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 - 사회적경제, 연대경제, 사회적기업으로 이해하는 제3섹터의 사회경제학' 표지./출처=착한책가게
'사회연대경제 - 사회적경제, 연대경제, 사회적기업으로 이해하는 제3섹터의 사회경제학' 표지./출처=착한책가게

“우리 사회의 경제적 상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국민총생산은 부가가치 계산에서 화폐 흐름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비화폐 활동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오늘날 많은 시민주도의 집합적 실천들은 주요하게 비화폐적 논리를 동원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생산과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공동텃밭, 공동구매그룹, 공동수선모임, 무료교환장터, 지식교환 네트워크 등). 이러한 실천들은 사회혁신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존의 경제활동 개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p.20

시민주도로 비화폐적 논리를 동원해 새로운 방식의 생산과 소비를 끌어내는 실천. 이런 실천을 통틀어 '사회연대경제’라 포괄할 수 있다. 책 ‘사회연대경제 - 사회적경제, 연대경제, 사회적기업으로 이해하는 제3섹터의 사회경제학’은 이런 실천의 역사적 기원과 제도적 맥락을 설명하고, 개념화 과정과 장점·한계를 상술한다. 사회연대경제를 연구해 온 불어권 연구자들이 공동작업한 결과물이다.

책은 먼저 ‘사회연대경제’라는 용어가 등장한 계기와 역사를 설명한다. 깊은 역사가 있지만 명확하게 통일된 정의는 없고,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책은 사회적경제 구성체를 크게 ▲협동조합 유형의 기업 ▲(보험)공제조합 ▲결사체 조직 및 재단으로 나누고, 유럽에서 국가별로 사회적경제 조직이 차지하는 비중과 특징을 설명한다. 이어 오늘날 재생에너지 시민협동조합이나 새로운 공정무역 영역 개발 같은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조명하면서도, 자본주의화 된 협동조합(coopitalism)처럼 사회적경제 본래의 정체성이 약화하는 현상도 짚는다.

이어 사회연대경제의 핵심 구성요소인 ‘협동조합’을 살펴본다. 19세기 유럽에서 확산한 개념인 협동조합이 결사체주의와는 어떻게 다른지, 협동조합의 원칙과 정체성 등은 어떤 절차로 정립됐는지 설명한다. 금융 접근성, 의사결정 과정 등 협동조합의 발전을 제동하는 요소도 함께 다룬다.

비영리 민간조직 개념으로 통용되는 ‘결사체(association)’도 소개한다. 비영리 민간조직은 관리자들에게 금전적 잉여를 분배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적경제와 구별된다. 책은 비영리조직의 역사적 뿌리를 살펴보고, 시장경제에서 비영리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각종 이론으로 접근한다.

민간단체의 비영리적 성격을 정당화하는 요소로 ‘자원활동’이 있다. 저자는 자원활동이 ‘봉사’와 비슷한 표현으로 이해되는 수준을 넘어, 자원활동의 개념을 학술적으로 짚는다. 여가행위·지불노동과는 명확히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설명한다. 저자는 자원활동 행위를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적 관점으로 풀어낸다.

책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사회적기업’ 개념도 다룬다. 영미식 접근법에 따르면 조직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사회적 임팩트 추구, 사회혁신, 시장자원 동원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강조한다. 유럽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사회적목적기업·공동체이익회사 등 사회적기업에 대한 법적 형태나 틀을 도입하는 일이 활발했다. 책은 유럽에서 출범한 ‘EMES('유럽 내 사회적기업의 출현'이라는 뜻의 약어) 네트워크’가 사회적기업의 이상형을 정의하기 위해 연구한 경제적·사회적 차원의 지표들을 소개한다. 또, 각종 사회적기업 모델과 지배구조를 상술한다.

‘사회적경제’라는 범주에 포함되는 개념들이 영미권과 유럽에서 가진 역사적·이론적 배경은 뭔지, 그동안 어떤 변화의 흐름을 거쳐왔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사회연대경제 - 사회적경제, 연대경제, 사회적기업으로 이해하는 제3섹터의 사회경제학=자끄 드푸르니·마르뜨 니센·나딘 리셰-바떼스띠·리오넬 프루또·로랑 가르댕·장-루이 라빌 지음, 김신양·엄형식 옮김/착한책가게 발행/412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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