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펜데믹) 속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이번 사태 피해가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과도한 경제성장에 대한 집착으로 심화됐다는 사실을 반성하며, 지속가능한 경제·사회·문화를 구축해나가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이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에게는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열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온라인 명사특강’ 두 번째 시간에는 ‘코로나19 이후의 협동조합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온라인을 통해 개최된 두 번째 특강의 강사는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이었고 약 120명의 시청자가 참여해 실시간 댓글 등으로 소통했다.

8일 열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온라인 명사특강’에서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이 ‘코로나19 이후의 협동조합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강의했다./사진제공=온라인 강연 갈무리

먼저 최 전 비서관은 “기존 경제시스템이 갖고 있는 관성과 구조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고, 기대보다는 변화의 속도가 느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럼에도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몇 가지 예측을 소개했다. 먼저 유럽에서는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통상규범에서 기업 및 상품 윤리기준, 환경기준 등을 높일 가능성이 감지된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가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며 비상시국을 대비해 자국 생산시설을 갖춰야 겠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 전 비서관은 “이 과정에서 윤리기준,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출길이 막히는 일반 기업이 상당수 나올 것”이라며 “아직 영세하지만 꾸준히 환경 및 윤리기준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고 있던 생협 등 많은 협동조합들에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과 동시에 복지와 사회서비스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흐름은 커뮤니티 안에서 비교적 소규모로 돌봄 및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왔던 협동조합에게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때 대규모 요양시설, 요양병원에 수용됐던 이들이 버려지거나 고통받는 일을 모두가 목격했다”며 “중대형 시설을 중심으로 돌봄 ‘효율’을 중시했던 시대를 넘어 소규모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안정된 케어를 받는 방식을 사람들이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 전 비서관은 협동조합 차원에서도 두 가지 토대를 마련해야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로 무장돼있는 협동조합들은 돈과 사람 준비 여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속 작은 협동조합들은 반폐업, 휴업 상태에 놓이는 등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이 굉장한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있다는 걸 의미한다. 최 전 비서관은 주기적으로 찾아올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연합회’ 구성을 제시했다.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이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오른쪽은 윤모린 서울시 협동조합 지원센터 성장지원팀장./사진제공=온라인 강연 갈무리

최 전 비서관은 연합회의 좋은 예로 몬드라곤을 소개했다. 그는 “재난상황에 몬드라곤처럼 하나의 업계가 망하면 다른 분야로 갈아타거나 노동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협동조합의 회생도 쉬울 것”이라며 “이종협동조합 연합회가 보장돼있는 현재의 제도환경을 활용해 어떻게 튼튼한 연합체를 형성할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협동조합 공제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한 공제가 만들어지면 재난에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연합회를 통해 안전한 토대를 마련하고, 탄탄한 공제기반을 만든다면 안전장치로서 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금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규모를 키우고 영리형 전환이 어려운 협동조합이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사회적 금융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변화하는 시대에 직접투자 인프라를 마련하지 않으면 주도권이 일반 영리기업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협동조합계 스스로 금융기반을 마련하지 않고는 사업 확장 및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협동조합 당사자가 출연할 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돈을 모아 사회적경제 ‘금융기둥’을 세워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협동조합대회’가 협동조합이 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페인 카탈루냐 사회연대경제, 일본 에히메 생협, 영국 코업 그룹 등 협동조합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2020 세계협동조합대회가 내년으로 연기됐지만, 주제의 대부분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협동조합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전세계 협동조합인들과의 폭넓은 논의과정에서 세계가 공감하는 공통의 어젠다 도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5월 말경 ‘협동조합 경영전략’을 주제로 ‘온라인 명사특강’ 3번째 강의를 이어간다. 센터 특강 페이지에서 사전신청을 하면, 라이브 방송 주소를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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