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조성은 연구소장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 지도자가 가져야 할 이 두 개의 축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는 IMF 외환 위기보다 더 심각한 세계적 경제 체계 대전환의 거대한 파고를 맞고 있다. 기후 위기는 화석 연료 기반 산업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며 탈탄소 산업 체제로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간의 지적·육체적 노동을 대체하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노동시장 변화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더불어 초강대국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발 관세 전쟁은 지난 30여 년간 자유무역을 토대로 구축된 세계화 경제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는 세계 경제 체제의 대전환이라는 파고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이끌어갈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 놓여있다.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들은 새로운 경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새로온 성장동력을 찾으며 숨가쁘게 움직이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3여년 동안 마치 20세기 초 우리가 세계열강들이 식민지 확장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보지 못한 것처럼, 불확실한 국가 비전, 시대착오적 낡은 사고에 매몰되어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치명적 상황을 이어 왔다. 다행히도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판결로 인용된 ‘낡은 사고에 매몰된 대통령 탄핵’으로, 이제 다가오는 6월, 새로운 대한민국 대통령이 선출된다.

변화를 읽는 통찰력, 그리고 낡은 성장주의를 던지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의 담대한 전환을 이끌 수 있는 리더만이 거대한 파고를 넘어설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경제 성장 동력 상실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세계 경제 체계 대전환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명확한 국가 비전과 이를 이끌어 갈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0.06%로, 세계 주요국 37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마이너스 역성장까지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의 고관세율 뿐만 아니라, 제조업 비율(27%)은 높은 반면(OECD 평균 14%), 지나치게 낮는(10.5%) 재생에너지 비율은(OECD 평균 35.84%) 글로벌 경쟁력에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경제 질서로의 대전환은 필연적으로 전환 위기와 양극화 심화라는 난제를 동반한다.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는 농수목축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탈탄소 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들의 일자리 상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농림어업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약 5.43%, 제조업 종사자는 약 17%를 차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으로 국내 주요 산업체들이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더욱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발 빠른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강력한 실행력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며,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21대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호의 항로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세계 경제 체계 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서생적 문제 인식",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고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는 과감하고 단호한 결단력, 그러나 현실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문제 해결과 실행 능력. 국민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통 능력 등 현실적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상인적 현실감각”을 지닌 대통령이 필요하다.

우리는 퇴행할 것인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향해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그 답은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지닌 리더십을 선택하는 우리 국민의 판단에 달려 있다.

조성은 칼럼니스트
조성은 칼럼니스트

조성은 이로운ESG랩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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