 모색에 힘쓸 수 있다.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선언문’처럼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저널의 임팩트 팩터로 과학자의 연구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대안책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과학자의 평가 방식이 쉽지가 않음에도 왜 과학자는 서로를 평가하고 평가받아야만 할까? 주로 학교나 연구소에서 임용을 결정할 때, 그리고 국가나 기업이 연구비를 수혜자를 선정하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한정된 예산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뛰어난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자를 선정하여 연구비를 투자하고, 투자 대비 높은 성과를 얻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노벨상 감인 연구에 지금 투자할수만 있다면 현명한 투자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과학자들을 1등부터 순서대로 차례차례 줄 세울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과학자의 연구 업적은 점수화하기 어렵다. 또한 어떤 연구자가 미래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창출할지는 과거 업적만으로 알기 어렵다.

그렇다면 임팩트 팩터 및 피인용지수 등으로 평가하여 간추려진 소수의 과학자에게 풍족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최대한 여러명의 과학자에게 적절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게 나을까? 필자는 확률적으로 후자라고 생각한다. 대형 과제만을 키우거나, 몇몇 그룹에 연구비가 집중되는 것보다 여러 연구 분야와 연구자에 분산 투자하는 게 기초과학을 튼튼하게 하는데 유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연구비가 세계 2위로, 수치로나 체감적으로나 연구비 규모도 크고 펀딩 기관도 풍부한 편이다. 이 연구비가 필요한 모든 연구자들(학교, 연구소의 모든 박사급 인력을 포함)에게 적절히 분배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참고자료:
1) 노벨상 수상자들, 요즘 학문세태에 잇단 쓴소리
2) Countries Who Spend The Most On Scientific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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