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15일 국회서 진행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 출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잘못됐다 생각한다"고 밝히며 윤석열이 체포 당시 남긴 영상 메시지에 대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제와서 '나쁜 한덕수'가 '좋은 한덕수'가 되려 한다는 평이다.
'나쁜 한덕수', '좋은 한덕수'는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질문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총리를 향해 김대중 정부에서 각각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한솥밥을 먹던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좋은 한덕수'였는데 지금은 '나쁜 한덕수'"라고 다그친 것에서 촉발된 별칭이다.
국회 탄핵소추로 지난달 27일부터 직무정지 상태인 한덕수 총리는 이날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기관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에 대해 "사법 당국에서 적절한 절차를 통해 판단을 하리라 생각한다"라면서도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 총리는 이어 "이런 상황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항상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국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총리는 "여러 절차상 흠결이나 실체적 흠결 등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계엄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위원들을 모은 자리에서 일부 국무위원에게 지시사항을 줬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그건 모른다. 제가 받은 바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제가 국무위원들을 소집하자고 건의했다"며 "왜냐하면 국무위원들이 모이면, 모든 국무위원들이 계엄 문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지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국 계엄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선포된 것인가'라고 묻자 한 총리는 "저는 그렇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한 총리는 윤석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영장 집행에 영상 메시지 형식의 입장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법 체포 영장이라고 주장하는 윤석열의 입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 총리는 "대통령님께서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덕수 총리는 자신의 탄핵 사유였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해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여야 간 합의를 하지 않고 임명된 헌법 재판관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임명을 하려면) 헌정 사상 관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도 논의했고, 야당과도 많은 논의를 했다"며 "대통령 권한 대행이 헌법을 관장하는 헌법재판소를 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옛날부터 계속 문제가 제기됐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는 "우리 정치 역사상 항상 어려울 때마다 정치권이 행정부의 여러 문제에 대해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해주셨다"며 "저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한덕수 총리는 13일 자신에 대한 국회 탄핵 의결 정족수를 151명이 아닌 200명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한겨레'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한 총리는 헌재 답변서에서 '헌법재판관 불임명' 등 국회가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반박했다.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은 대통령에 대해서만 가중의결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야권이 주장한 재적의원 과반 151명 이상 찬성으로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 탄핵안 통과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국무위원 탄핵소추 기준(재적 과반, 151명)을 적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던 지난달 26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장 적극적인 권한 행사인 거부권은 행사해 놓고, 가장 형식적인 권한 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을 늘어놨다"고 비판하며 "김용현 전 국방장관 측은 12·3 비상계엄 전 한 총리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실토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때문에 탄핵안엔 한덕수가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방조하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혐의가 주요 사유로 포함됐다.
이러한 점에서 한덕수 총리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의 논리가 과연 탄핵 사유를 충분히 반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사전 보고 실토 등 그가 계엄 선포와 관련해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는 진상 규명이 더욱 중요해지며 내란국조특위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또한 오늘 한덕수 총리가 보여준 윤석열과의 관계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은 이제 와서 '좋은 한덕수'의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인지, 아니면 정치적 책임 회피와 이미지 세탁을 위한 계산된 행보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