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6.03./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6.03./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에 대규모 석유와 가스가 매장될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산유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실제 경제성과 탐사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에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 관련 자료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직후부터 액트지오사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액트지오의 공식 홈페이지가 접속 불가 상태이고, 본사 주소가 텍사스 휴스턴의 한 가정집이라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에 한국석유공사는 설명자료를 통해 액트지오사와 아브레우 박사의 경력 등을 해명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가 다수의 주요 프로젝트 평가를 수행한 전문성을 강조하며, 액트지오 소속 직원들이 엑손모빌, 셸, BP 등 글로벌 메이저 석유개발 기업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전문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가 경제성 평가 없이 이루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밝힌 탐사 시추 성공 확률은 20%로, 이는 자원 개발 성공률로는 매우 높은 수치지만 여전히 실패 가능성이 80%에 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확률 20%라는 것은 80%는 실패라는 얘기"라며 정부 예산 투입의 신중함을 요구했다. 또한, 정부 예산을 전적으로 들여 시추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불필요하게 과도한 국민의 기대를 자극해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충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되기를 바란다"며, "기본적으로 이런 사업은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그 과정에서 예산 낭비의 요소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지지율 회복을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자원 강국의 꿈이 실현된다면 민생과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면서도, "매장량이나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이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발표가 하락세의 지지율을 전환하기 위한 발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 역시 "석유와 가스가 실제로 매장되어 있는지,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시추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며, "관련 보고를 듣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냐.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보였냐"고 비판했다​​.

동해 가스전. /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동해 가스전. /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12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첫 번째 시추공 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탐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 매장량과 경제성 등 본격 생산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시추 작업의 결과는 2025년 상반기에나 나올 것으로 보이며, 상업 생산이 시작될 때까지는 최소 7~1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탐사 시추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면 국내 투자 비중을 높이고, 실패 가능성이 크다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매장량과 경제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발표가 불필요한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산유국의 꿈을 향한 희망을 품게 했지만, 실질적인 경제성과 성공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반응은 대체로 미지근하다. 언론의 반응도 첫 날 장밋빛 전망에서 이제는 논조를 바꿔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와 '이르지만 기대는 크다' 정도로 차분해 보인다. 

한편 '대왕고래'로 이름 지어진 프로젝트에는 노르웨이 해양 시추 업체 시드릴(Seadrill)에서 시추선 웨스트카펠라를 40일 동안 빌리기로 했다. 수심 1만 피트(3048m)까지 작업이 가능한데 계약 규모는 3200만 달러, 대여 비용은 하루 6.5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북해 유전은 시추 성공 가능성이 3%였고 보통 10%만 돼도 우수하다고 평가하는데 이번엔 20%라 아주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의 근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앞으로의 시추 작업과 그 결과가 한국의 에너지 자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심어준 '대한민국은 산유국'이라는 희망의 불씨가 언제 꺼질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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