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ICA 2020 세계협동조합대회(World Cooperative Congress)’가 코로나19로 인해 내년 3월로 미뤄졌다. 서울특별시 및 ICA 한국회원단체(▲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 신협 ▲아이쿱 ▲산림조합 ▲한국협동조합국제연대)가 주최하고, 대한민국 정부 및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파트너로 참가하는 대회다. ICA(국제협동조합연맹, 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창립 125주년, 협동조합 7원칙 채택 25주년, 비유럽 국가의 두 번째 개최 등 풍부한 의미를 안고 있어 사회적경제인들에게 아쉬움을 안겼다.
지난 1일, 행사 준비 상황과 ICA 소식을 듣기 위해 ICA 스태프 중 유일한 한국 출신 엄형식 전략통계담당을 서울 중구에서 만났다. 엄 박사는 지난 2월에 열린 서울 개최 선포식 현장에 참가하고 ICA 본부가 있는 벨기에로 돌아갔다. 7월 말 다시 한국을 찾아 ICA 행사 관련 주체, 기관들을 만나 진행 방향을 논의했다고 한다.
다음은 엄 박사와의 일문일답.
Q.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 3월 개최가 가능할까. 온라인 진행 계획은 없는지.
A. 3월을 목표로 하는데, 어렵다면 미루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곧 결정이 날 거다. 3일간 사전행사, 3일간 본행사, 7일째는 국내 협동조합 현장 방문이 계획돼있는 행사다. 전 세계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이는 현장인 만큼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는 게 중요해 최대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려 한다. 국내 공식 명칭은 원래 '2020 ICA 세계협동조합대회'였는데, 내년에 열려 '제33차 (ICA) 세계협동조합대회'로 부른다.
Q. 행사가 내년으로 미뤄지며 준비할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동안 한국 측은 무엇을 해야 할까.
A. 한국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좋은 토론 주제와 질문을 준비해 각 세션에서 다뤘으면 한다. 국내 협동조합의 고민, 과제 등 좀 더 심화한 단계로 다듬어 논의하자. 외국인들과 네트워킹만 하는 게 행사 목표가 아니다. 기본법 협동조합과 개별법 협동조합의 관계, 협동조합 간 협동, 대안으로서의 플랫폼 협동조합 등 지금의 이슈를 건드려 각국 전문가·당사자들과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
한국이 오히려 아젠다를 끌고 갈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있다. 한국은 아시아 내 협동조합 '리딩 국가'로 여겨진다. 이제는 선진 해외 사례만 좇을 게 아니라, 우리가 앞장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Q. 홈페이지를 보니 지난 8월 말 ICA가 사회적경제의 주요 구성원임을 밝히는 성명서(Position Paper)를 내놨더라. 이유가 궁금하다.
A. 첫 번째로는 사회연대경제와 협동조합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사회연대경제와 협동조합은 학술적으로 연결돼있지만,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만 해도 협동조합 역사는 긴데, 사회적경제 개념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하지 않았나. 외국도 비슷하다. 협동조합 운동 주체들과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연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시기적으로는 유엔기구 간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UNTFSSE)가 사회연대경제 결의문을 발표하는 데 맞췄다. UNTFSSE는 유엔기구들이 사회적경제를 국제 의제화하기 위해 만든 태스크포스(TF)다. 유엔총회에서 발표할 목적으로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결의문을 준비 중이더라. 원래 총회가 올해 개최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내년으로 미뤄졌다. 발표 전 ICA 내부의 의견을 모아 사회연대경제 이념에 동의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거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연대경제 주체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사회연대경제라는 개념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끈다. 그래서인지 ‘판’부터 키우려는 움직임도 생기더라. 하지만 단순히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과 가치를 우선순위로 추구하는 건 다르다. 예를 들어 기업이 기부 몇 번 했다고 사회연대경제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사회연대경제 주체는 원칙, 정체성, 행동 방식이 그렇지 않은 곳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성명서에 강조했다.
Q. 대회 전 ICA 차원의 다른 행사나 계획이 마련돼있는지 궁금하다.
A. 9월에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채택 25주년 기념 웨비나를 진행할 거다. 지난 25년간의 성과 등을 되짚는다. 기존 계획대로 올해 12월에 대회를 열었으면 그때 했을 텐데, 내년 행사를 위한 워밍업(warming-up)이라고 보면 된다.
또, 지금 ICA와 GSEF, IFSSE(사회연대경제기업가국제포럼) 등을 주축으로 사회연대경제의 민간 국제 네트워크 조직을 논의 중이다. 국내에도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 연대 조직이 있듯이, 우리 정체성을 스스로 정하고 뭉치는 당사자조직 말이다. 올 하반기에 출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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