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에서 2년 반을, 그리고 호주에서 비슷한 시간만큼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했다. 비슷한 기간에 겪은 개인적인 경험으로만 비추어 본다면, 한국에서는 안전교육을, 호주에서는 직장 윤리(work ethics)에 관한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상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필수로 이수해야 했던 ‘동의의 중요성(Consent Matters)’이라는 온라인 교육을 소개하고자 한다. 온라인 교육 회사 ‘Epigeum’가 개발한 이 교육자료는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교육 자료로 고려해볼 만하다.

약 1시간 진행되는 이 모듈은 시나리오와 퀴즈를 포함한다. 특히 실제 상황에 적용해 내용 전달력을 최대화하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정답이 반드시 ‘예’, ‘아니오’가 아닌 퀴즈가 많아 성교육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 온라인 교육은 호주 내 대학교에서 학생과 직원들에게 필수 이수 과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교육에서 제시하는 몇 가지 예시 상황들을 함께 보고자 한다. 4개의 챕터 중 하나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게 여겨진 건 ‘방관자(bystander)의 역할’이다.

#펍에서 알렉스와 루이스가 가까이 대화를 이어 나가는데, 루이스가 매우 술에 취한 상태다. 둘은 펍을 빠져나가 루이스의 집에 가려고 한다. 이 상황에서 그들의 친구인 당신은 개입해야 할까? 개입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교육 모듈에서는 ‘적극적인 방관자(active bystander)’가 되라며 상황에 따른 적절한 개입방식을 알려준다. 당신이 루이스의 친구라면, 술에 취한 루이스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상황에 개입할 수 있고, 알렉스의 친구들 역시 알렉스와 함께 이제 돌아가자고 권유할 수 있다. 호주 사회가 우리나라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므로 간섭하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온라인 교육 회사 ‘Epigeum'는 시나리오와 퀴즈로 익히는 교육자료를 내놨다.

2번째 예시는 커뮤니케이션과 동의에 관한 주제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켈시와 조니가 오늘 저녁에 처음 만나서 조니의 집에 갔다. 둘이 방에 같이 들어가 문을 잠갔을 때 성관계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가?

정답은 ‘아니다’이다. 최근 한국 재판부는 성관계 동의로 오해할만한 근거를 들 때 여성이 남성의 접시에 고기를 덜어줬다는 점을 제시했는데, 이와 비교할 만하다. 정확히 ‘Yes’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는 어떠한 상황 메시지로도 의도를 추측하지 말라 전하고, 술에 취한 사람은 무조건 의사 표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우리는 막연히 서양이 좀 더 개방적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개방적인 성향과는 별개로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현재 필자가 있는 학교는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필수로 하기 위해 학부생이 온라인 교육 이수 후 성적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한 좋은 온라인 과정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 적절히 선택해 우리나라 교육기관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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