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공통분모 '정체성 선언' 서울대회로 보충...SDGs 임팩트 다룰 것"
"협동조합 공통분모 '정체성 선언' 서울대회로 보충...SDGs 임팩트 다룰 것"
  • 이로운넷=박유진 기자
  • 승인 2020.02.12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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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CA 브루노 롤랑츠 사무총장·마틴 로워리 TF 의장
"한국, 협동조합 운동 발달하고 주체 다양해져, 풍부한 대회 기대"
"7원칙의 가치는 영구...발전방법·기업가정신·국가책임 측면에서 정체성 논의할 것"
올해 열릴 33번째 세계협동조합대회의 로고에는 한국을 상징하는 새 까치가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창립 125주년,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기념하는 이 행사가 바로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 까치의 털은 다양성을 뜻하는 무지개색이고, 글씨는 ICA 공식 색깔인 자주색이다. ICA가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이 로고 디자인을 공모했을 정도로 올해 대회는 의미가 깊다.

아이쿱 신길센터에서 11일 열린 ‘2020 ICA 세계협동조합대회 서울 개최 선포식’ 현장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뚫고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뭉친 ICA 태스크포스(TF)가 날아왔다. ICA TF는 12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대회와 각종 부대행사를 준비한다. 선포식 당일, 브루노 롤랑츠(Bruno Roelants) ICA 사무총장과 마틴 로워리(Martin Lowery) ICA TF 의장을 만나 이번 대회 개최의 의미와 협동조합 발전 방향, 한국 협동조합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왼쪽부터)브루노 롤랑츠(Bruno Roelants) ICA 사무총장과 마틴 로워리(Martin Lowery) ICA TF 의장 겸 이사.

Q. 33번의 대회 중, 유럽 국가를 제외한 곳에서 여는 건 이번이 두 번째라고 들었다. 서울 개최 의미를 설명해달라.

A.
롤랑츠 사무총장: 그동안에는 이런 대회를 거의 유럽에서만 개최했다면, 이제는 장소를 다양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단순히 균형을 맞추자는 문제가 아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유럽이 아닌 전 세계적 정체성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협동조합 원칙을 몇 번 수정할 때는 서구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1995년 더 많은 나라가 과정에 참여해 7대 원칙을 채택했다. 이렇게 협동조합 운동이 세계화돼아 한다. 특히 한국은 그동안 협동조합 운동 양상이 의미있게 바뀌고 발전했기 때문에 더욱 풍부한 대회가 될 거다.

Q. 이번 대회의 주제는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Deepening our cooperative identity)'다. 정체성을 선언한 25년 전과 비교해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논의가 오갈지 궁금하다.

A.
로워리 의장: 협동조합 정체성은 협동조합들이 정말 내면화하고 기업 운영에 녹여야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대회에서 다루게 될 3가지 구체적인 주제가 있다.

첫 번째 주제는 발전 방법(what we can do better)이다. 협동조합 정책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더 나은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정부와 사회기관을 설득해낼 수 있을지, 어떻게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지 등이다. 규제나 법적인 틀 등 다양한 논의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

두 번째 주제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어떻게 혁신을 추구할지 논한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협동조합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 주제는 국제적인 책임(global responsibility)이다. 협동조합은 사람과 환경 중심의 기업이다. 사람들이 질 높은 삶을 살게 하려 노력한다. 모두가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UN이 채택한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여기에 우리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임팩트를 생산하는지 다룰 예정이다.

이 주제들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건지 논의한다. 그리고 대회가 끝날쯤에는 여러 문화권에서 온 참가자들이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갖고 각자의 나라로 귀국하기를 바란다.

롤랑츠 사무총장은 2001년에도 ICA 서울총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그는 "2001년 이후로 한국 협동조합 운동이 달라지고, 주체가 다양해진 만큼 좀 더 다원성을 띠는 행사가 개최될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Q. 이번 서울 대회에서 새로운 선언이 채택되는가.

A.
롤랑츠 사무총장: 결과 문서로써 선언문은 채택될 예정이다. 그러나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을 대체하는 건 아니니 헷갈리면 안 된다. 정체성 선언은 일종의 협동조합 공통분모다. 1995년도에 정체성 선언을 만들면서 이미 협동조합의 규범을 정립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정체성 선언을 보충할 수 있는 다양한 논의와 토론을 거칠 뿐 대체할 선언을 만드는 건 아니다. 문구가 하나하나 수정될 때마다 내부에서 오랫동안 민주적인 방식으로 논의한다.

Q. 유럽의 협동조합이 오랜 시간 천천히 성장했다면, 한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2012년 기본법 제정 이후 약 8년 만에 1만 7000개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다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절반 정도뿐이라는 정부 통계도 있었다. 아직 시행착오 단계에 있는 것 같은데,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성장을 위해 조언해준다면.

A.
로워리 의장: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고, 새로운 협동조합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 기존 협동조합의 경우 관리자나 이사회의 구성원이 교체되면서 사업적인 성공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CEO, 이사, 관리자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직원들이 이직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사회·조합원·직원들이 협동조합에 대해 가진 인식 차이를 터놓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롤랑츠 사무총장: ICA 차원에서도 협동조합 스타트업에 대해 조사하고 국가별로 비교해본다. 생존율 높은 국가는 교육 훈련 시스템이 잘 자리잡혀 있고, 컨설팅을 받고 자문을 구하더라. 중요한 건 스타트업 내에 자문위원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결정적인 시기에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자문위원으로 빠르게 답을 받을 수 있다. 주치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ICA에서도 컨설팅이나 자문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협동조합과의 관계 구축에 힘쓴다.

로워리 의장은 대학 시절 교내 언론인 협동조합을 시작으로 미국 농촌 전기협동조합연합회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ICA 이사다.

Q.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 사회적협동조합이 많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로워리 의장: 점점 세계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의 양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 돌봄, 맞벌이 부부를 위한 아이 돌봄을 제공하거나, 발달·지적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들의 성장을 위한 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들도 있더라. 사회적협동조합 쪽에서 눈에 띠는 성장을 요즘 확인하는데, 비영리라는 특징을 고려할 때 무척 신나는 일이다.

Q. 대회 기간에 해외 참가자들이 한국 내 다양한 협동조합을 둘러본다는 계획이 있다. 특별히 방문하고 싶은 곳이 있는지.

A.
롤랑츠 사무총장: 한국에는 개별법 협동조합과 기본법 협동조합이 나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양쪽 다 방문해보고 싶으며, 새로 생겨나 크게 성장 중인 사회적협동조합을 방문하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이라 여긴다.

로워리 의장은 "협동조합의 정의와 가치로부터 협동조합 7대 원칙이 도출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아이쿱 신길센터 대강당에 붙어있는 포스터.

Q.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새로운 10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고,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협동조합만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인가.

A.
롤랑츠 사무총장: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계에서 협동조합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 협동조합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시대의 요구에 맞춰 바뀌어왔다. 조직 구성원의 필요에 따라 조직도 바뀐다. 이렇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본적인 틀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협동조합의 역사는 1844년 영국 로치데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때 만들어진 원칙들이 기각되지 않고 지금의 협동조합 7대 원칙의 바탕이 된 걸 보면 알 수 있다. 1995년 영국 맨체스터 제37차 대회에서 7원칙을 정하기 전까지 원칙은 계속 시대에 맞춰 풍부해졌다. 결국, 이런 일관성(consistency)이 유연성(adaptability)에도 도움 됐을 것이다.

로워리 의장: 물론 원칙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 특히 협동조합의 가치(자조·자기책임·민주주의·평등·공정·연대에 기초)는 영구적이다. 물론 변화에 적응해야 하지만, 이는 개별 조직 자체가 바뀐다기보다는 공급망 관리, 금융 등 외부 요소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한다는 걸 의미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각 요소와 관계를 재정립하며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사진. 이우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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