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영어권 나라들은 학위도 받고 영어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으로 해외 유학생들의 선호도가 크다. 그만큼 전체 학생에서 외국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동안은 우수한 해외 학생들을 유치한다는 게 장점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는 예산에 큰 타격을 받은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초기에 호주에서는 중국발 입국을 막았고,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발이 묶이게 됐다. 이어서 한국, 그리고 결국에는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입국을 막았다. 호주에서 유학 중이거나 유학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연기·취소했고, 이는 대학 예산에 엄청난 차질을 가져왔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해외 유학생들의 발이 묶이자 대학 예산에 차질이 생겼다. 사진=미국과학진흥회

필자가 있는 학교에서도 몇 가지 방침을 바로 적용했다. 사용하지 않은 휴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제도가 있었지만, 당분간은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학교는 교직원들이 남은 휴가를 되도록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박사후연구원 지원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10명의 ‘포닥 펠로우’를 선발해 4년 동안 자유로이 연구하게 뒷받침했는데, 올해는 모집 과정을 잠정 중단했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려고 준비하던 박사들은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선발 모집을 기다려야 하고, 1년 미뤄지면 더 높아진 경쟁률을 감당해야 한다. 계약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거나 위협받았고, 최근에는 교직원 연봉 삭감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은 ECR(Early Career Researcher)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ECR은 보통 학위를 이수한 지 5년이 안 된 박사를 일컫는다. 이공계에서 박사후연구원은 주로 1~3년 정도 계약을 맺는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때까지 같은 학교에서 혹은 다른 학교로 옮겨 계약을 연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가 주춤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연구 펀드 삭감은 물론이고 고용 동결 현상이 잇달아 나타났다. 온라인상 구인 공고가 작년 같은 시기 대비 15%가 줄었고,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본 개개인의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미 구인 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받았지만, 취소·연기하는 곳이 있으며,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데 다음 자리를 찾기 힘들어 경력 단절이 예상되는 안타까운 사람들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올해보다 내년에 더 상황이 나빠진다는 예측이 많아 이미 어려운 학계 구직 문이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학생 비율이 높은 나라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면, 자국민 비율이 높은 아시아권 대학들은 피해가 비교적 덜해 고용시장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을 터. 구직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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