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교수를 떠올리면 키만큼 높이 쌓아둔 두꺼운 전공 서적들과 수식으로 가득한 칠판을 떠올리기 쉽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학자가 속세와 단절돼 진리를 추구하는 모습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필자 역시도 처음 물리학을 시작할 때 수식들을 풀어나가다가 그것들이 언어처럼 이해되는 순간에 희열을 느꼈고, 지금도 연구비나 일자리 걱정 없이 과학 공부 또는 연구만 하는 걸 꿈꾸기도 한다.한편으로는, 과학자라는 직업이 사업가와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과제를 따기 위해 제안서를 쓰고, 발표한다. 같은 실험 결과라도 더 잘
1. 2030 세이가담 : 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 말말말2. 이로운넷이 창사 12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온라인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세상을 이롭게, 가치를 담다)’이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성황리에 개최됐다. ‘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이라는 주제로 열린 2030세이가담은 코로나19로 더욱 부각된 협동·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적경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이들의 ‘협동’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발언으로 정리해봤다.3. 7월 9일 첫째날, 1부혁진이형의 슬기
“여성이 안심하고 연구하며 일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더 세심히 살펴보겠습니다.”해외에서 활동 중인 국내 여성 과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이 창간 12주년을 맞아 진행한 웨비나 '최기영 장관과 함께하는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 이야기‘에는 ▲김세정 물리학 박사 ▲문성실 미생물학 박사 ▲안희경 식물분자생물학 박사 ▲이지현 분자유전학 박사 등 본지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 이야기’ 코너에서 연재 중인 여성 과학자들이 등장해 각국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상황, 여성 과학자로서 해외
이동제한이 계속되던 어느 날, 온라인으로 동료들과 실험 결과를 논의하던 중이었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아이가 아빠와 놀고 있었다. 신이 난 아이는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는 그대로 동료들에게 전해졌다.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는 말에, 그대로 카메라를 돌렸다.“응, 바로 옆에 있거든.”두 달 남짓 이동제한을 겪으며 우리 집 거실은 거실 겸 놀이방 겸 사무실이었다. 거실 책상은 식사 때면 본래 용도인 식탁으로 쓰였으니, 이동제한 기간 동안 거실은 식사 공간까지 겸비한 만능 거실이었다.박사과정을 보내고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면서 깨달았다
2주에 한 번 온라인 랩 회의를 한다. 집에서 일하는 날엔 아이들이 들어올까 봐 문을 잠그고 참여한다. 방문 하나는 거실로 하나는 화장실로 통하는데, 화장실 문을 깜빡하고 안 잠갔던 게 문제였다. 느지막이 일어나 화장실을 가던 둘째 녀석이 랩 미팅 중인 내게 달려와 안기면서 우리 팀 모두에 퉁퉁 부은 눈으로 아침 인사를 건넸다.또 한 번은 웨비나를 듣는데 음소거 하지 않은 누군가의 스피커를 통해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듣고 참석자 전원의 화면을 다시 보니 배경이 눈에 들어왔다. 남성 참석자들은 대부분 책상이나 독립된 공간에
이 창간 12주년을 맞아 '최기영 장관과 함께하는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 이야기' 웨비나(웹+세미나)를 개최한다. 해당 웨비나는 이 매년 진행하는 ‘2030 세이가담(이하 세이가담)’의 특별 세션이다. 세이가담은 지난해 시작했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실시한다.이 웨비나는 이달 20일 오후 9시, 온라인 화상 플랫폼 '줌(ZOOM)'에서 진행된다. 토론 시간은 약 2시간이며, 토론자는 최기영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에서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영어권 나라들은 학위도 받고 영어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으로 해외 유학생들의 선호도가 크다. 그만큼 전체 학생에서 외국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동안은 우수한 해외 학생들을 유치한다는 게 장점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는 예산에 큰 타격을 받은 계기가 됐다.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초기에 호주에서는 중국발 입국을 막았고,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발이 묶이게 됐다. 이어서 한국, 그리고 결국에는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입국을 막았다. 호주에서 유학 중이거나 유학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전국적으로 번지기 시작한 3월 초, 아이들 학교는 임시 휴교를 결정했다. 연구소도 최소한의 필수 인력과 코로나19 관련 종사자 외에는 자택 근무를 명령했다.어영부영 한 주를 보내고 바이러스의 확산이 심상치 않자, 카운티(주) 교육청은 온라인 학습으로 방향을 돌렸다. 매일 온라인 클래스에 들어가서 출석을 확인하고 선생님이 그날 내주는 숙제를 이메일로 보내는 형식이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봄방학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듯했다. 교육청에서는 무료급식 대상자인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지역
지난 12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우리의 생활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발원지인 중국 뿐만 아니라 유행의 2차 진원지가 된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병의 전파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이동제한과 외출 금지 혹은 외출 자제 등의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개학을 연기하고 대부분의 일터에서는 재택근무가 시행 중이다. 생필품 가게와 병원, 약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관광 및 국제 교류도 줄줄이 취소되고 사상 최초로 올림픽도 연기됐으며, 하늘길도 막혔다. 격리조치로 각 나라의 경제활동은 줄어든
“닥터 문, 당신은 xx직으로 프로모션 되었고, 연봉은 $$입니다. 다른 문의 사항 있습니까?”“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이 전화를 끊고 1년 반의 박사 후 연수과정을 종지부 찍는 오퍼레터를 받았다. 불안정한 삶을 사는 비정규직 외국인에겐 연봉의 액수보다 비정규직의 ‘비’자가 빠지고, 연구소 아이디에서 비정규직 표시가 사라지고, 보험과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하고 기뻤다.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린다 뱁콕 교수는 취업과정에서 절대로 입 밖으로 내면 안 되는 말이 “취직만 된다면 연봉이 얼마이든 전 상관없어요”
“아슬아슬하지 마. 지각 엇비슷하게도 하지 마. 애 딸린 거 조금도 티 내지 마, 분유 냄새도 내지 마.”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싱글맘 황한주의 회사 대표 이소진의 대사다. 그는 세련되게 차려 입은 세미 슈트 차림에 냉철함과 카리스마가 철철 넘쳐나는 외모로 직원들의 공은 세워주고, 허물은 덮어주는 능력 있고 ‘쿨’한 커리어 여성이다. 한주는 그런 강하고 정확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이 대표를 롤 모델로 삼아 멋진 커리어 여성을 꿈꾼다. 그래서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도 지각 한번, 조퇴 한 번 하지 않고 열심히 버티며
10월 8일 저녁 8시(호주 시드니 시간),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생방송을 켰다. 이곳 시드니의 동료 과학자들과 수상자를 예측하는 논의에서 필자는 안톤 차일링거(오스트리아 양자 물리학자)에 한 표를 던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이었다. 알다시피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 진화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넓힌 공로로 3명의 과학자 제임스 피블스, 미셸 마요르, 디디에 쿠엘로가 선정됐다.노벨 수상자 발표에 앞서서 한국연구재단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목록을 발표했다. 선정
1869년, 런던 코벤트가든 드루어리 레인(Drury lane) 173번지에 식료품점이 열렸다. 식료품점 주인은 존 제임스 세인스버리와 그의 배우자 매리 앤이었다. 신선한 우유와 버터, 그리고 계란만 파는 세인스버리 식료품점은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다. 영국 3대 대형마트 중 하나인 세인스버리 마트(Sainsbury’s)는 그렇게 시작됐다.1903년, 첫 가게를 열고 30여 년 만에 세인스버리 식료품점은 분점이 100개를 돌파하며 세인스버리가(家)는 빠르게 부를 축적했다. 세인스버리가 사람들은 3대째부터 자선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
미국의 의사이자 저술가인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의학의 법칙들]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모든 과학은 인간적 편향의 영향을 받는다.” 그는 임상시험에서 편향을 막기 위한 장치(대조군,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를 시행하는 일이 학문이 스스로의 편향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그러한 편향을 막기 위해 얼마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임상시험에서 편향을 배제하기 위한 여러 장치에도 여성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판매된 의약품으로 인해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남에 따라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