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설은 찾아왔다. 이번 설은 코로나 종식을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한 '거리두기 설'이다. 가족들과 안부를 묻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번 기회에 흐지부지된 새해 계획을 다시금 세우고, 올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재충전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이로운넷>은 설을 맞아 올 한 해 활력이 될만한 책들을 추천한다.

‘협동의 재발견’ 책 표지 이미지./출처=알라딘

“외부로부터 협동조합을 향한 공격이 시작되었고, 조합 내부에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쟁 논리가 침투했으며, 협동조합에 대한 반대 여론 역시 거세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시대에 맞는 협동의 재구축과 이에 근거한 협동조합 운동의 재건이 필요한 순간이다.”

‘협동의 재발견’ 편저자 다나카 히데키는 서문에서 일본 협동조합 상황을 이렇게 진단한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의 농협과 생협은 300개가 넘는 회원조직 중 각각 사업액 순위 5위, 130위다. 조직이 커지면서 기존의 가치가 흔들리고 시련을 겪는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저자는 ‘작은 협동’과 ‘큰 협동’을 구분한다. 앞에서 말한 일본의 농협, 생협은 ‘큰 협동’으로 분류된다. 상품을 판매하는 조직인 데다 규모화에 집중하다 보니 조합원은 어느새 고객이, 협동조합은 일반 회사가 돼 있다.

‘작은 협동’은 ‘큰 협동’을 보완하기 위해 나타났다. 보완이 가능한 이유는 노동 대상이 큰 협동과 다르기 때문이다. 복지, 농업 분야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책은 ‘작은 협동’의 예로 ▲지역주민 주도 농업조합법인 '팜오다' ▲지역 농협 ‘JA아즈미’에서 만들어진 복지 NPO ‘안심’ ▲‘시마네생협’의 유료 도움 매칭 시스템 '오타가이사마' ▲조합원의 복지 과제를 해결하는 '복지클럽생협'과 그 조합원 조직 ‘워커즈콜렉티브(W.Co)’ 등을 든다. 모두 농협과 생협의 지역 활동이 발전하여 독자적으로 혹은 독립해서 정부의 손이 미쳐 닿지 않는 공동체 돌봄을 실현하고 있는 사례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책에 따르면 일본 전역 농협의 약 절반이 ‘서로 돕기 조직’을 운영한다. 이중 JA아즈미는 ‘안심’이라는 회원제 유료 재가 서비스를 운영한다. 안심은 조합원 조직으로 시작해 2013년 NPO 법인 전환까지 했으며, 장기 요양 보험 사업과 함께 JA아즈미의 고령자 복지 사업의 한 축이다. 장보기, 식사, 청소 등 가사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헬퍼(도우미)와 해당 지원이 필요한 고령자를 이어준다. 이 모든 활동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역과 강한 접점을 갖고 지역 커뮤니티 재생 또는 지역 만들기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한 ‘작은 협동’. 우리나라 사례라면 강원도 원주의 ‘주민을 돌보는 건강반장’ 활동 같은 지역사회 통합 돌봄, 농산물이 생산된 지역에서 소비되게 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등이 이런 ‘작은 협동’에 해당하지 않을까.

올해 12월 서울에서 열릴 세계협동조합대회 주제는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Deepening our cooperative identity)'다. 국내에도 협동조합의 고유한 특성과 가치를 내재화하지 않은 채 일반 기업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협동조합다움’을 잃어버린 곳들이 많다. 이런 시점에서 협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진정한 내실화가 무엇인지 알게 할 참고서가 될 책이다.

◇ 협동의 재발견 – ‘작은 협동’의 발전과 협동조합의 미래=다나카 히데키·고바야시 겐·다나카 사치코·모리 다카노리·세키구치 아키오 지음. 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김은영·이은선·이주희) 옮김. 쿱드림 펴냄. 21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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