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가 화두다. 현 정부의 핵심 철학으로 사회적 가치가 선포되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서도 공공성·사회적 가치가 중요해졌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사회적경제 조직과 협력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개별 공기업의 고유한 사업 가치가 여러 사회적 경제 분야와 만나 사회적 가치로 확대되는데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사회적경제와 동행에 나선 대표적인 공공기관을 만나,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을 살펴본다.

“철도는 국민 곁에 아주 가까이 있는 공기업입니다. 수도권 전철까지 포함하면 하루 320만명이 철도를 직접 마주하죠. 철도로 인해 차별과 불공정에 상처받는 국민이 없도록 공정한 기업문화를 구현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성공의 기쁨을 누리는 공간, 삶의 터전으로서의 철도가 됐으면 합니다.”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장미경 미래전략실 사회가치처장의 일성이다. 사회가치처는 재작년 혁신전략처로 시작해 작년 6월 이름이 바뀌어 새로 정비됐다. 기업의 전략방향을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적극행정, 공정문화 및 인권경영 구현, 사회공헌 등 포용성장을 수행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코레일은 그간의 사회공헌을 인정받아 지난해 열린 제1회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창출대회에서 우수상을 탔다. 장 처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코레일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와 그 방향, 향후 계획을 들었다.

장미경 한국철도공사 미래전략실 사회가치처장. 사진=코레일

-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했을 때, 코레일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의 핵심은 무엇인가.

공사의 사회적 가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코레일의 사회적 가치는 ‘철도 사업의 모든 영역에서 공공성 강화를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가치’로 정의한다. 이는 ‘철도의 공공성 강화’로 함축할 수 있다. 철도 운영에 공공성이 약해진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완·강화해 효율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균형을 맞추는 일을 말한다.

- 코레일이 2018년 수립했던 ‘중장기 사회적 가치 실현 마스터플랜’의 핵심 내용이 궁금하다.

‘사회적 가치 실현 마스터플랜’은 공사법에서 정한 ‘철도 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통한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설립목적과 내부역량, 사회가치기본법(안)에서 추구하는 여러 가치를 고루 반영했다. 2022년까지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마련했다. ①안전 및 친환경 철도구현 ②보편적 철도서비스 강화 ③양질의 일자리 창출 ④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⑤윤리경영의 5대 전략방향 및 127개 추진과제로 구성했으며 다양한 분야의 노력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만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대표적 사례로 ‘공공택시 철도연계 서비스’를 들 수 있다. 대중교통과 산간벽지 오지마을의 미싱링크를 해소하기 위해 철도와 지자체의 공공택시를 연계했다. 대부분이 노년층인 마을 주민들에게 열차-택시 통합예매시스템을 제공했다.

다양한 가치 추구 사례로 국민의 관심을 받아 2018년 ‘정부혁신경진대회’ 대통령상 수상 및 2019 ‘정부혁신박람회’에서 체험 홍보관을 운영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된 제1회 대한민국 정부혁신박람회. 국토교통부와 산하 공공기관 한국철도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대중교통서비스 혁신 체험관을 열어 공공택시 철도연계서비스와 광역알뜰카드를 선보였다. 사진=국토교통부

- 지난 12월 고용부에서 개최한 ‘제1회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창출대회’ 우수상 수상자다. 철도 역사를 활용해 사회적경제 기업의 판매, 홍보 매장 및 사무공간을 제공했다고 인정받았다.

그간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은 사실상 공공부문 책임조달 같은 정부주도 부양정책 수준에 머물러 왔으나, 2018년 11월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한 ‘제3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에선 달랐다. 사회적경제기업이 국민 곁에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공공의 공간을 공유하고, 이들의 자립생태계 육성 지원을 골자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코레일은 우선 국민 생활밀착형 공간이며 접근성이 좋은 철도역의 공간 공유를 통한 판로 지원에 나섰다. 전국의 철도역 유휴공간을 전수 조사해 공개했으며, 제한경쟁입찰 및 수의계약, 임대료 최대 75% 인하 등 사회적경제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전국의 철도망에 있는 지역본부와 역을 활용해 지자체,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원기관 및 당사자 조직과 소통해나가며 철도역 공간을 활용한 판로 지원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로 철도역 내 사회적경제기업의 매장·사무·작업 공간이 2018년 8개에서 2019년 29개로 늘었다. 5년 내 100개 조성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으로 경의중앙선 능곡역에는 판매장을 겸한 원데이 공방 등 커뮤니티 공간이 생겼고, 경전선 조성역에는 ‘아트쌀롱’이라는 특색 있는 생활문화공간이 만들어졌다.

추석명절을 맞아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판매를 위한 장터가 열린 동대구역. 사진=코레일

- 철도역에 매장을 열고 싶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많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매장을 열 수 있나.

본사 외에도 전국 12개 지역본부가 전국 철도망을 따라 지역의 중심도시에 있다. 각 지역본부(경영인사처)가 철도역사의 자산을 관리하는 주체로, 철도역 공간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곳에 자산 사용 및 임대 문의를 하면 된다. 다중이용시설물인 철도역을 이용하는 고객의 동선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며칠 단기 임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 사회적경제 기업 지원 외에 코레일의 사회적가치 실현, 사회공헌 등을 위해 실천하는 대표적 사업들과 계획을 소개해달라.

매년 저소득층 아이 1만2천여명에게 기차여행을 선물하는 ‘해피트레인’이 있다. 코레일 사업과 연계한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전국을 다니며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는 ‘여행 기부’다. 특히 작년 1월에는 ‘산타 원정대’라는 제목으로 운행했다. 경북 봉화에 있는 분천역 산타마을을 다녀오는 여행에, 재미와 감동의 요소를 더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했다. 올해는 자유학기제 확대 등 체험학습 수요 증가를 고려해 교육전용열차(E-train)를 활용해 수혜인원을 약 1만5천여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코레일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 ‘해피트레인’, 분천역 산타마을로 떠나는 아이들. 사진=코레일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사업 ‘내일(Rail) 하우스’도 있다. 작년 추석에 첫 시행했다. 철도 연변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개량사업이다. 전기, 건축 등 공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힘을 모아 도배·보일러 교체·등기구 교환·청소 등 새 집과 같은 마음이 들 정도로 고쳐주고 있다. 지난해 대전광역시 동구 신안동에 1호 사업, 동구 천동에 2호 사업을 진행했다. 올 해는 10호까지 진행하며, 모범 사례로 육성한 후 본사가 있는 대전광역시 외에도 전국 각지의 철도연변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철도 이용객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네일케어숍 ‘섬섬옥수’도 열었다. 부산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력해 부산역 3층에 공간을 마련했다. 코레일이 공간을 조성해주고, 부산시는 아티스트 선발 및 인건비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보조공학기 등 설비 지원에 협력해 상반기 중 호남권에도 1개소를 열 계획이다.

관광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해 공정여행 플랫폼도 구축했다. 경상북도와 협업해 전국 단위의 모객, 열차운임 할인 및 홍보를 지원했다. 열차에서 내린 관광객은 사회적기업가의 안내에 따라 고택에서의 숙박체험, 마을탐방, 사회적기업의 제품과 식사를 구매하는 ‘소셜 문화 관광’을 한다. 올해는 대전이나 충북 등 더 많은 지역과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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