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조성은 연구소장
최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취한 강제노동으로 인한 "한국 최대 염전 소금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정부와 기업에게 '인권 및 노동 환경 문제'에 대한 안이한 대응이 경제적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규제가 빠르게 강화됨에 따라, 이번 사태는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더 큰 규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EU 등 주요 경제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실사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기업 공급망 내 인권 문제 방치는 ESG 중 '사회(S)' 영역의 중대한 규제 위반으로 간주 되기 때문이다.
공급망 실사는 기업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가치사슬단계(원자재 조달, 생산, 유통 등), 즉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수행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예방, 완화, 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자사 공급망에 포함된 업체 내에 존재하는 심각한 인권 및 노동 위험(강제 노동)에 대해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거나, 적절한 예방 및 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책임을 져야 한다. 즉, 태평염전이 생산한 소금을 구매하여 제품을 만들고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면, 수입금지 대상은 태평염전 만이 아니라 태평염전 소금으로 만든 기업 제품들로 확대된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 규제는 더 이상 기업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 및 노동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는 몰랐다"거나 "협력업체의 문제"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지 못한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태평염전 강제노동 사건처럼 정부의 사후약방문식 안이한 대처, 그리고 기업들이 자사 공급망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한다. 원자재 채취부터 최종 제품 생산과 유통까지, 공급망의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인권 및 노동 규정 위반이 발생한다면 이는 전체 기업의 리스크, 나아가 국가 경제 리스크로 전가될 수 있다. 이제 국내 노동 환경 및 인권 문제는 단순히 국내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보았듯이, 수출과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 되고 있다. 미봉책은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번 '강제노동 한국 최대 염전 소금 美 수입 금지 조치'는 시민단체의 감시와 끈질긴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는 앞으로 EU 등의 ESG 규제가 더욱 구체화되고 강제성을 띠게 되면, 국내 기업들 자사 및 공급망에서 국제노동기구(ILO)기준 등 국제 노동 규범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시민 단체의 활동에 의해 유럽연합(EU)등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제재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태평염전 소금" 美 수입 금지 조치는 우리 정부와 기업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등이다. 이제정부와 기업은 국제 사회의 변화된 눈높이에 맞춰 공급망 전반의 인권과 노동 환경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각성해야 할 때다. 이번 사태가 ESG 공급망 관리에 대한 전환점을 가져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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