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 번 온라인 랩 회의를 한다. 집에서 일하는 날엔 아이들이 들어올까 봐 문을 잠그고 참여한다. 방문 하나는 거실로 하나는 화장실로 통하는데, 화장실 문을 깜빡하고 안 잠갔던 게 문제였다. 느지막이 일어나 화장실을 가던 둘째 녀석이 랩 미팅 중인 내게 달려와 안기면서 우리 팀 모두에 퉁퉁 부은 눈으로 아침 인사를 건넸다.

또 한 번은 웨비나를 듣는데 음소거 하지 않은 누군가의 스피커를 통해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듣고 참석자 전원의 화면을 다시 보니 배경이 눈에 들어왔다. 남성 참석자들은 대부분 책상이나 독립된 공간에서 헤드셋을 끼고 있었다. 반면 여성들의 1/3은 화면이 안 보이게 카메라를 껐고, 1/3은 독립된 공간이 아닌 거실이나 부엌을 배경으로, 나머지는 독립된 공간이나 가상 배경을 띄워놓고 웨비나에 참석하고 있었다.

웨비나에 참석하는 이들의 화면 배경과 아이 울음소리, 그리고 갑자기 침입(?)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까?

과학 저널 ‘네이처’지에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생태학자인 메간 프레더릭슨의 분석이 실렸다. 대다수 국가가 코로나로 봉쇄조치에 들어갔고, 과학을 하는 연구소와 대학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실험실 과학자들이 자택 근무로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실험한 자료를 정리해 논문을 쓰거나, 새로운 연구비를 따기 위해 연구계획서를 쓰는 게 대부분이다. 메간은 6살짜리 아이와 함께 자택 근무를 하며 코로나 상황이 여성 과학자들의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분석했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논문을 저널에 투고해 동료 과학자의 검증을 받기 전 아카이브 서버에 프리 프린트(출판 전 논문)를 내는 경우가 많다. 생명과학은 ‘바이오아카이브(bioRxiv)’라는 곳으로 물리-과학은 ‘아카이브(arXiv)’라는 무료 서버에 논문을 올린다. 저널 심사자가 아닌 다른 과학자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의 연구를 선점하려는 용도로도 쓰인다. 메건은 두 서버에서 3만6529개의 논문을 검색했고, 논문 저자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사회보장국의 성별에 따른 이름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2019년 동일 기간과 비교할 때, 봉쇄조치를 실시한 3~4월, 아카이브에 투고된 논문의 첫 번째 저자는 여성이 2.4%, 남성이 6.4% 늘었다. 바이오아카이브에서는 여성이 24.2%, 남성이 26% 더 논문을 많이 투고했다.

모든 과학자에게 새로운 코로나 연구 논문은 어떨까? 덴마크 과학자들은 13개 의학 저널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논문 1893개를 분석했다. 여성 저자 비율은 2019년보다 떨어졌다. 논문에는 일반 연구원,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 등이 첫 번째 저자로 이름이 적히고, 책임 저자는 마지막에 이름이 들어간다.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논문은 첫 번째 여성 저자가 작년 평균보다 26%, 책임 저자는 16% 감소했다.

경력 초기 여성 과학자들은 코로나의 물결이 파고드는 과학계의 취약계층이 되어가고 있다. 봉쇄조치가 시작되면서 아이들 학교는 문을 닫았다. 미국 코로나 현황은 완화되지 않고 있으며, 방학 중 돌봄을 맡았던 여름학교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한 가족이 모두 집에 있으면 누군가는 삼시 세끼 식사와 아이들 교육에 일정 시간을 들여야 한다. 대부분 가정이 봉쇄조치 아래 가사·양육의 짐을 여성에게 더 지우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어리고 경력 초기인 기혼 여성과학자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이다.

경력 초기 여성 과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가사·양육의 짐이 생겨나 과학계의 취약계층이 되어가고 있다. 사진=Bored Teachers

여기서 끝날 수 있을까?

약 3개월의 봉쇄조치 기간이 끝나고 자택 근무만으로 버틸 수 없는 연구실은 문을 열기 시작했다. 대학과 연구소들은 일정 시간 같은 층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의 25~30%를 넘지 않도록 예약하고, 제한된 시간에 실험해야 한다. 방학 때문에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 경우, 아이들을 다 재운 후 밤이나 새벽에 나가 실험한다. 낮에는 논문을 쓰고 정기 미팅과 세미나도 참석해야 하니 일하는 시간이 훨씬 늘고 수면시간은 줄었다.

경력 초기 과학자들은 안정된 직업을 갖기 위해 정해진 기간에 연구해야만 하고 실적을 내야 한다. 월급을 충당할 수 있는 연구비를 따야 하는 때도 있다. 정부에서 주는 연구비는 대부분 연구계획서 신청 날짜가 정해져 있고, 코로나로 인해 삶의 모든 것이 지연된 여성 과학자들에게는 이번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은 혹독한 경험이다. 이들의 지연된 시간은 연구비 수주와 논문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 삶의 지속적인 지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명한 과학 학술지들은 이런 불평등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 힘겹게 여기까지 왔다.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제도를 만들고 여성 과학자들이 바로 서서 연구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래 노력한 모든 게 물거품이 되지 않길 바란다. 팬데믹으로 바뀐 여성들의 생애주기에 대한 이해와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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