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렝가는 지인이 개인사정으로 저에게 맡긴 개였는데, 자신이 버림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어요. 저는 어느새 개와 함께 이상한 소리를 내며 펄쩍 펄쩍 뛰는 등 안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고, 그때 이게 힐링이구나 느꼈어요.“
2월 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타작마당’. 공학하는 여자들의 미니 토크 쇼(공학하는 언니들의 공생공사)' 연사로 나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풀어낸 강아지 얘기다.
노 관장은 companion(친구, 동반자) 로봇의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그간의 경험을 참가자와 공하면서 레나와의 관계맺기를 예로 들었다.
노 관장은 지금까지 기술 발전의 초점이 경제적 효율성에만 국한 되었다고 보고, 행복, 자아실현과 같은 가치를 고려한 기술 발전에 대해 고민했다. 이런 고민을 갖고 있던 때, 이 개를 만난 것. 그는 렝가(lenga)를 키우면서 많은 변화를 느꼈다고 말했다.
'렝가를 만나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로봇이 해소할 수는 없을까.'
실제 개를 키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개를 키워보니 일반적으로 개를 키울 만큼의 환경을 갖추는 일이 쉽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산책도 시켜야 하고, 어디에 갈 때는 맡아줄 사람도 있어야 하죠. 사람은 친구가 필요한데도 이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어요. 그래서 친구 로봇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노 관장은 생각을 행동에 옮겼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자신이 있는 ‘타작마당’으로 모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할머니 로봇, 사람의 말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이모티콘 로봇, 바텐더 로봇, 술을 함께 마셔주는 로봇 등을 개발했다. 여기에 일부 로봇을 해외에서 가져와 로봇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는 친구 로봇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첫 번째는 감정을 끌어내려면 물리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말이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을 움직이는 데에는 생각보다 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개의 촉촉한 눈망울, 꼬불꼬불한 털, 체온 등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처럼요. 또한 소통을 위해서는 말이 통해야 하는데, 14년도부터는 세계 곳곳에서 말이나 글에서 감정을 분석 추출하는 기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친구 로봇 연구를 많이 할 수 있었어요“
그는 감정이 신체 변화에 기반한다고 봤다. 바이오 기술이 발전한다면, 로봇이 인간의 신체 변화를 탑지해 인간보다 인간의 감정을 잘 아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재 학계에서도 감정은 몸의 변화에서 온다는 학설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실제 관련 실험에서 감정에 따라 몸의 체온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즉 몸과 감정이 연관성을 증명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바이오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전에 기계가 먼저 우리 감정을 알아차릴지도 모르죠."
노 관장은 감정연구와 친구 로봇의 연구의 중요성,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결코 인간과 로봇이 같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는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진실이 있다"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하나는 과학적 진실, 또 하나는 믿음의 영역이죠. 객관적, 주관적 진실이 각각 존재 합니다. 로봇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감정’이라는 사실에 대한 판단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객관적으로, 어떤 사람은 주관적으로 판단하겠죠. 이 둘은 서로에게 증명 받을 수 없는 자신들만의 사실입니다. 아예 다른 두 방식을 가지고 진실 다툰다는 것은 다소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로봇사업협회,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한국플랜트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이로운넷이 주관했다. 행사는 여성공학도와 여성창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미래를 향한 혁신적 사고와 도전 정신 고양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3개 협회는 참석한 청년들에게 신재생에너지 및 플랜트, 로봇 등 미래 산업에 관련된 시장정보 동향 자료를 준비해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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